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섬과 등대기행-영도 등대

섬과 등대여행/남해안

by 한방울 2004. 6. 29. 11:46

본문

 

[섬과 등대이야기 24] 영도 등대

육지와 바다를 잇는 예술과 낭만의 등대



용두산과 자갈치 가까운 거리에서 시민과 호흡하는 등대

영도등대는 부산시 영도구 동삼2동 1054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흔히 태종대라고 부르는 해안 절벽에 우뚝 서 있다. 일반적으로 등대가 갖고 있는 외로움, 해양의 불빛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대중적이고 예술적인 분위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등대이다. 거대한 석탑 마냥 조각미를 더해 드넓은 바다, 저 편 대마도를 굽어보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용두산 공원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에 등대가 서 있다. 용두산은 바다에서 용이 육지로 올라오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등대는 그 용이 승천한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용이 승천하는 그 길목을 바라다보면서 말이다.


영도 등대는 자갈치 시장에서도 20분∼30분 거리에 있다. 자갈밭을 자갈처라 불렀던 데서 유래한 것이 자갈치인데 영도 등대 또한 자갈밭 태종대 해변을 아랫도리에 두고 있다. 이래저래 부산의 특징을 그대로 함의하여 상징하는 등대인 셈이다.


목장 섬이었던 영도의 어제와 오늘

이 해안에는 또한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삼, 멍게 등 각종 횟감들이 파시처럼 열린다. 갯바위에 평상을 차려 놓고 손님을 맞는데 평상에 앉아서 술잔 기울이며 오고 가는 배들을 바라보고 허공으로 마음껏 나래짓을 하는 갈매기를 바라보라. 그런 여유는 영도 등대에서 맛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추억일 것이다.


그렇게 영도 등대는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이자 한반도 동남단 해안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876년 우리나라 근대항의 상징으로 부산이 첫 개항하면서 국내외 최대 무역의 관문을 밝혀주는 영도등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


본디 영도는 섬이었다. 주로 말을 방목하여 길렀던 곳이다. 그래서 처음 명칭은 목장이라는 뜻의 목도(牧島)등대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군사훈련용 말을 주로 기르면서 그 말들이 비호처럼 빨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해서 1948년 절영도(絶影島) 등대로 개칭되었다가 1951년 9월 부산 절영도 출장소가 생기면서 ‘절’자를 빼고 ‘영도’라고 줄여 불렀다. 등대 또한 1974년 12월 영도등대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44㎞ 해상을 비추며 뱃길의 길라잡이가 되는 등대

영도 등대는 1906년 12월 첫 불빛을 밝혔다. 당시 석유 백열등이었으나 지금은  120V-1000W 할로겐램프를 사용하고 있다. 등대 불빛은 18초마다 3회씩 깜박인다. 그 불빛이 가 닿는 거리는 24마일, 자그마치 44㎞에 이른다. 또한 등대는 소리를 통해서도 항해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데 전기신호에 의해 소리판을 진동시켜 나팔을 울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람이 종을 울려서 알리는 경우, 공기압축기로 사이렌을 통해 등대의 위치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영도 등대는 에어사이렌을 통해 안개나 눈비가 자욱한 날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통상 안개가 많은 해역에 설치된 등대 옆에 바로 이런 사이렌이 설치돼 있다. 안개가 발생하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그 방향을 향해 소리를 울려서 선박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 신호음이 울리는 거리는 5해리. 1해리가 위도 1분, 즉 60분의 1도. 보통 일상의 거리로 계산해보면 1.852km. 9km를 조금 넘는 거리이다. 대단한 거리이지 않는가. 이 거리 안에 있는 모든 선박의 파수꾼이 되어주는 것이다.


영도 등대 양희룡소장은 “부산항은 국제항으로 수많은 크고 작은 배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이곳 등대의 역할을 매우 크다”면서 “그러기에 밤낮으로 선박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더없이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등대원 김명환씨 역시 “등대에 근무하다보면 단지 등대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명소인 까닭에 그들의 안전과 해양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이곳 해안을 근거로 생활하는 상인들의 불편함까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인내가 필요하고 등대가 많은 사람들의 진정한 삶의 등불일 수 있도록 늘 배려하며 더불어 생활해 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양생태 파크와 갤러리 이미지를 접목한 이색 등대

영도 등대는 이처럼 다른 등대와는 달리 육지와 바다라는 유기적인 자연조건을 동시에 타고났고 동시에 이를 보전하면서 대도시 시민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 그리고 외국인, 상선 등 수 많은 문제들을 원활하게 풀어가고 그런 가운데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가도록 하는데 그 중심축으로서 등대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영도 등대는 문화적 해양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해양수산업의 근거지로서 뱃사람과 해안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서민의 삶 속에서 호흡하는 상징물이다. 그렇게 등대의 불빛이 깜박이는 횟수만큼 역사의 발자취를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대는 마음의 등불, 사랑의 등불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2002년 5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오래된 등대와 부속 건물을 철거했다. 변화된 자연에 부응하고 보다 쾌적하고 원대한 바다와 함께 꿈꾸고 숨쉬는 해양 공간으로서의 등대로 의미부여한 것이다.


그렇게 해양생태 파크와 갤러리 이미지를 접목해 등대 주변을 해양문화관으로서 거듭나게 한 것이다. 위험하게만 보였던 절벽 위에 하얀 등대와 색색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갯바위 사이로 불편하고 위험한 듯한 길들을 미로로 이어 등대를 체험 코스로 개발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아담한 전시실, 야외 공연장, 투명 유리창으로 만든 펜션형 숙소를 만들었다. 건물을 구경하면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물결치는 자갈밭의 해변에 이른다.


등대체험, 각박한 일상의 삶을 훌훌 털고 카타르시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초여름에 영도 등대를 찾아갔었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어진 등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과 자연 속으로 다가서는 행정 서비스 발상이며 등대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문화적 예술적으로 생동하는 공간으로서 변화시키려는 발상. 그런 마음과 열정이 시민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리라. 그리고 시민들은 각박한 일상을 잠시나마 훌훌 털고 물보라 치듯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터이다.


그런 것이다. 등대는 단지 바다로 불빛을 던지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등대는 그저 불빛을 보내는 기계 같이 보이지만 이를 닦고 움직이는 동력은 등대원으로부터 비롯된다. 등대원은 각종 조난사고와 인근 마을의 자디잘 일들까지 챙기면서 사람 속에서 자연 지향적인 삶을 사는 주인공들이다.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정녕 그들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베푼다. 그 대상은 이 마을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이 바다를 지나는 배가 우리나라 배가 아니어도 좋다. 오로지 휴머니즘에 따라 일렁이는 사랑의 물결로 산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면 치는 대로 넉넉하고 여유로이 살아갈 뿐이다. 애오라지 험난한 바다에서 그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항해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람이요, 존재 이유일 뿐이다.


등대는 그런 것이다. 비가 오나 거센 바람이 불어도 늘 그 자리에서 똑 같은 불빛 주기로 서 있다. 고독하면 고독한 대로 오로지 믿음 하나로 서 있다. 늘 그 자리에서 절대고독을 즐긴다. 그러니 눈보라치고 비람치고 안개 자욱한 바다의 등대 불빛은 한줄기 사랑의 등불이다. 그 불빛이 뱃길에 엎드려 배를 인도하는 것이다. 물론 그 등대를 늘 쓰다듬으며 조약돌처럼 윤기 나는 사랑으로 키워가는 사람이 등대원이다. 천부적인 사랑이다. 돌고 도는 인생처럼 등대도 돌고 돌아가며 빛을 뿜어낸다. 그 원활한 작동, 그 생명력을 불어 놓는 사람이 등대원이다. 아 아름다운 사람들 등대원....


8월 14-16일 영도 등대에서 섬사랑시인학교 열려

한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7월말 영도 등대 개관 기념으로 갯바위 위에 동그랗게 만들어진 전시장에서 유명 화가 작품을 전시하고 8월 14일부터는 16일까지는 전국의 시인들과 섬과 바다를 사랑하는 일반인들 어울려 펼치는 제8회 섬사랑시인학교를 유치해 선보일 예정이다.


작열하는 8월, 한여름 영도 등대와 바로 아래 해변에서 펼쳐질 한마당 축제는 부산지역 대학생 보컬그룹 해변공연, 소프라노, 기타공연, 시인들의 촛불 시낭송, 해변 백일장, 시인과 함께하는 창작체험, 가족 낚시대회, 해상 유람 등 바다와 등대체험이 빚어내는 환상의 해변 여름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태종대 영도를 오고 가는 유람선과 평화로운 바다




태종대, 영도 등대, 박상건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