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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시인들의 영혼과 만나다

여행과 미디어/섬여행과 책

by 한방울 2004. 2.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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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4. 1.6

17명 시인들의 영혼과 만나다
[신간] 박상건의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2004 당그래 刊 책 표지


홍성식(poet6) 기자

일찍이 공자는 "시를 모르는 자와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변한 세월 탓일까? 요사이는 술자리에서조차 시와 시인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게 세태다. 그렇다고 피 흘린 영혼의 흔적인 '시'와 자처해 고난의 길을 걷는 '시인'들의 아름다움까지 모조리 사라지지는 않을 터.

시인들은 대체 어떤 이유로 시를 쓰게됐으며 자신이 선택한 시인으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시집의 활자로만 시인들을 만나는 독자들에게 늘상 궁금한 질문이다.

바로 이 질문에 답해주기 위해서였을까? 그 자신이 시인인 박상건이 동료와 선후배 시인 17명을 인터뷰한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당그래)를 출간했다.

<뿌리깊은나무> 편집부장과 국정홍보처 분석국 사무관 등으로 일한 바 있으며 여행광이기도 한 박상건은 이번 책을 통해 원로 고은과 신경림에서부터 이제 막 신인을 벗어나 중견으로 가는 이정록 시인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17명 시인의 삶과 문학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시인들의 서재에는 어떤 향기가 스며있고, 그들은 무슨 술을 좋아하며, 삶의 어떤 대목에서 울고 웃는지를 고루 살핀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그 자신이 시인이기에 각각의 인터뷰마다 애정이 듬뿍 묻어나지만, 그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아내의 백혈병으로 고초를 겪고있는 송수권 시인과 허약한 육체 속에 위대한 시혼(詩魂)을 감추고 있는 박철과의 만남이다.

경제적 문제에 무관심한 시를 쓰는 남편을 위해 직접 똥장군을 져 나르며 수박을 키우고 보험영업으로 가계를 이어가던 아내의 갑작스런 병마에 "당신이 죽으면 다시는 시 따위를 쓰지 않겠다"고 목메인 울음을 토해냈던 송수권 시인의 시 '아내의 맨발-연엽에게'는 아내에게 무심했던 이땅 모든 남편들을 울린다. 연엽은 송 시인 아내의 이름이다.

그녀는 잠들었다
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 째
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

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
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
그 연(蓮) 잎새 속에서 숨은 민달팽이처럼
너의 피를 먹고 자란 시인
더는 늙어서
피 한 방울 줄 수 없는 빈껍데기 언어로
부질없는 시를 쓰는구나

오, 하느님
이 덧없는 말의 교예
짐승의 피
거두어 가소서.

"평안도에 소월의 있다면 호남에는 송수권이 있다"는 말을 들으며 서정시가 가 닿을 수 있는 최고정점에 이른 노(老)시인의 뒤늦은 회한. 하지만 이토록 맑디맑은 영혼이 엿보이는 시를 쓸 수 있는 사내의 아내는 가난했지만 그 가난 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김포에서만 40년 이상을 살아온 박철 시인의 유난스런 '동네사랑'을 넉넉하게 풀어놓은 글은 송수권 시인의 인터뷰와는 또 다른 맛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휘황한 네온사인의 광화문이나 음란한 취기로 휘청이는 강남을 단 한 번도 부러워한 적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박철 시인은 고향을 이렇게 노래한다. '김포 1'이란 시에서다.

한낮에도 애를 업고
담장 밖 기웃대며 서성이는 사내들과
한밤에도 돌아올 줄 모르는 여인들이
한데 엉크러져 살아갑니다
오늘도 고향 그리워
밤으로 돌아눕는 뜨내기들과
빈 거죽만 쥐고 있는 본토박이들과
구멍가게 모여 술주정하다
한가지로 쓰러지며 살아갑니다...

변두리에 산다는 것이 결코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일상에 뿌리내린 담백한 시어로 조용히 웅변하는 박철. 문학의 불모지라 할 김포를 서울의 중심 종로통으로 바짝 당겨놓은 그를 볼라치면 빈곤 속에서도 어울려 사는 미덕을 잃지 않은 김포가 대한민국의 수도인 것만 같다.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에서는 이성부와 정일근, 도종환과 안도현, 문정희와 나희덕, 오세영과 황동규 시인의 문학과 생도 엿볼 수 있다.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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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4.1.9
[Book]17명 시인들의 삶 그리고 문학
기자 출신으로 시인이자 섬여행 전문가인 박상건(43)씨가 시인들의 작업실과 창작무대를 탐
방한 기록을 엮어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당그래·사진)를 펴냈다.

고은 신경림 송수권 정일근 이성부 나태주 문정희 백학기 안도현 황동규 나희덕 도종환 유
안진 오세영 박철 이정록 배한봉 시인 등 당대의 쟁쟁한 시인 17명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냈
다.

신경림 시인의 삶은 자체가 그대로 아픔이고 그 아픔을 민요 가락으로 버무린 ‘문학과 삶
이 일치하는 얼마 안 되는 시인이라 호평하고 있다.

유안진 시인은 가난하던 시절 병원에서 낳은 아들의 병원비를 월부로 갚아야 했던 일, 남편
의 암을 치료하려 헌신하고 나니 이제는 자신의 종기를 떼어내야 했던 일, 박목월 선생과
인연, 그리고 이제는 교수직을 버리고 시 창작에만 매달리고 싶다는 심정을 털어놓고 있다.

여행을 즐기며 시를 쓰는 황동규 시인의 문학도 시절, 아버지 황순원에 대한 추억과 풍장과
기항지를 쓰게 된 배경, 그리고 정년퇴임 후 창작 활동 계획 등을 털어놓았다.

서정주 시인 제자로 신데렐라 시인으로 불렸던 문정희 시인의 신혼 때 삶과 문학 이야기,
최근 여행 벽에 대한 소회,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에 대한 반박 등을 밝히고 있다.

오세영 시인은 어릴 적 가난과 문학열병에 대한 소회, 서울대 재학 때와 교수 시절 권위주
의 교수 밑에서 현대문학을 하던 어려움과 요즈음 젊은 시인들의 문단 줄서기에 대한 비판,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문학에 대한 견해 등을 밝히고 있다.


조정진기자/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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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004.1.9.
[화제의 책]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박상건 지음/당그래 펴냄

흔히 독자들은 '시는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기 쉽다. 은유와 압축이 가득한 시를 읽어보
노라면 사실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나하나의 시어 마다 시인의 감
수성과 인생관, 철학 등이 담겨 있는만큼, 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선 독자들의 수고가 그만큼
뒤따르는 법.

그러나 이 책은 독자들이 시 세계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스스로 시
인이자 여행평론가인 박상건은 이 책을 위해 2년간 17명의 시인 작업실들을 찾아다녔다. 여
행에세이를 많이 써 온 저자의 시인탐방기는 흡사 기행문을 읽는 듯하다. 우리 시단의 거목
인 신경림, 고은을 비롯해 우포늪 지킴이를 자처하는 배한봉까지, 그들 시인들의 삶과 생각
을 더 쉽고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각 시인들의 성장과정부터 등단, 최근의 활동상을 서술 형식으로풀어주고 있다. 고은
이 출가했던 사연과 거듭된 자살 시도 동기부터 황동규 시인의 아버지 황순원에 대한 추억,
서정주의 제자인 문정희의 신혼 이야기까지 작품만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시인들
의 인물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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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신문 2004. 1. 12

<새책>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박상건 지음/당그래 출판사

열일곱 시인의 작업실과 창작무대

시인이자 섬 여행전문가 단봇짐을 울러 메고 돌아본 열일곱 시인의 작업실과 창작무대가 한
편의 책으로 소개됐다.

이 책에 수록된 시인은 신경림, 송수권, 정일근, 이성부, 나태주, 문정희, 백학기, 안도현, 황
동규, 고은, 나희덕, 도종환, 유안진, 오세영, 박철, 이정록, 배한봉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17명의 시인들이다.


우선 신경림 시인의 삶은 그 자체가 그대로 아픔이고 그 아픔을 민요가락으로 버무린 시인
으로 막장 생활과 달동네 생활 등 시인의 뒤안길과 주요 창작 무대를 따라 동행취재하며 비
교하고 있다.

고은 시인을 리러 어두운 시대일수록 시로 불씨를 지핀 시대의 등불이라고 말한다. 고은 시
인과 함께 고은 시인을 일러 어두운 시대일수록 시로 불씨를 지핀 시대의 등불들이라고 말
한다. 고은 시인의 어릴 적 성격과 천재적 영감에서 비롯된 시와 그림 그리기, 스님이 된 사
연, 거듭된 자살 동기와 술과 함께 전국을 유랑하던 굴곡 많은 삶들이 나타나 있다.

편집 대장을 들고 계엄사를 들락거렸던 이성부 시인이 80년대 절필한 이유와 고백, 젊은 날
방황하던 시기에 쓴 등단작에 대한 배경, 산상창작 무대와 등산 후 모래내 시장통에서 하산
주를 마시는 특이한 창작활동을 동행 취재했다.

송수권 시인은 죽은 남동생을 생각하며 시를 쓰고 자살하기 직전에 쓴 작품이 등단작이 되
었고 똥장군을 져 나르며 시인의 생계를 도맡았던 아내가 백혈병 환자로 들어 누운 병상에
서 아내에게 바치는 시를 쓴 이야기와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들을 드
라마틱하게 그려진다.

유안진 시인은 가난하던 시절 병원에서 낳은 아들의 병원비가 없어 월부로 갚아야 했던 일,
남편의 암 치료를 위해 헌신하고 나니 이제는 자신의 종기를 떼어내야 했던 일, 다작활동으
로 산문을 주로 쓸 수밖에 없었던 사연, 박목월 선생과 인연, 그리고 이제는 교수직을 버리
고 시 창작에만 매달리고 싶다는 심정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털어놓고 있다. 여행을 즐기며
시 쓰는 황동규 시인의 젊은 문학도 시절, 아버지 황순원에 대한 추억, 풍장과 기항지를 쓰
게 된 배경, 정년퇴임 후 창작 활동 계획 등을 털어놓았다. 서정주 시인 제자로 신데렐라 시
인으로 불렸던 문정희 시인의 신혼 때 삶과 문학이야기, 최근 여행 벽에 대한 소회,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에 대한 반박 등을 밝히고 있다. 오세영 시인은 어릴 적 가난과 문학열병에
대한 소회, 서울대 재학시절과 교수 시절 권위주의 교수 밑에서 현대문학을 하던 어려움과
요즈음 젊은 시인들의 문단 줄서기에 대한 비판,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문학에 대한 견해
등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나희덕 시인은 좋은 시에 대한 견해를, 도종환 시인은 전교조 복직이후 교사 생활
을 하며 밝힌 최근 심정을, 정일근 시인은 산골 은현리 생활, 과수 농사를 지으며 우포늪을
거닐며 시 쓰기에 전념한 배한봉 시인, 요즈음 세태를 예리하게 꼬집고 풍경이 있는 시를
지향하는 이정록 시인, 서울의 마지막 농촌 시인을 자처하며 도회지풍 시를 쓰는 박철 시인,
불혹의 나이에 시를 쓰는 백학기 시인의 최근 작품과 젊은 끼에 대한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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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방송 2003.1.12

나이트라인 신간 안내

시인이자 섬 여행가인 박상건 교수가 쓴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가 당그래 출판사에서 출간되
었습니다. 열일곱 시인의 작업실과 창작무대를 직접 동행 취재하면서 쓴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끕니다. 저자를 만나봤습니다. 이 책의 특징을 한번 더 설명해 주시지요?

예, 일반적으로 작가의 작품은 평론가 등을 통한 간접체험으로 이루어지나 이 책은 작가를
직접 찾아가 작품배경을 묻고 그 작품과 작가의 삶이 어떻게 일치하는가, 잘못 해석된 작품
은 없는지 작가의 입을 통해 알아보고 잘못된 해석은 바로잡았습니다.

나이트라인 홍수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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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문학소식>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시인이자 섬여행전문가인 박상건(43)씨가 시인들의 작업실
과 창작무대를 탐방한 기록을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당그래 刊)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고은, 신경림, 황동규, 송수권, 문정희, 유안진, 오세영, 이성부, 도종환, 정일근, 나희덕 시인
등의 취재기가 실려 있다. 240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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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4.1.10

[문학 신간] ◆ 사진=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박상건 지음, 당그래, 8천원)=신경림. 송수권. 이
성부. 문정희. 고은 등 시인 열일곱명의 작업실과 창작 무대를 동행 취재한 문학기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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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004.1.9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박상건 지음, 당그래 펴냄) 시인이자 섬 여행가인 저자가 2년 동안 만
난 시인 17명의 삶ㄱ하 문학세계를 조명. 신경림 고은 황동규 송수권 등 "바람 같은 일생의
시인들"의 육성을 담았다.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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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004.1.16

문화가 산책

[책꽂이]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등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박상건 지음,당그래,8천원)=시인이자 섬 여행전문가인 저자가 신경림 고은 송수권 등 시인 17명의 작업실과 창작무대를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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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2004. 1. 26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열일곱시인의 작업실과 창작무대를 동행 취재한 알싸한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고은, 신경림, 도종환, 안도현, 황동규, 이성부 등 열일곱명 시인의 알려지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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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2004. 2. 1


출판화제/닳고 닳은 삶이 벤 '시'
시인 각각의 철학, 그리고 삶의 풀스토리까지

박상건 지음, <빈손으로 달아와 웃다>

"시는 허무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다. 시인은 허무와 싸우는 생명선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라는 장르는 모든 것을 은유하고 함축한 표현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이
해할 수 없는, 접하기에 두려운 장르로 간주하는 게 현실이다.

시를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은 시인에 대한 지식 또한 없음을 말한다. 자신들의 삶과 철학
이 고스란히 베어 나오는 시, 때문에 시인들의 과거사는 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다.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는 시인들과 함께 동행 취재하며 각각의 대표작 그리고 그러한 시가
탄생되기까지의 배경을 알싸한 필치로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이자 섬 여행 전문가
인 저자 박상건이 시세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네 단봇짐을 울러
메고 나섰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2년여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신경림, 안도현을
비롯한 우포늪 지킴이 배한봉에 이르기까지 시인 17명의 집필실과 창작무대를 함께 동행하
며 그들의 삶과 문학의 일치점으로 향하는 열정과 고뇌 등을 담아내고 있다.

여행기의 에세이를 많이 써온 저자의 이번 책 또한 기행 탐방기라는 점에서 전작과 흡사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삶은 그 자체로 아픔이고 그 아픔을 민요가락으로 버무린 시인
신경림. 신 시인과 함께 어두운 시대일수록 시로 불씨를 지핀 시대의 등불이라고 일컬어지
는 고은.

이성부 시인이 80년대 절필한 이유와 고백. 똥장군을 져 나르며 시인의 생계를 도맡았던 아
내가 백혈병 환자로 들어 눕게 되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송수권 시인의 심
경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고아 아닌 고아로 고아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희덕 시인의 기막힌 사연, 그리고 고
아원에서의 쓸쓸한 추억과 작품의 상관 관계, 가난했던 시절 병원에서 낳은 아들의 병원비
가 없어 월부로 갚아야 했고, 남편의 암 치료를 위한 헌신 후 이제는 자신의 종기를 떼어내
야 했던 유안진 시인의 가족 풀스토리 등 눈물샘을 자극하는 각각의 시인들의 삶이 전해진
다.

저자는 또한 시인들을 취재하면서 잘못된 평론가의 해석을 일일이 반박하기도 하고 시인의
작품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행 취재하며 취재 후기를 통해 과감히 비판
하고 있기도 하다. 작품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시인들의 삶과 생각 그리고 철학들을
알싸한 필치와 실제 사진으로 그려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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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2004.1.18

박상건‘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17명 시인의 창작과 삶 담아

박상건(43)시인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시인 17명의 작업실과 창작무대를 탐방하고 돌아와‘빈손으로 돌아와 웃다’(당그래)를 펴냈다.
이 책에 수록된 시인은 신경림, 송수권, 정일근, 이성부, 나태주, 문정희, 백학기, 안도현, 황동규, 고은, 나희덕, 도종환, 유안진, 오세영, 박철, 이정록, 배한봉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17명의 시인들이다.
신경림 시인의 삶은 그 자체가 그대로 아픔이고 그 아픔을 민요가락으로 버무린 시인으로 막장 생활과 달동네 생활 등 시인의 뒤안길과 주요 창작 무대를 따라 동행취재하며 비교하고 있다.
고은 시인을 일러 어두운 시대일수록 시로 불씨를 지핀 시대의 등불이라고 말한다. 고은 시인의 어릴 적 성격과 천재적 영감에서 비롯된 시와 그림 그리기, 스님이 된 사연, 거듭된 자살 동기와 술과 함께 전국을 유랑하던 굴곡 많은 삶들이 나타나 있다.
이성부 시인은 80년대 절필한 이유와 고백, 젊은 날 방황하던 시기에 쓴 등단작에 대한 배경, 산상창작 무대와 등산 후 모래내 시장통에서 하산주를 마시는 특이한 창작활동을 동행 취재하며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송수권 시인은 똥장군을 져 나르며 시인의 생계를 도맡았던 아내가 백혈병 환자로 들어 누운 병상에서 아내에게 바치는 시를 쓴 이야기와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들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유안진 시인은 박목월 선생과 인연, 그리고 이제는 교수직을 버리고 시 창작에만 매달리고 싶다는 심정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털어놓고 있다. 여행을 즐기며 시 쓰는 황동규 시인의 젊은 문학도 시절, 아버지 황순원에 대한 추억, 풍장과 기항지를 쓰게 된 배경, 정년퇴임 후 창작 활동 계획 등을 털어놓았다. 서정주 시인 제자로 신데렐라 시인으로 불렸던 문정희 시인의 신혼 때 삶과 문학이야기, 최근 여행 벽에 대한 소회,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에 대한 반박 등을 밝히고 있다. 오세영 시인은 서울대 재학시절과 교수 시절 권위주의 교수 밑에서 현대문학을 하던 어려움과 요즈음 젊은 시인들의 문단 줄서기에 대한 비판,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문학에 대한 견해 등을 밝히고 있다.
정일근 시인은 산골 은현리 생활의 24시간을 소상하게 밝히고 혹독한 창작 훈련으로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이야기, 수배를 피해 바닷가로 가서 쓴 등단작에 대한 회고, 과수농사를 지으며 우포늪을 거닐며 시쓰기에 전념한 배한봉 시인의 창작 활동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이밖에도 나희덕 시인은 좋은 시에 대한 견해를, 도종환 시인은 전교조 복직이후 교사 생활을 하며 밝힌 최근 심정을, 요즈음 세태를 예리하게 꼬집고 풍경이 있는 시를 지향하는 이정록 시인, 서울의 마지막 농촌 시인을 자처하며 도회지풍 시를 쓰는 박철 시인, 불혹의 나이에 시를 쓰는 백학기 시인의 이야기 등이 실려있다.(당그레/8000원) 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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