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용문산을 올랐드랬습니다
1157미터의 산에는 온통 눈이었습니다
1100년전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를 거쳐
산길을 오르는데 엉덩방아를 수없이 찍으며
정상을 향했습니다
내려는 길은 더 심했습니다
온통 바위산이었고 바우 틈에는 고드름이 열고
소나무에는 방울방울 눈물이 맺혀 있었드랬습니다
그러면서
눈보라까지 치고 있었드랫습니다
산길은 얼고 수북한 눈으로 뒤범벅이던 겨울 용문산
그 산으로 가는 길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정상에 오르자
수도권 북쪽으로 펼쳐진 수많은 산줄기와
그 줄기를 따라 계곡에 동그맣게 내려 않은 산사 혹은 몇가구의 마을들
그리고 아스라이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
그런 영혼들이 눈 속에서 잠들고 있던 겨울산
이내에 묻힌 채 처녀 젖가슴 비추듯이 희끗희끗
그 자태는 가히 장관이더군요
5시간에 거친 사투를 마치고
마당바위 아래서 마눠 마시던 막걸리와 쐐주잔
카~~아 바로 그 맛이었습니다
속배추를 내어 된장에 찌고
무우를 잘게 썰어 건네주자 모두들 다시금 진미에 감동하더군요
겨울산행의 참맛은 바로 이런데 있는 듯 합니다
그렇게 자연에 엎드리고 마주하면서
손 끝에 혹은 발끝에 걸린 상처를 애써 너그러이 어루만져 주면서
눈발의 그 경이로움과 장엄함 앞에서
많은 것을 배운 연후에 술잔을 건네는
우리들의 또 다른 겨울 예식
그러기에 그대들이셔
겨울산에서 눈발 함부로 밟지 말지어다
하루가 지나고
온몸이 아려 옵니다만
겨울산행의 아름다움에 취해 사무실
형광등 불빛에 적응하기가 힘드느군요
그 맑디맑은 겨울공기의 쉼호흡이 저 수은 불빛이 앗아가고 잇는 듯 해
안타깝고 미치고 환장하려 합니다
그러나 저 눈발
내 마음을 포근히 어루만져 주는 듯 다가섭니다
어제 본 그 눈발이 예까지 온 것은 아닐런지요
벌써 그 정리 끊지 못하고
창밖에서 저렇게 무어라 말하려다가 그만
가슴 두근두근거리며 침묵의 언어들을 수없이 흩뿌리는 것은 아닐런지요
눈발
참으로 뜨겁게 휘날리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