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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빈 집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4. 2.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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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시골에는 빈집들이 많습니다
외딴 섬 외딴 산 깊이 처박힌 빈집은 그런대로
생각할 여유와 깊이를 주어 좋습니다
그 빈집 처마위로 포물선을 그으며 올라가는 홍시감이 있다면
그 운치 또한 그만일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 달동네 빈집들은
다 타고 남은 연탄재 구르듯이
어쩐지 마음 한 구석 쓸쓸하고 휑해집니다
아니 슬퍼지기까지 할 것입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게 존재의 미학이라나...

제가 다닌 대학원 홈피나
제 홈피가 며칠째 썰렁해지는 이유를 되씹게 합니다
졸업생을 다 보내고 난 연후에 낙엽들만 굴러다니며
쓸쓸히 저무는 대운동장 같은
섬사람들이 다 뭍으로 가버려
뱁새들과 갈매기 까~욱 거리는 소리만 요란한
어느 적막한 섬학교 분교 같은
그런 늦가울의 쓸쓸함만이 며칠의 시련(?)을 보내는

바야흐로 늦가을은 늦가을인가 봅니다
아니 한기로보면 초겨울이 맞는 듯 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추우면 세상은 꽁꽁 얼어붙는 법

얼마 전 대학원 여원우가 찾아와 커피 한잔 마시면서 건네주고 간
한 권의 시집이 회사 책꽂이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책갈피를 넘기며
따스한 시사랑과 우정을 느껴봅니다
원두커피처럼 아침 찬공기를 물려 보면서 말입니다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 해 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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