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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찾습니다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4. 2.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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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기간에 대웅전 앞에서
연합뉴스 선배를 만났습니다
벤치에 앉아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놓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거나 먹겠다는 나에게
선배는 네가 좋아한 것을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나원참 내가 좋아한 것이 무엇인지
그토록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맨처음 알았습니다
여러분도 주 메뉴 하나 정도는 늘 숙지하고 다니세요

목탁소리를 들으며 조계사 뜰을 나섰습니다
욕쟁이 할머니 집에서 탕을 먹었습니다
씨발놈들아 씨발놈들아! 하는 할머니 욕이
왜 그리도 정겹게 들려오는 것입니까?

식사후 선배와 나눈 이야기는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낮술을 먹다가 선배를 부르면
일하다가도 나와서 그동안 먹은 술값을 치루고 사라지고
다시 밤이 되면 이 선배 저 선배를 불러다가
온 밤이 망가지고 이즈러지도록 논쟁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화해의 술잔을 기울고...
어깨에 어깨를 걸고 별종들끼리의 별난 추억들이 만발했는데
요즈음은 왜 그런 재미거리가 사라져 가는 것일까요

왁자지껄이는 재밌는 회식도 없고
선배들을 조르는 후배들도 사라지고
시절이 하 슬퍼집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조계사 앞 숲길을 걸으며
우리 어디서부터 낭만을 찾아할 지
나라도 우리라도 잊혀져간 낭만을 되살렸으면 하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형제간 우애보다 깊은
그 깊은 선후배 사랑이 그립습니다
최소한 386 캠퍼스에서 넘나들던 그 막걸리빛 사랑과 우정
우리네 그 낭만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동안 점심을 옛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그런 낭만을 찾아 나설 작정입니다
내일은 그런 선배를 찾아 무교동으로 진출할 작정입니다
어디 아름다운 낭만을 알고 있는 분들 안계신가요?

함께 그 낭만을 향유하십시다
아 그 아름다운 낭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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