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두고 거리 보도블록 위에 설치된 통신시설함에도 어여쁜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더군요
가판대 뒤에도 월드컵 코리아 라는 제목의 다이나믹한 축구 사진이 실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대한민국이 좋았습니다
역시 멋을 아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그 시설물들에 다시 고개를 내미는데
세상에....
하룻밤 사이에 덕지덕지 룸사롱 광고딱지에서 각종 공연 포스터로
얼국이 지고 있더군요
버려진 양심이었습니다
저 광고전단을 오리는데 드는 인력비며
그 그림의 흉터자국...
월드컵 코리아의 상처로 얼룩지지는 않을런지....
아침에 나오면서
선배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 선배는 유력 언론사 잡지 편집장입니다
며칠 전 과로로 쓰러졌다는군요
그래서 위로 전화를 거는 것인데
벌써 출근해 회의중이라....
그 선배는 기절후 정신이 깨어나자마자
"배열표 짜야 하는데...."라고 했답니다
직업병입니다
길거리 흉칙한 광고전단을 보고 글을 쓰는 요놈이나
병석에서 일어나 배열표 걱정부터 하는 잡지사 편집장이나
일에 대한 편집광들이십니다
그러나 그 편집광이 아름다울 때가 많다는 것은
아직은 이 사회의 나사가 풀려있다는 것이고
풀린 나사가 조여질 수 있다는 희망이 혼재한 탓입니다
악이든 선이든
이 사회는 어차피 시이소처럼 움직이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분노한 자가 있다고 두려워할 일도 아니고
분노하지 못한 사회라고 절망할 일도 아닙니다
박상건의 횡설수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