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행 탓인지
월요일 아침이 꽤 상쾌해집니다
신작로 오르막길에서 자전거 패달을 밟고 내려가는 기분처럼
밟을수록 발밑에 밟히는 바람이며
가슴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팔랑개비처럼 마음을 상큼하게 돌이키는 것처럼
아침이 참 환하게 맑아 보입니다
물총을 쏠 때 바람이 많으면
피스톤이 밀어내는 물줄기가 저 머얼리 허공을 뚫고 가듯이
삶도 여유로우면 그런 것이다
실상은 그 삶이 그 삶인 것을
영혼이 맑아지면서
가슴이 헐렁해지고
침침한 시야가 밝아지는 것이다
결국은 그것이 마음인 데 말이다
생각의 차이인데 말입니다
조금 쉬었다고 해서
삶이 이렇게 가벼워질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월요병 대신에
첫주의 아름다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가다가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 금요일쯤
뻐근하고 답답해질 수 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서 기대가 물거품이 되어 또다시 속 쓰라리고
그 명분을 지렛대 삼아 주말에 또 떠나고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세월은 익어갈 터이지만
우리는 기쁨과 쓸쓸함 사이에서
삶의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무심히 초침의 사이를 왔다갔가 하며
저 먼 길 떠나는 시계추처럼 말입니다
알고보면
우리네 삶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여유를 어느 정도 갖고 사느냐
여유를 즐길 것인가 말것인가
어떻게 한가함을 즐길 것인가
하긴, 여행이란 한가함의 철학이라고 했지 않던가요
한가함이라...
이 바쁜 세상에 스스로 한가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쩜 마음 한 켠을 포기하며 사는 일일 것입니다
삶을 조각한다고나 할까요
깎고 문지르며 부스러기를 버리는 일
하나를 위해 여러 부수러기를 버리는 일
우리는 그 부스러기들처럼 우리를 버리며
여유로움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떠나고 나면 가벼워지는 일
가벼운 것은 무언가를 비워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삶에서 멀리 가면 갈수록 그만큼 진리에 가까이하는 것이라고 했을까요
인생이란 이 세상바닥 발 딛고 서서 가는 일인데
멀리 가야 진리가 보인다고요?
그럼 진리란 무엇인가
도대체 우린 진리를 위해 산다는 말인가요
삶이 괴로운 것은
주머니가 너무 가볍기 때문이고
마음에 돌멩이들 무겁게 담겨 있기 때문일진대
우리는 그 무슨 진리를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것일까요
진리는 덕의 근본이라 했지요
덕은 삶의 올갱이이지요
아니 어쩜 삶의 생채기일런지 모를 일입니다
그 삶의 생채기 조리하며 사는 것,
그것을 일러 인생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삶은 숱한 오류의 연속이죠
넘어지고 슬퍼지고
이별과 절망을 되풀이하는 삶
그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숱한 오류를 되씹고 사는 삶
그 삶의 오류는 무수한데 진리는 단지 하나라...
우리네 삶은 정녕 그 진리를 찾아 떠나는 보물찾기 같은 것인가요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삶
그런데 진리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는다나요
그래서 사는 게 참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이 어려운 삶을 웃으며 떠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어렵지만 비우는 일인가 봅니다
그래서 왜 사느냐 묻거든
그저 웃는다고 했는가 봅니다
우리는 정말 그 진리를 위해 오늘도 이렇게 떠나고 있나 봅니다
사람이 너무 가벼우면
사람이 너무 행복하면
자꾸 지난 온 길과 가야할 먼 길을 생각하게 되나 봅니다
바로 서서 올바르게 가면 그 길이 인생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삶과 진리를 매치시키면 다시 삶은 어려워지니 말입니다
그래서 진리를 지유케 하리라고 했나 봅니다
그냥 삶도 자유케 하면 진리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도달하네요
그 삶에서 진리 하나 만나면 그저 그렇게 그게 행복일 거라는
믿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학창시절
왜 사는가?
진리는 무엇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돈 안되는 그 입씨름 말입니다
기쁘면 기쁜대로
물결치면 물결치는대로
바람불면 바람 부는대로
그리 살면 그게 행복일거라는 생각을 하며
진리는 오래도록 무겁지만
삶은 무거우면 괴로운 일일 거라고 생각하며
이 월요일 아침
괜스레 삶을 툭툭 쳐보면서
모른채 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한주 첫 걸음을 내딛어보는 것입니다
지금
맑은 공기 호흡하며 살아 있음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진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 편히 아침을 열어봅니다
지금 여러분의 발걸음은 가볍습니까?
여러분은 삶의 진리가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계종 8대 종무원장을 지낸 노스님이 입적한 월요일 아침에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았습니다
쓰잘데기 없는 진리에 대한 선문답을 해보면서요
하여간
아무튼
어째튼
좌우지간
우야지간
여러분
한주간 내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