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비방 위험수위, 잘못된 글쓰기 문화 바로잡아야
<오마이뉴스>는 대안언론의 한 장을 열었다. 우리 언론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마이뉴스>의 등장은 종이신문의 한계점을 노정하는 동시에 이를 부각하는 현상을 낳기도 했다. 나아가 종이신문의 변신을 나날이 자극하는 작용도 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새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인터넷 매체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시급한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언론단체 진영의 감정싸움 같아 억장 무너져
최근 김동민 교수 sbs사외이사 문제를 둘러싸고 언론운동 진영 인사간에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면서, 정확히 말하면 동지들끼리 마찰을 보면서 참 가슴 짠해짐을 새삼 느꼈다. 무엇이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그럼 너는 어쨌다는 거냐? 식이다. 보호와 비판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과정에서 논의를 시작한 장본인들 의사와는 무관하게 인터넷 여론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우왕좌왕 좌충우돌 식 감정싸움의 장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논의의 본질을 이탈해 mbc 문제가 나오고 김중배 전 사장의 문제가 나오면서 마치 언론 진영의 계보싸움을 하는 것 같은 광경을 연출된다. 그 현장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기자 역시 논의를 촉발한 사람이나 논의를 반박하고 재반박하는 진영의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간 친소관계와 단체간의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에 글 썼다가 상처받은 지식인들의 푸념
물론 누가 옳고 그르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편집 시스템에 대한 제고가 필요할 때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많은 지식인들은 "그곳에 글을 썼다가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하는 경우를 자주 접했다. 김동민 교수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일련의 쟁점 사안에 대해 누가 글을 올릴 경우 바로 댓글이 이어진다. 대부분 흑백논쟁으로 갈린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 논쟁이라기보다는 비방전으로 흐른다.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마치 정당 깃발만 들지 않았지 온라인상에서 여야 공방전을 보는 것 같다. 아니 우리가 자주 삿대질하며 비난하던 저 정치판의 지겨운 흑백논리보다도 잔인하고 참혹하고 저질적인 흑색비방전이 난무한다.
글의 토씨 하나에 딴죽을 걸고 어느 현상이든 양면성을 지니는데 그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도 애써 문제를 피해 철저히 다른 한쪽을 물고 늘어지며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비난을 일삼는다. 무엇이 옳다! 가 아니라 그래서 어쨌다는거냐? 너는 잘났냐?는 식이다. 이 지경에서 이미 논의의 핵심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매일 올라오는 기사들이 이런 반복주기를 그리며 논조가 흐려지고 그만큼 조회건수가 높아진다. 그 건수가 마치 <오마이뉴스>의 독자군단의 실체인양 비춰지고 있다. 그것은 슬픈 일이다. 위험한 순간의 연속이다. 이런 현상이 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글은 마음의 표현이다. 그래서 인격의 단면을 드러낸 리트머스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따금 인격과 명성을 동일시하지만 명성 탓에 인격이 도외시될 수는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명망가 지식인이라도 그 명성이 인격을 우선할 수도 없다. 글의 가치는 인간의 가치이다. 인간의 내용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 글이 그 인격을 대변한다. 따라서 인간의 가치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소유하고 싶다고 소유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가치는 인격 그 자체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도되는 풍경들은 우리시대 참 쓸쓸한 인터넷문화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흔히 스포츠신문의 선정성을 자주 논하곤 하지만 그 선정성 못지 않게 자극적인 편집과 글쓰기가 횡횡하고 있는 곳이 온라인이다. 물론 모두가 그러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이런 글들을 기사라고 불러야 할지? 붓 가는 대로 쓴 낙서 정도로 여겨야 할지?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를 인터넷신문의 글쓰기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애매모호한 현실 속에서 서로가 갖고 있는 주장을 진리인 양 우격다짐하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런 글쓰기가 지속되는 온라인의 문제를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글을 여과하는 더 완벽한 정제정치 필요하다
신문과 방송 기사야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그러면서도 수많은 정제장치를 거쳐 보도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물론 논조조작을 일삼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불특정 다수가 접하고 참여하는 인터넷의 글쓰기가 더 많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글쓰는 사람과 독자와의 만남 혹은 대치현상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잠자리에서 컴퓨터를 켤 수도 있고, 출근길에 켤 수도 있고,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켤 수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혹은 강의실에서 필요에 따라 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독자 환경을 전혀 무시된 채 선정적인 글쓰기와 반론이 지속된 화면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처 내고 상처받는 글들이 유구히 화면에 저장된 채 잊고 싶은 일들마저 그대로 살아나 다시금 일깨우는 마귀같은 저 비난의 댓글들....그림이야 지나가고 나면 한 때의 아련한 추억으로 여길 수도 있을 터. 그러나 상대의 인격까지 깎아 내려버리는 수많은 익명의 댓글들을 보면 글을 쓴 사람과 반론, 재반론의 당사자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거간꾼처럼 지져대는 익명의 비난 글들... 그런 현상들을 크게 우려하고 그것이 인터넷 문화의 현주소이고 자화상이라면 더없이 한없이 서글퍼지고 슬퍼진다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의 윤리 및 법제화 작업 절실
물론 어떤 대안을 가지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의 인터넷 신문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목도하고 있다. 이미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그런 마당에 그 문제점을 안은 채 잘못된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한다는 것은 다양한 국민정서를 잘못된 글쓰기라는 관행의 불구덩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일이다. 이는 우리 나라 최초 대안언론의 가능성을 연 <오마이뉴스>의 성과를 무색케 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의 한마당을 연 당사자의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오마이뉴스>는 이 문제를 공론화 하여 언론, 시민 각계 전문가와 함께 인터넷 신문의 글쓰기 원칙, 편집방향과 인터넷 신문 윤리문제를 제고할 때이다. 더 나아가 합법적인 법제화를 통해 인터넷 신문의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하고,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인터넷 문화의 전형을 보여 줄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