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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마당인 내 고향집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5. 6. 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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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마당인 내 고향집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서울여대 겸임교수)


드라마 ‘해신’ 촬영지인 완도 소식포 열두 구비 섬 모퉁이를 돌아설 적 넓은 바다와 마주한 상록수림 그 그늘 아래가 고향집이다. 앞마당이 바로 바다여서 맨발로 갯바위를 걷고 낚시 줄을 드리우면 물 좋은 고기를 낚는다. 섬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님은 정년퇴임 후 마을에서 떨어진 바닷가에 집 한 채를 지었다. 이사 온 첫날밤 파도소리에 잠 못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의 찌든 마음을 씻어내는 그 물보라 소리가 밤마다 그리울 뿐이다.


짝지를 걸으면 목선이 첨벙첨벙 강아지처럼 다가오고, 포구의 깃발이 하염없이 나부끼는 곳. 노을 지고 등대에 불이 들어오면 클레멘타인을 부르며 괜스레 눈물 흘리던 그 바닷가. 맞은편에 화도(花島)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 정기 여객선이 다니지 않은 외딴 섬에 유난히 동백꽃이 많이 피어 그 꽃이 섬의 눈빛처럼 다가오곤 했다. 밀려오는 파도는 그 섬이 보내는 연서(戀書)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네가 그립다고 편지를 띄운다는...그런 시를 쓰고 동화를 써서 고교백일장에서 상을 받던 일은 잊을 수 없는 추억 중 하나이다.


그렇게 집은 거처로서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정서적 가치를 전해주는 곳이다. 절벽 틈에는 석란 꽃이 피었는데, 바위 틈 한 줌 흙에 뿌리를 내려 하얗게 피어난 향기로운 꽃이다. 그런 야생화와 함께 섬 기슭에 앉아있노라면, 어깨동무하여 철썩이는 파도소리, 평화로운 양식장과 어민들, 수평선에 이름모를 선박들의 풍경이 이국적이다. 그런 푸른 바다와 함께 숨 쉬는 고향집은 늘 꿈꾸는 삶의 안식처이자 생명력의 요람이다.


 

♤ 박상건: 완도 출생 91년 <민족과 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고,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추진위원장,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국정홍보처 사무관, 국무총리 공보실 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계간 섬>, <계간 오크노> 발행인, <서울신문> 편집자문위원, <KBS> 미디어포커스 분석위원, 섬문화연구소장,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레저저널리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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