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곳에
-박상건 시인에게
정일근(시인)
마음이 머무는 곳에 영혼이 머문다
마음이 머문 곳에 영혼이 눈을 뜨며 살아 있다
저무는 가을 바다를 만나는
해국(海菊)이 피어 있는 언덕길이나
등대의 불빛 아래, 우리 보다 먼저 바다를 지극히 사랑한
사람들의 영혼이 환한 빛으로 떠돌고 있지 않던가
가고 싶어 밑줄을 그어 놓았던 낡은 해도(海圖) 속의 바다에서
그대 손 때 묻은 젊은 날이 빛나고
오래 마음 준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섬마다
그대 영혼을 담은 푸른 파도가 숨쉬고 있듯이
사람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영혼이 머물도록 마음을 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떠나간 뒤에도
영혼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는 사랑
우편으로 보내온 섬*을 받은 저녁
그 바다에 마음 모두 준 그대의 영혼을 읽는다
서쪽 바다 먼 섬마다 두고 온 착한 영혼들이
책갈피마다 등대처럼 반짝이며 눈뜨고 있다
*박상건 시인이 편집인이 되어 펴내는 가난한 잡지
그림: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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