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소설 독회록 이호철의 ‘선유리’ 출간
파란만장한 작가 삶의 고백과 대표작 줄거리 546페이지 분량으로 엮어
외국과 달리 국내 문학행사에서 ‘소설 독회’는 드물다. 한국문학 번역 출간이 활발해지면서 해외초청 독회가 열리고 노벨 문학상 철에 단발성 행사에 그치곤 했다. 이런 가운데 ‘선유리-이호철 소설 독회록’(민병모, 미뉴엣)이 출간돼 화제다. 546페이지 두툼한 분량의 이 책은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8년 9월까지 2년여 동안 선유리에서 열렸던 ‘이호철 소설 정기독회’의 녹취록을 정리해 엮어낸 것이다. 그의 소설이 문학 연구의 텍스트라면 이 책은 작가 연구의 텍스트인 셈이다.
이호철 선생은 이번 출간 의미에 대해 “우리나라 문단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우리 작단의 현황이나 국문학계 실황에 비추어 나름대로 자극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금 외람되지만 새로 소설을 써보려고 마음먹는 젊은이들에게 필독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근배 시인은 “우리 문학이 세계문학으로 가닿으려면 이런 것들이 화두로 돼서 인류 앞에서 제시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중심에 이호철 선생님의 삶과 문학이 있고 지금 하시는 이 독회 모임도 그런 터 잡이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선유리는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이호철 선생의 집필실이 있는 마을이다. 소설 독회가 열린 첫 날에 선유리 주민들은 경운기 소리도 내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고 반겼다. 매회 독자들은 알음알음으로 30-40명씩 찾았다. 작가도 독회를 거듭하면서 작품 회고와 정리 작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은 모두 23편. 모두 작가 자신이 선정한 작품이며 데뷔작에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주로 해외에 번역 출간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 작가의 독자적인 사유 체계와 작가 의식의 흐름 등을 한눈에 파악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작품에 대한 생각, 집필 배경, 소설 무대, 등장인물, 시대 상황, 작품 의도 등을 상세히 밝히고 있어 작품 해설서로 소중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원로 작가들의 작품집이 맨 마지막 장에 별도 작가연보를 게재하는 방식과는 달리 작가연보와 작품연보가 동시에 포개져 전개된다. 작가의 삶이 작품과 어떤 연관을 맺는지 소상히 밝혀줘 읽는 맛이 다르고 여느 작품집과 형식과 내용이 한 차원 다르다. 소설 작품이면서 파란만장했던 작가의 삶에 대한 고백이 담담한 필체로 전개돼 자서전 성격까지 갖춰 사실감과 현장감이 강하다.
애당초 이호철 선생 독회는 작가, 비평가, 독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문학 4중주’를 표방하며 600여 명의 독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왔다. 독자들의 질문과 작가의 응답을 통해 문학이 어떻게 수용되고 어떻게 교감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알 수가 있었다. 그런 현장감이 두툼한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읽는 감동을 더한다.
지면 속에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영상미와 생명력, 정겨움이 동시에 어우러져 여울져 온다. 특히 각 편마다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발췌돼 이호철 소설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더불어 인용문을 대목대목 풀이한 작가의 주해는 소설읽기를 통한 삶의 또 하나의 위안이면서 소설 지망생들에게는 소설 한 편 한 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비법을 일러주는 글쓰기의 길라잡이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박상건(시인. 성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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