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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12] - 노들섬① 물맛 좋은 옛 모래섬

섬과 등대여행/한강의 섬

by 한방울 2010. 5. 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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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물맛 좋은 우물 있던 모래섬
[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12] - 노들섬①
2010년 05월 27일 (목)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pass386@hanmail.net

노들섬은 여의도 동쪽에 위치하고 한강대교가 통과하는 타원형의 섬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2번지. 면적은 1만 6,000평이다.

본디 노들섬은 거대한 모래밭이었다. 풀등이라 불리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었고, 그 언덕에는 물웅덩이와 갈대숲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물맛이 빼어난 우물이 있었는데, 이 물을 왕궁에 바쳤다.

모래가 많아 이 일대 마을을 ‘모래밭 마을’, ‘사촌’이라 불렀다. 특히 모래밭 쪽으로 지는 노을이 매우 아름다워 용산 8경 중 하나로 꼽았다.

조선시대 모래섬은 현재 여의도보다 규모가 더 컸다. 모래성이 높아 한강 물이 마을로 넘쳐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언덕에 다리 높이만큼 흙을 쌓아 올렸다. 그래서 중지도라고 불렀다.

모래섬 안쪽은 이촌동 주민들이 땅콩농사를 지었고, 바깥 강 안에서는 물놀이와 노를 저으며 고기 잡는 사람들로 붐볐다.

1917년 이촌동과 노량진을 잇는 한국 최초의 철제로 된 인도교가 설치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조선총독부와 건설부 소유였다가 한강종합개발 과정에서 민간에 이양됐고, 1995년 일제지명개선사업에 따라 이름을 바꾸었다.

 

 

 

 ▲ 한강 노들섬에 강태공이 드리운 낚싯대가 외롭다. ⓒ박상건

 

1906년부터 한강 결빙 관측

6․25 발발 직후인 6월 28일 국군은 북한군의 남하를 늦추기 위해 한강 인도교를 예고 없이 폭파했다. 따라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던 전쟁 상흔이 배인 섬이기도 하다.

 

 

 ▲ 노들섬에는 한강 결빙관측 지점이 있다.

ⓒ박상건

 
아무튼 노들섬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여름에는 수영장과 낚시터,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그칠 줄 몰랐다. 1906년부터 한강 결빙 관측 지점이 있는 섬이 노들섬이다.

지금은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과 강태공들이 즐겨 찾고 있다. 그리고 수상스키 동호회 등 서울시민들의 파워 넘치는 열정의 레저 공간이기도 하다.

노들섬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이겨레(25)와 김지은(23) 씨를 만났다. 그들은 “시내 데이트 장소가 영화관, 카페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한강변과 감춰진 섬 길을 걸으면 한적한 길에서 만나는 새소리 물소리 등이 운치가 있고 접근성도 좋아 자주 찾는다”면서 “이곳에 문화센터가 들어서면 더 자주 들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들섬에서 자주 낚시를 즐긴다는 정규일(48) 씨는 “어릴 적 추억도 담겨 있고 한적하게 낚시를 즐기는 아주 좋은 휴식처죠. 하얀 물살을 가르는 수상스키, 유람선, 물새들을 보면서 낚시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어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페라하우스가 생기면 이런 공간이 사라질 것 같아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2013년 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정

노들섬에는 현재 문화예술센터 부지 팻말이 능수버들 아래 서 있다. 이곳에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는 2013년까지 오페라하우스와 심포니홀, 그리고 청소년 야외음악당 등 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연장을 지을 계획이다. 주 5일제와 소득 2만 달러 시대 도래로 문화체험 욕구가 급증하면서 서울을 세계적 문화도시이자 동북아 문화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동경 신국립극장, 싱가폴 에스플로네이드,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베이징 국립대극장, 상하이 동방예술센터 등이 있듯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문화예술 수준을 한층 끌어 올리고 랜드마크 역할도 해내겠다는 것이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일단 한강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수변공연장 등 복합문화예술단지로 탄생한다. 그 크기는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규모이다.

지난 1993년 완공된 예술의전당 내 오페라하우스는 연면적 1만 3,200평에 말굽형 객석으로 2,34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을 비롯해 정통 연극을 중심으로 무용, 뮤지컬, 오페라 부파, 오페레타 등을 소화하는 710석 토월극장, 실험적인 소규모 공연을 위한 300∼600석의 자유소극장이 들어 있다.

새로 들어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유유히 흐르는 한강에 위치하여 오페라, 발레, 현대무용 등이 펼쳐지고, 심포니홀에서는 교향악, 실내악, 합창 등의 공연을, 청소년야외음악당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각종 이벤트와 마당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낭만적 문화공간으로 선보인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이다.

 

 

 

 

▲ 한강철교 밑을 내달리는 수상스키. ⓒ박상건 

 

 

* 이 글은 인터넷서울타임스(http://www.seoultimes.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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