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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11] - 여의도③ 유람선에서 본 서울야경

섬과 등대여행/한강의 섬

by 한방울 2010. 5. 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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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타고 보는 아파트 불빛 속 서울 야경
[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11] - 여의도③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pass386@hanmail.net

뭐니 뭐니 해도 여의도의 참맛은 한강둔치의 여유로운 산책과 유람선 여행이다.

둔치에서는 각종 동호회 모임과 연날리기 대회, 한강 수영대회, 어린이 한강 그림 그리기 대회 등이 열린다. 한강변 그 풍경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이를 그리는 상상화, 상상력 속에서 나를 반추하는 시간은 바쁜 도시인에게 더 없이 귀중한 여가 중 하나이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을 타고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는 일, 선상에서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즐기는 일은 각진 서울생활을 잠시나마 훌훌 털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 한강유람선 여의도 선착장. ⓒ박상건

 

여의도 선착장과 한강 유람선

유람선 안에서 생맥주 한 잔씩 나누며 잡지사 편집회의를 하기도 하고, 대학생들과 함께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한강의 야경을 취재하고 풍경을 촬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마도로스가 선상으로 나와 직접 사진을 찍어주고 포즈를 취하며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 한강 오리배. ⓒ박상건

 
여의도 선착장에서 선유도 쪽을 오고가는 유람선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매우 이국적이었다. 한강에서 바라다 본 서울은 ‘또 하나의 섬’이다. 불빛에 갇힌 작은 산과 아파트 단지는 또 다른 풍경의 조합으로 다가선다.

유람선을 타지 않더라도 노을 질 무렵 유람선 선착장에서 고독을 즐기는 맛도 괜찮다. 밧줄에 매달린 몇 척의 작은 배, 그 배들 옆으로 미끄러져가는 유람선을 조망하는 맛도 좋다. 문득, 이런 시 한 편을 읊조리면서.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든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 박용철, ‘떠나가는 배’ 전문

<시문학> 창간호에 실렸던 이 시는 노을에 빠진 한강의 나그네와 유람선 항해 분위기에 어울렸다. 1930년대 식민지 현실 속 민족의식과 당시 한 젊은이가 겪어야 했던 정신적 갈등을 두고 쓴 작품이다.

 

 

 

 ▲ 마포대교 야경. ⓒ박상건

 

서울의 낭만을 즐기다

동행한 대학생들에게 “취업난에 골머리를 앓은 너희들과 시대적 배경이 흡사하다”고 말했더니 “젊은 나이를 무기력하게 눈물로만 보낼거냐~ 나 두야 가련다”라고 패러디로 호응했다.

그러면서 한 학생이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자 옆에 있던 대학생들이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떠나는 배’라는 노래이다. 강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노래 부르는 그 모습까지 한강에서 만들고 즐기는 추억이 됐다. 외국인들은 그런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모습을 찍고 있었다.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느메뇨
강남 길로 해남 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 없이 꾸밈 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 정태춘, ‘떠나가는 배’

그렇게 한강은 낭만과 추억의 물결로 일렁이게 한다. 선상에는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연인들 모습이 눈에 띈다. 그 모습대로 정겹고 평화롭다.

유람선은 여의도를 떠난 지 1시간 후에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음악과 밤 그리고 한강. 도시의 유랑자와 방랑자는 그렇게 아름답게 한 물결로 출렁인다.

● 여의도 가는 길
- 여의나루역 2번 출구(20m) : 261, 362, 753, 5534, 5615, 5618, 5633, 5713 ,6633, 7611, 7613, 1008, 순환버스 61
- 여의나루역 1번 출구(10m) : 261, 360, 461, 753, 5534, 5633, 5713, 6630, 6623, 7611, 9409
- 5호선 여의나루역 2,3번 출구 이용
- 한강철교를 지나 63빌딩 앞 진입로 이용
- 여의도 밑으로 진입하여 노량진 수산시장 방향으로 들어온 후 63주차장 이용
- 원효대교를 건너 남단램프 이용 윤중로 진입 후 300m지점에서 공원진입
- 유람선은 선착장과 코스별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여의도 유람선선착장(3271-6900)

 

* 이 글은 인터넷서울타임스(http://www.seoultimes.net)에도 동시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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