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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6] - 선유도 ③ 시인묵객 선유정

섬과 등대여행/한강의 섬

by 한방울 2010. 5. 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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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묵객들이 예술향기 풍기던 선유정
[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6] - 선유도 ③
2010년 05월 3일 (월)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pass386@hanmail.net

한강물을 끌어올리는 취수펌프장을 재활용한 선유도 휴식공간에는 차와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한강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런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정겨워 보인다. 한강과 강 건너 서울의 북쪽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지점이다. 외벽을 덮은 담쟁이덩굴과 버드나무 세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덩굴을 살리기 위해 건물 외벽을 그대로 두었다. 건축이 친자연적이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알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다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전문

“담쟁이처럼 살라”는 말이 있다. 담쟁이처럼 벽 앞에서 절망하지 말고, 일순간의 대박에 취해 살지 말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라는 말이다. 씨 뿌리는 대로 거둘지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지니 성급하지 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무소의 뿔처럼 가라는 것이다.

이런 삶의 방식을 마케팅 심리학에서 ‘넝쿨 심리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담쟁이 넝쿨은 90도로 경사진 벽을 오르면서 서로 잎사귀에 의지해 줄을 대고 서로 이끌면서 담벼락을 기어오른다. 암벽등반 하듯 앞서 오른 잎이 뒤따라 올라오는 잎에게 동아줄 같은 줄기를 내밀면서 오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행인가?

 

담쟁이의 일생은 시골 초가지붕 시절에도 노란 흙돌담을 기어 올라갔고, 세월이 지나서도 어느 바닷가 펜션 창 밖에서 뻗어 오르고 있었다. 장충동 명동 어느 예배당 붉은 흙벽돌에서도 푸른 덩굴손 당당히 흔들며 그들만의 생명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다시 한강변 선유도에서 푸른 허공을 타고 기어오르는 위대한 풀들의 생명력 앞에서 겸허해진다.

 

 

 

 

 

 
▲ 선유정

 

선유도에서 보는 한강변 노을
그리고 다시, 선유정으로 향한다. 선유도가 개발로 망가지기 이전에 있던 정자다. 선유정수장을 생태환경공원으로 조성하면서 한강변에 소박하지만 전통미를 살린 선유정을 세웠다. 선유정 앞으로 한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고 맞은 편 난지도 등 한강의 또 다른 섬과 이국적 도시 이미지를 교차시키는, 또 다른 조망 포인트다. 그러면서 옛 선유봉 기슭 아래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던 시인묵객들의 예술향기를 더듬거나, 각진 서울생활을 잠시 잊고 여백의 삶을 아름답고 한가하게 그려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선유도에서는 보는 노을은 남녘바다 수평선 아래로 지던 안면도 꽂지해변이나 한려해상공원의 따뜻한 석양을 오버랩 시키기에 충분하다. 그 노을빛에 나그네도 물들면서 옛 추억의 오솔길에 젖어들었다.

 

 

 

 

 

▲ 한강변 노을

 

 

 

* 이 글은 인터넷 서울타임스(http://www.seoultimes.net)에 동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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