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향은 지도상에서 승용차로 갈 수 있는 육지의 마지막 길 완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땅끝마을이 도로의 끝인줄 알고 있지만
해남 남창이라는 지역과 완도군 군외면 달도와는 30미터 정도의 수로 위로 다리가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달도와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가 한강철교 크기로 다리가 이어지고
이 길은 더 달려서 고속버스의 종착지점은
완도군 완도읍 개포리 터미널에 이르지요
(사진: 해남 남창 지나 완도 달도와 본섬 완도를 잇는 완도대교로 현재 확장 중이다)
아무튼
저는 그 고향가는 길로 가던 중에
함평 지나 무안쯤에서 폭설에 갇혀
엄금엄금 기어 목포에 당도했습니다
서울을 떠난지 정확히 6시간 50분만이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세상입니다
10여전 까지만 해도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11시간, 18시간 걸릴 때도 있었니까요
그동안 도로 많이 뚫렸죠
고속철도 생기구요
아무튼 길이 막혀 더 가지 못하고
목포역 부근 찜질방에서
아들은 게임을 하고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넉넉한 호주머니 사정은 아니지만
아들과의 모처럼 나들이이라는 생각에
고향 가는 마음은 가볍고 그 길목이
한층 새롭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들은 게임을 통해
저는 글을 통해 간접 대화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 눈발 속의 돌부처가 모든 이의 안전한 귀향을 기도하는 듯 합니다)
지금 목포에는 대설주의보답게
도로에 차선이 보이지 않고
온 천지가 수북한 눈발로 층층이 쌓이고 있습니다
우주와 인간의 인연의 다리를 잇는 과정이거나
우주와 인간의 대화 장면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여튼
도로를 기어다니는 차들은 마치 꽃단장한
운구차량 행렬 같습니다
지상에서 죽어서 맺은 우리와의 인연쯤이라고 해두죠
눈발이나 길이 막혀 어쩔줄 모르는 것은
찜질방에 있는 이 섬놈 나그네와 같은 신세인 셈이죠
그것도 우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의 인연인 셈입니다
(사진: 제 고향 집 장독대입니다. 항아리 속의 아득한 사랑과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아무튼 지금 전국의 민족행렬이
연어 떼처럼 고향으로 가고 있겠지요
고향, 그 거대한 영혼의 성터....
그 성으로 가는 길, 지칠 때마다
차창으로 펼쳐지는
강촌이나 산촌, 혹은 어느 국도변에서 마주친
동구 밖 표정, 혹은 굴뚝 연기를 바라보며,
그것이 아늬 고향풍경이라는 생각을하며
정겨운 남행 길이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 민족은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이 땅의 농어민의 후예이고
어느 산골 나무꾼의 후예들이었던 셈입니다
우리 모두가 객지의 이방인이었지만
그렇게 결국은 한 민족의 한 핏줄이었노라면서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로 미소 지으며
함박눈처럼 서로에게 묵언의 덕담을 눈발처럼 날리면서
남으로 남으로 편안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고향...
세상은 다 변해도
맨 처음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결같은 그 자리에서
운명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무 이해관계 없이,
무조건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가장 원초적이고
세상 최초의 인연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늘, 이 설날 연후에만이라도
우리네 인연과 하나됨을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다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지요.
문득, 문정희 시인의 '첫눈'이라는 시의 몇 구절이 떠오르네요
[기도가 하늘에서 내려옵니다/내 잃어버린 시간에/쓰러지는 눈빛으로/당신의 내의를 마련합니다]라는 시처럼, 눈발에 새해 새 소망을 빌어 보시길 바랍니다. 천천히 운전하면서 오히려 모든 가족친지들의 행운을 빌어 보시길 바랍니다.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머뭇거리며/....//아아 한 생애에 돌아오는/목소리]로 들리지 않는 눈발에서 더 큰 사람의 울림을 받으며, 하얗고 기분좋은 마음으로 눈발을 가슴에 끌어안고, 그렇게 남으로 남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고향 가는 길, 대설주의보의 쓰라림보다는 하이얀 추억을 아름답게 보듬고 설날로 향하는 아름다운 동행이길 바랍니다.
(사진: 완도 고마도 사람들이 먼 길을 달려와 다시 개인 배를 빌려타고 고향 섬으로 가는 모습입니다)
남쪽바다로 내려오는 길에 라디오 뉴스를 들으니 인천 앞 서해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2만여 섬 귀성객들이 여객선터미널에서 발길을 돌렸다고 하더군요. 안타깝습니다. 섬사람들의 애환이기도 합니다. 바로 앞 포구에서도 갑자기 파도가 높아지면 방파제 안으로 여객선이 들어가지 못한 채 뱃전을 돌려 자식들은 배에서, 마중나온 부모님들은 포구에서 손을 흔드는 것으로 만남 아닌 만남을 갖고 서울로 되돌아가는 풍경이 부지기수이었지요.
아무튼 뱃길이 빨리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도로를 달리는 귀성객들도 고향 가는 길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사랑과 평안', '그리움과 추억'만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한 해가 가고/또 올지라도//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라는 김종길 시인의 ‘설날 아침에’라는 시처럼 그런 설날을 아침을 모두가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 여러분, 고향 집 마당까지 무사히 당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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