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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떠난 새벽 낚시이야기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7. 12. 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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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에 미쳐 사는 아들이 어느날 낚시에 미쳐간 일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니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이따금 우리 부자는 낚시를 떠나는데 그 때마다 거센 풍랑을 만나 아들은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고기를 못 잡을수록 성질 급한 녀석은 멀미의 강도가 높았다.

 

그리고 벼르고 벼르던 선상낚시의 날이 왔다. 아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떠나기 전부터 멀미약을 미리 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선상 낚시 떠날 일행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12월 23일 새벽 5시30분

그렇게 인천 남항부두 낚시선박 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돼 있었다.

 

승용차에서 잠시 쪼그려 졸다가 바닷가로 향했다. 22일 토요일부터 아들은 설레인 가슴으로

그리고 출발 시간을 지키기 위해 서울 잠실에서 미리 인천으로 향했다.

 

토요일(전날밤) 잠을 한숨도 자지 않고 낚시 꿈에 가슴 부풀던 소년만큼 아빠의 가슴도 그랬다.

 

그렇게 새벽까지 잠 못이루고 낚싯배에 올랐다. 잠이 모자란 낚시꾼들은 객실에서 새우잠을 잤다. 아들과 나는 새벽 갯바람이 완연한 바다를 40분 넘게 달렸다.

 

 

 

한동안 덕적도 자월도 일대 포인트를 돌면서 낚싯줄을 던졌지만 입질을 받지 못했다.

연이은 밑걸림에 봉돌을 참 많이 날렸다.

 

마침내 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얼굴을 내밀고 우럭이 아들의 손맛에헌신하기에 이르렀다.

영흥도와 대부도 사이 바다에서였다.

 

 

속으로 외쳤다.

우럭님 만세~~~

내 아들 만세~~~

서해바다여 만세~~~~

 

 

 

파도가 높고 바람이 더욱 세졌다. 그럴수록 입질을 못 받은 사람들은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나는 너무 잘 안다. 빈손으로 돌아오던 낚시의 추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부자는 우럭 4마리를 잡았다. 점심을 배에서 간단히 때우고

배가 다음 포인트로 이동한 시간에 잠 못 이룬 아들은

객실에 누웠다가 일어나지 못했다.

 

뒤늦게 멀미 기운에다가 못 다한 늦잠이 밀려온 듯 했다.

쪼그려 개구리잠을 자며 오후 4시40분경 인천 남항부두에 도착했다.

그리고 녀석은 못 잔 잠을 다음날 아침까지 늦잠으로 이어갔다.

다행이었다.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되는 날임으로.

 

지난 방학 때 청학동에 4주간 보냈던 나는, 이번 방학에는 무인도를 돌며

갯바위 낚시를 하려 한다. 그간 못다 한 대화를 하고, 섬에 대한, 바다에 대한 이야기와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낚시를 하면서

“인내와 시간은 무력이나 분노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낸다.”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고 싶다.

 

견습록에 나온 이야기처럼,

“단순한 지식은 아무리 많이 쌓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이 되는 것은 백가지 단순한 지식보다 몸으로 익힌 산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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