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섬과 등대기행 ⑧ 승봉도

섬과 등대여행/서해안

by 한방울 2004. 2. 21. 08:37

본문

섬과 등대기행 ⑧ 승봉도

 승봉포구, 박상건, 박상건

 

 

자연과 더불어 안빈낙도하는 섬사람들

날씨가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이른 아침, 인천 연안부두로 향했다. 대합실에는 30∼40대 주부들이 짐 꾸러미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옹진농협 직원들과 농협 소속 고향주부모임 회원들이었다. 설을 앞두고 섬 주민들의 머리 깎아주고 영정사진을 찍어주러 가는 길이다.

인천 앞 바다는 온통 안개로 가득했다. 파라다이스 선장 박유호씨는 찌푸린 날씨만큼 눈 주름을 잡아끌며 연안부부 선박 사이를 서서히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선장실에 들어온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또 어딜 가세요?", "예, 농협에서 설을 맞아 어른들 이발시켜 드리려 가는데 동행중입니다", "예, 우리 회사에서도 고향 가는 분들을 위해 요금을 20% 할인해주기로 했는데...", "좋은 일이네요..."

서로 다른 두 가슴이 한 마음이 되는 것이 행복

여객선은 인천항을 빠져 나와 포말을 퍼 올리면서 질주를 시작했다. 뱃전에 나와 그 포말을 보면서 생각했다. 어려울수록 콩 조각도 나눠먹는다는 말. 세상이 안개바다일수록 훈훈한 정들로 서로를 위해 받쳐든 등불일 때 그것이 사랑이라고. 그 사랑의 희열을 느낄 때 그것이 행복이라고. 행복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서로 다른 가슴이 한마음으로 출렁이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무이도 자월도를 지나 이작도와 소이작도 사이 바다를 빠져나갈 때 안개 바다 가운데 푸른 등대가 보였다. 등대는 깊은 바다에 발을 담근 채 군함과 여객선의 항해를 돕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주는 일. 길잡이가 되어 편안함으로 다가서는 일. 그것이 사는 일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일이 아닐까. 그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1시간 30분만에 옹진군 승봉도 포구에 도착했다.

인천연안부두로부터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떠 있는 섬. 섬의 모양이 하늘로 승천하는 봉황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승봉도.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신씨와 황씨가 함께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만나 대피했다는 섬이래서 신씨와 황씨의 성을 따서 신황도로 불리다가 나중에 지금의 승봉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작아서 아름답고 옹골차고 생동하는 섬사람들

이 섬의 주요 교통수단은 경운기와 승합차였다. 논두렁 밭두렁 사이로 나지막하게 깔린 길들과 동행하며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풍경이 참 평화롭고 정겨웠다. 독일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이 화두는 오늘날 철학적 경제학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대중적으로 발전한 표현기도 하다. 작은 것은 늘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효율적이며 편하고 즐겁고 지속적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승봉도가 바로 그런 섬이다. 작아서 아름다운 섬. 야생초 해송이 우거지고 무공해 쌀과 채소, 바둑이 염소 송아지, 청정 해역의 물고기와 바지락 꼬막이 섬사람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섬마을이지만 오래 전부터 물이 좋고 먹을 것 많으며 산세가 수려해 축복 받은 섬. 걸어서 다 돌아볼 수 있는 해안 일주도로와 전교생이 6명뿐인 승봉초등학교 분교. 아름다운 섬임을 현실적으로 입증시켜 주는 것이 다른 농어촌과는 달리 당초 60여 가구에서 귀향 인구가 늘어나 현재 76가구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서해안 대표적인 향토 관광마을 섬

지나친 물질문명에 대한 욕망보다는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는 섬사람들. 승봉도 사람들은 청정해역에서 우럭, 꽃게, 소라, 굴을 잡고 농사도 짓고 민박도 하며 사는 대표적 향토 관광마을이다. 섬 주민들의 표정이 밝은 것도 보는 이마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대목이다. 해변 곳곳에 아낙들과 여행객들이 어울려 소라, 고동, 바지락, 낙지 잡는 모습이 보인다. 그 한가함과 여유. 낚싯배를 타고 조금 더 나가면 우럭과 놀래미를 많이 잡을 수 있다.

섬마을 마을회관에 이날은 유난히 웃음꽃이 만발했다. 미용 자원봉사자들이 회관으로 들어서자 구부정한 할머니가 "아이구, 추운디"하면서 자원봉사자 주부들 손을 꽉 잡으며 반겼다. 회관 안에는 젊은이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미용가운을 입고 이미 미용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 후면 막배를 타고 되돌아 가야함을 잘 아는 주민들이나 미용사나 저마다 몸놀림과 손놀림이 민첩했다.

옹진농협은 4년 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섬 주민들이 미용을 위해 인천으로 오가는 비용과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지금까지 41회째 1,790명의 주민들에게 미용을 해주고 미용 후에는 영정사진을 찍어준다. 임승일 조합장은 "조합원들에 대한 서비스이면서 조합 수익환원의 의미이죠. 앞으로 배삯과 생필품 유통비 등도 보전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주민과 여행객들이 어우러져 조개 낙지 잡는 풍경

미용 후에는 조합장과 주민들간 마을 현안을 싸고 토론이 이어졌다. 승봉도의 상징이기도 한 이일레해수욕장에 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 남쪽해안에 1,300m 가량 해변은 모래 채취작업이 거듭되면서 생태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발바닥사이로 모래가 스며드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잘고 빛깔 좋은 백사장이었고 뒤로는 울창한 숲이 병풍으로 둘러쳐진 해변이 급속한 모래유실과 어장파괴를 불러온 것이다.

갑론을박이 이어진 후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한 포장을 해달라는 건의가 잇따랐다. 정해진 예산은 국민의 혈세인 만큼 합리적이고 마을간 균형발전을 위해 우선 순위로 집행하고 있다는 조합장 답변과 승봉도 오랜 숙원이었다는 주민간 토론을 보면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토론 그 자체로도 보기에 참 좋은 풍경 중의 하나였다는 생각이다.

이어 솔 향기와 함께 야생화가 지천으로 흩어진 솔숲을 거쳐 남동쪽 끝자락의 부두치 해변으로 갔다. 파도가 많이 부딪힌다 해서 '부디치'라고 부른다. 모래와 자갈, 조개 껍데기가 섞인 신비로운 해안이었다. 그 앞에 작은 돌섬 하나가 있었는데 밀물 때는 섬처럼 보이고 썰물에는 모래톱이 드러나는 삼각지대 형태의 섬이었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손수 바지락을 캘 수 있고 민박집에 가져가면 큰솥단지에 장작불로 삶아주기도 한단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던 남대문바위...

버끈내 해변에 있는 남대문바위는 해안선에 수평으로 구멍이 나있었다. 바위모양이 남대문 같다하여 부르게 되었다는데 볼수록 코끼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한 주민은 "우리도 그리 생각은 하는데, 복잡한 세상에 이름 바꾸려면 몇 십 년은 걸릴 것"이라며 "당시 섬사람들은 서울에 갈 수 없었고 바위 아래 드나드는 것만 생각해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사랑하는 연인이 다른 섬으로 시집가려하자 두 사람이 이문을 넘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해서 지금도 젊은 여행객들이 이 문을 지나며 사랑을 꿈꾼다고 전했다. 바로 옆 섬모롱이에 촛대를 닮은 촛대바위가 있었다. 남해안 홍도 촛대바위보다는 작
았지만 섬 끝자락 풍경에 운치를 해주고 있었다.

부채바위도 있었다. 측면에서 보면 부채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햇살이 쏟아지면 황금색으로 보인다. 옛 조상 가운데 유배생활을 달래며 이곳에서 시를 썼고 다시 유배가 풀리고 장원에 급제하곤 했다는 설이 전해져 요즈음 고시생과 수험생들이 자주 찾아온단다. 승봉도 바로 앞에 떠있어 배로 5분 거리면 갈 수 있는 사승봉도는 광활한 은빛 백사장이 이국적 분위기를 풍겨주는 곳으로 물이 빠질 때 그 풍경은 절정을 이룬다.


● 미니상식/ 모래(sand)에 대하여
모래는 지름 0.02∼2mm 사이 암석조각을 말한다. 크기에 따라 생김새에 따라 그 명칭이 다양하다. 퇴적 장소에 따라 산사 강사 해사 사구사 화산회사 등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대표적 모래섬은 안면도와 태안반도 사이 죽도이다. 이 섬은 조개 꼬막이 많았으나 최근 간척공사로 육지가 되었다. 바다 등지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배를 준설선이라 부른다.

모래의 운명이 엇갈리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기 때문. 건물 용도에 따라 점토와 모래, 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해 기초공사를 다진다. 태안반도와 옹진군 섬 주위가 바다 모래 주요 채취지역이다. 채취량이 50만㎥ 이상일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업자들은 채취면적을 분할해 신고함으로써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런 사이에 해양자원이 고갈되고 어장이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것이다.

● 승봉도 가는 길
1. 제2경인고속도로=>서창 IC=>서해안고속도로=>월곳IC=>좌회전(직진)=>시화방조제 검문소=>시화방조제=>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승봉도
2. 경인고속도로(종착점)=>인천항 사거리(좌회전)=>백주년기념탑(우회전)=>해양경찰청 사거리(좌회전)=>연안부두=>승봉도
대부해운(032-886-7813)/원광해운(032-884-3391)/우리고속훼리(032-887-2891)/옹진군청(032-883-7035)/옹진농협(032-885-2001)

'섬과 등대여행 > 서해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과 등대기행-자월도  (0) 2004.04.13
섬 기행-작약도  (0) 2004.03.10
기행-실미도  (0) 2004.03.08
섬과 등대기행-영흥도  (0) 2004.02.25
안면도의 갯바람  (0) 2004.02.1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