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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사람 기쁜우정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4. 2. 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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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내가 서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일입니다풍진 세상에 살아갈 힘, 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의 길로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노숙자의 등허리 따뜻하게 감싸주는 라면박스에게도 사랑이 있듯이사랑 없는 우리네 인생은 생명 없는 풀꽃입니다'사랑론'의 대가 스탕달은 말했습니다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방법은딱 한 가지밖에 없다고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자매들이우리가 버린 식당골목 찌꺼기를 쪼면서행복의 날개 짓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사랑하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우리는 눈물 흘리고추한 곳에서도 함께 슬퍼할지 알아야 합니다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은 그래서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단 한번만이라도 마음 줄 수 있다면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단 한 번이라도 사랑해 본 일이 있다면그 인생은 사랑 이상의 행복일 수 있을 것입니다불이 빛의 모체가 되듯이사랑은 언제나 그렇게 평화의 모체가 됩니다저녁 어스름 길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그 뒤안길에서 포장마차의 따뜻한 불빛이춥고 부산한 도심의 밤거리를 밝힙니다오늘은 구조조정 앞에서 부러진 앙상한 가지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사는 친구와여태 장가도 못 가고 고시원 방구석에서 10년째 고시준비 하는불효노릇 톡톡히 하며 사는 녀석까지 불러내꽁치에 소주 몇 잔 기울일 참입니다그들은 가난한 농군의 후손입니다저는 어부의 후손입니다다만 오늘은 제가 가장 유력한 재벌입니다오늘 제가 아르바이트 비용 탔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모두가 흔들리며 사는 세상오늘 저는 한번쯤, 기꺼이. 친구들의 가장 유력한 부자가 되어훈훈한 아줌마의 국그릇 사랑에 빠진 얼굴들 생각하며그 어머니가 끓여주던 우거지 한 그릇으로 받아 마시며쓰디쓴 소주만큼 깊은 우정의 잔 한잔씩 따라 돌려가며 마셔볼 작정입니다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행복하답니다내 술잔에 그들은 우정의 숨결을 불어 줄 것입니다그 우정의 잔에 저는 꽁치 살 뜯어 친구 입에 넣어줄 것입니다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오늘밤 밤을 지새워 이야기할 참입니다세상은 다 공허한 것입니다.그곳에 사랑이 머무를 때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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