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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 속의 투망질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3. 6. 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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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소 좋아하던 언론계 동지분들과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로 향했습니다
장마전선이라 빗줄기가 차창을 두들기기 시작했지만
워낙 비를 좋아한지라 마음은 차분해졌습니다
남들은 출근길 지체에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우리는 역으로 바깥 나들이간 기분도 괜찮았습니다

마석을 지나 유명산 재를 넘고 있을 때
깊은 산자락마다 이내가 자욱했습니다
우리는 그 재에서 마 한잔을 마시고
수박 한덩어리 사고 밀집 모자를 사서 쓰고
모곡밤벌이라는 홍천강 깊은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방갈로 몇개가 계곡에 처져 있고
먼저 온 어느 연인들이 비내리는 방갈로에서
계곡 물소리를 배경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속삭이던지 말던지
우리는 밤바지로 갈아 입고
비 내리는 홍천강에 투망질을 했습니다
모래무지 쉬리 불거지 등이 파닥이며 잡혔습니다
비는 더 거칠게 내리기 시작했고
온몸이 비에 젖어 있었습니다
빗줄기 속에서 퍼져나가는 투망질의 선명함....
얼마 후 흐르는 물줄기에 고기를 다듬고
방갈로에서 버너를 데피기 시작합니다
아 이 성찬....
방갈로 천장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굵어질 수록
우리들 마음도 설레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이야기도 깊게 깊게 젖어갔습니다

내친 김에 동해바다로 떠날까
동해안 일주를 시작할까 하다가
다시 돌아온 잠실벌
호프로 이별주를 나눠 마시고
우리는 다음 주 섬으로 보름 간의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아쉬움을 접었습니다

지금 홍천강에는 햇살 눈부시고 있겠다
아니면
여전히 빗줄기가 푸른 계곡을 빗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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