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떠난다는 것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3. 6. 25. 09:49

본문

섬으로 들어가 낚시나 하며 지내다 오려 합니다
여름바다는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게운하고 싱그럽지요
하긴 떠나고 노는 게 취미이고
그렇게 떠돌며 방랑하는 게 일상이지만요

서울이라는 데는 참 사람을 옭아 매면서도
어디론가 자꾸 떠나게 하는 자극제 같은 것을 주어서
그런 대로 의미있는 도시인 듯 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데모를 하고
교통체증은 밤먹듯이 하고
지하로 내려가면
파업의 그림자가 우리를 인내하며 더디게 걷게 하고
무엇이 저토록 관계없는 삶까지 옭아매려 하는 것인지
비는 무심히 내리고
누군가 대답은 허공에 떠 있고
우리를 선문답 속에서 살게 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싸움질을 하고
이곳 저곳에서 말도 안되는 논리로
서로가 참 민주주의라고 지껄이고
제 잘난 맛에 상대의 멱을 잡거나 삿대질을 하고
그들을 일러 정치권력이라고 부르고
언론권력이라 하고
서로가 변해야 한다고 목청 돋우면서도
제 변한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채
오늘도
서로가 대치하고
아웅다웅하면서
앞에서 웃고
뒤에서는 다시 시위를 겨누며 반복되는 일상이네요

그런 일상으로부터 저의 해방구 섬으로 떠나려 합니다
제가 발붙이고 서 있는 이곳이
분명 세상인지
사회이고 국가인지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정도인지 이탈인지
늘상 가치관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 것들을 골똘히 생각할 즈음에 조우하는
저 것은 무엇입니까?

다시 암자로 들가는 스님의 뒷모습이 그립고
책방에 들렸다가 다시 돌아가는 수녀의 머리칼이 싱그럽고
여행사 대형버스에 올라타 무박2일의 여행을 떠나는 셀러리맨
아이들 손 잡고 갯펄탐사 떠나는 엄마의 손길에 희망이 빛납니다
그렇게라도 도심을 벗어나려는
소시민들의 몸부림은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 가운데 저도 살짝 끼여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살짝 끼여
서로 한마음의 물줄기로 흘러가고자 하는 게지요
어디론가 떠나는 아름다운 강물 같은 삶들이 되어
우리는 더불어 흘러 흘러 어디론가 떠나려하는 게지요
뒤척이는 삶들 안으로 철썩 철썩이면서 흐르는 강물이고자 하는 게지요

그런 몸부림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양계장 닭들의 반란 같은 것이 떠오르고
그드르이 홰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그 소리들이 허공에서 내일의 희망을 찾아가는 듯 합니다
그렇게 살아있구나 싶고
그렇게 살아 있어 다행이다 싶어지는 게지요

방학이나 휴가철이 다가오는군요
여러분도 먼 길을 떠나봄이 어떨런지요
그리하여
여백에 잠시 접어둔 아름다운 그림 한점 멋지게 그려봄이 어떨런지요
그럼 저는 이렇게 떠납니다


* 첫시집 [포구의 아침]에 보내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 박상건 홈페이지: www.pass386.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