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이 유속에 흔들리며 수초 물어 나르기에 분주하다
그렇게 수초 둥지에 알을 낳고 죽어간 빈자리에
수컷이 밤낮없이 흰 지느러미를 흔들어 쌓는다
물살에 뒤틀리면 돌멩이에 몸을 걸치고 다시금
부화를 위해 줄창진 저 지느러미의 부채질
20여 일을 꼬박 밤새워 흔들어 쌓던 지느러미가
파랗게 멍들어 숨을 멈추던 날
수초더미에서는 가시고기 새끼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치어들이 아비의 몸을 뜯어가며 세상에 눈뜨던 저 신성한 제례 앞에서는
어느 물고기도 아가미를 벌리지는 못했다
유어들이 어미의 속살로 세상 물살 헤치는 동강 섶다리에
아이들이 끌고 가는 송아지의 울음 높이곰 솟는다
- 박상건, ‘큰가시고기’ 전문
* 이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 <계간 섬>(www.sumlove.co.kr/) 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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