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마을과 포구(사진=섬문화연구소)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26 여수 꽃섬
나에게로 와서 꽃섬(화도)이 되었다
꽃섬 화도는 여수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22.2㎞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섬은 소의 머리를 닮은 윗꽃섬 상화도와 복조리를 닮은 아래꽃섬 하화도로 나뉜다. 상화도는 37가구 98명, 하화도는 27가구 31명이 산다. 영화 ‘꽃섬’에서 주인공 임옥남은 “꽃섬에 가면 모든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지이기도 한 하화도는 그렇게 여행자들에게 추억의 ‘꽃섬’으로 통한다. 섬도 사람도 그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될 때에 비로소 세상에 나로 존재하고 상대에게 사랑이 되고 기억이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말이다.
하화도는 임진왜란 때 인동장씨 가족이 뗏목을 타고 피난 중에 동백꽃 등이 흐드러지게 핀 섬을 보고 정착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또 이순신장군이 전선을 타고 가던 중 꽃이 만발한 섬을 보고 화도(꽃섬)로 명명했다고 전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대화도(大花島)로 기록된 섬이다.
꽃섬은 봄이 오면 봄바람을 타고 동백꽃, 구절초, 산개나리, 진달래, 원추리 등이 자지러지게 핀다. 진달래 등 야생화가 피고 지는 꽃섬 마을은 주황색 지붕의 풍경도 이국적이다. 숲도 꽤 울창해 걷기여행의 맛을 돋아준다. 길이 끊긴 듯 해안선으로 이어지는데 그 때마다 마주하는 기암절벽도 절경이다. 특히, 봄꽃이 필 무렵이면 화도는 제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섬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꼭 여수 화도를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화도는 봄빛이 아름다운 섬임으로.
꽃섬은 ‘81년도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표지판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만큼 선한 마음으로 사는 섬 마을 공동체문화가 아직도 전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지인에 대한 친절함도 돋보였다. 여객선에서 내려 발길을 떼면 맨 처음 마주하는 풍경이 동구 밖 느티나무인데 동화책이나 TV 문학관의 정겨운 시골 풍경처럼 여행자를 편안하게 맞아준다. 느티나무 그늘은 마을 사랑방이자 여행자들이 숨을 고르고 땀방울을 훔치는 쉼터이다. 작은 섬에 여행객들이 갑자기 몰리면 온 동네 주민들은 이곳으로 모여 돗자리를 펴놓고 파전을 부치는 등 주전부리와 남도의 소소한 추억 만들기를 거들어준다.
꽃섬 탐방로 입구(사진=섬문화연구소)
꽃섬의 해안선 길이는 6.4km이다. 이 가운데 꽃섬길 코스는 5.7km이다. 동네 뒷동산 오르듯 오솔길 따라 편하게 걸으면서 섬과 바다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걷는 이의 편의와 다양한 멋까지 배려한 듯 돌담길, 흙길, 징검다리, 천연 목재 데크 길이 잘 어우러졌다. 섬 끝에 서서 기지개를 한껏 펴며 해풍을 맞기도 하고, 다시 해식동 해조음에 귀 기울이면서 아련한 그 어떤 추억의 시간을 더듬으며 오솔길을 걷다보면 “사는 게 무엇인가?” “왜 사는가?”라고 반문하며 나를 재발견하고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사진 촬영은 빼놓을 수 없다.
눈을 들어 다시 바라보는 저 다도해의 풍경. 말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이다. 300m 길이의 ‘자갈도래’ 해변은 자갈퇴적층 바닷가로 수심이 얕아 해수욕하기에도 좋다. ‘칠때’는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곱 개 바위섬을 말한다. 이곳은 농어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입질을 즐기고 싶다면 길게 포물선 그으며 낚싯줄을 던져보시라.
꽃섬 걷기 구간은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걷기 코스는 선착장→휴게정자1→휴게정자2→순넘밭넘구절초공원→큰산전망대→깻넘전망대→큰굴삼거리→막산전망대→애림민야생화공원→선착장 구간이다.
휴게정자에서는 잠시 호흡을 고른 후 600m 정도 더 걸어가면 구철초공원 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를 ‘순넘밭넘은 고개’라고 부른다. 오래 전 마을사람 ‘순’이라는 사람의 밭이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 조금 더 걸어가노라면 ‘큰산 전망대’ 표지판이 나온다. 꽃섬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해발 118m에 불과하다.
큰산 전망대를 넘어가면 깻넘 전망대와 막산 전망대를 잇는 출렁다리가 있다. 이 출렁다리는 2017년 3월에 만들었다. 다리 아래로 반짝이는 푸른 바다 빛깔과 절벽에 낀 푸른 이끼를 흔들어 쌓는 갯바람과 파도소리의 하아모니가 절창이다. 천혜의 남해 쪽빛바다 꽃섬에서 마음과 영혼에 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섬 여행의 멋과 맛일 게다.
꽃섬 돌담고개서 바라본 마을 풍경과 맞은 편 상화도(사진=섬문화연구소)
비밀의 화원처럼 이어지는 동백숲길(사진=섬문화연구소)
선착장 출항객들과 여객선(사진=섬문화연구소)
큰굴삼거리의 유채꽃도 봄 바다와 장관을 이룬다. 유채꽃밭을 지나 야생화공원이 나오는데 배 시간이 촉박하거나 먹거리를 즐기는 시간을 더 갖고 싶다면 과감히 이 지점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게 좋다. 여기까지 걷는 데 소요시간은 1시간이다. 자고로 여행이란 여유의 균형이 중요한 법. 마음이 편치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이 지점 이후부터는 해안선 지형과 볼거리 소재들이 다소 중첩되는 느낌과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시간대임을 감안하자.
아무튼, 그렇게 꽃섬은 각진 일상에서 벗어나 여백이 있는 공간, 그런 시간의 여행코스로 제격이다. 바로 앞으로는 사도라는 섬이 보이는데 가볼만한 섬으로 추천하고 싶은 섬이다. 바다가 갈라지는 등 스토리가 있는 섬이다. 낚시, 펜션 등 편의시설도 준수하다. 갑오징어, 농어, 숭어도 많이 잡힌다. 이곳 수산물은 여수시내 횟집과 수산시장에서 특산물로 팔린다. 옆 섬 개도 역시 숭어가 많이 잡힌다. 화도에 가면, 일정이 허락한다면 이들 섬을 패키지여행 코스로 잡길 권하고 싶다.
아무튼 하화도, 하화리로 불리는 꽃섬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대표 걷기 길로 선정한 곳이다. 해양수산부에서 봄에 가볼만한 섬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또 다른 남도의 걷기코스로 선정된 바 있는 해남 달마고도, 고흥 미르마루길, 완도 청산도 슬로걷기 길과도 근접성이 좋음으로 화도를 기점으로 인근 시군의 연계 여행도 고려해볼만 하다.
한편, 전남관광 순환버스인 ‘남도 한바퀴’는 매주 목요일 광주버스터미널과 송정역에서 꽃섬 코스를 운행한다. 여수에서 꽃섬 가는 여객선은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과 백야도 선착장에서 출항한다. 남도 한바퀴 버스(062-360-8502),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061-663-0116~7), 백야도 선착장(061-686-6655).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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