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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특집] 당사도등대, 항일운동 숨결로 불빛을 밝히다

섬과 등대여행/서해안

by 한방울 2019. 2. 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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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를 밝히는 등명기와 제주도 쪽 바다(사진=섬문화연구소)


3.1혁명 100주년 특집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25 전남 소안면 당사도등대

 

등대는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위험한 해안선, 급류와 암초, 항구와 방파제, 외딴섬 등에 세워진다. 등대는 일본이 1876년 병자수호조약을 빌미로 우리나라 개항과 해안측량, 항구에 거주한 일본인을 위해 설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은 청일전쟁 때 우리 땅으로 전쟁 물자를 실어 나르던 중 조난사고가 잇따르자 우리 측에 등대 설치를 강요했다. 우리 국민들 노동력을 착취해 강압적으로 등대를 세우면서 섬 주민들은 격분했고 마침내 등대를 습격하는 등 항일운동이 일어났다. 본지는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의 현장인 전남 소안도, 당사도, 당사도등대 편을 3회에 걸쳐 특집으로 연재한다.

 

항일운동의 숨결 되살려 영원한 불빛을 비추다

 

노화도 동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당사도로 들어설 때 섬 왼쪽 끝자락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유서 깊은 당사도등대이다. 당사도등대는 소안면 당사도리 1번지에 위치한다. 등대로 가는 길은 원시림의 숲길이다. 섬 전체가 난대성 수목으로 우거져 인공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아름드리나무가 많아서 가난한 시절의 주민들은 나무를 베어 생계를 이어갔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역인 당사도는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해식애가 발달했다. 산지에는 야생사슴과 흑염소가 살고 동백나무, 후박나무, 돌가시나무, 광나무, 진달래, 춘난, 벚꽃, 해당화, 사구절초 등 다양한 상록활엽수림과 식생이 분포한다. 등대 아래 해안은 수달이 살고 해국, 부처손, 일엽초, 털머위, 밀사초, 파래가 암벽에 자생하며 파도에 나풀거리는 모습이나, 파도가 밀려간 자리마다 갈고동 총알고동 희귀무척추동물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런 청정 해양생태계 때문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06년 이 지역을 보존가치가 큰 특정도서로 지정해 보존해야 할 도서로 선정했다.

 

당사도등대는 우리나라 최초 무선방향탐지기를 설치해 무선방위측정 업무를 실시한 등대로써 팔각형 흰색 콘크리트 구조물로 세워졌다. 내부는 나선형 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당사도등대는 등고 109m, 등탑 높이만 21m이다. 1969년 항공식 등명기로 거듭나 등대 불빛이 41km 거리까지 비춘다. 또 무신호로 전기혼이 자리 잡고 있고 이 사이렌 소리는 약 3km 거리까지 들린다. 40초 정명에 8초간 취명으로 안개 발생 시 주변선박들의 안전항해를 돕는다. 19091월 석유를 사용해 불을 밝혔는데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의 군용 통신기지로 사용되어 공습으로 크게 파손된 바 있다.

 

당사도등대에는 항일전적비가 있다. 일본은 1876년 병자수호조약을 빌미로 우리나라 주요 항구의 개항과 해안 측량권, 개항장에 거주한 일본인의 치외법권 등을 추진했다. 이에 격분한 인근 소안도 출신 동학군 이준화 선생과 해남의 이진 선생 등 5~6명의 어민들은 1909224일 당사도등대를 습격해 일본 등대간수 4명을 사살하고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의거를 일으켰다. 이 전적비는 그런 어민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 등대 앞마당에 세워졌다. 항일운동의 역사적 숨결을 되살려 영원한 등대 불빛으로 되살리며 지금도 청소년들의 체험학습장으로, 국민들의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사도 등대 전경(사진=섬문화연구소)


항일운동 때의 당사도 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당사도등대는 일제 때 부서졌던 것을 1948년에 복구했다. 194512월 교통부 목포지방해운국 소속으로 출발해 197712월 목포지방해양항만청 소속이 되었다. 19888등대에서 항로표지관리소로 그 명칭이 바꿨다. 19991월 자지도항로표지관리소에서 다시 당사도항로표지관리소로 이름도 바꿨다. 200811월에는 대대적인 등대 종합 정비를 통해 아름다운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100년 동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어두운 바다의 밝혀온 등대는 8.2m 옛 등탑은 2006년 등대문화유산 제21호로 지정돼 등탑 원형이 잘 보존돼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일본의 수탈을 맞서 주민과 의병들이 1909년 의거를 일으킨 역사성을 헤아려 2018101일에 항일 독립 문화유산으로서의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제731호로 등록됐다.

 

등대 앞바다는 급류가 흐르는 해협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당사도등대에서 불을 지피면 인근 소안도에서 안전하다는 표시로 알고 당사도로 입항했다. 현재 당사도 등대원들은 모두 3명으로 8시간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소안군도와 추자도 군도 사이를 항해하는 대형선박과 어선들에게 20초에 한 번씩 불빛을 쏘아 안전항해를 위한 길라잡이로 연안등대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등대원들은 일몰과 일출 때 등대를 켜고 끄는 일을 주로 하면서 안개가 자욱할 때 무신호를 울린다. 평소 등대 시설장비 안전점검 및 보수를 하고 축전지 충전업무 및 주변 환경을 정리 정돈한다. 위성항법보정장치 DGPS의 가거도 감시국의 관리운영과 기상 및 해양관측 위탁업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인근 무인표지 기능 검시 및 복구지원도 맡는데 주변 해역에 있는 죽굴도, 중리, 양도, 여서도, 서넙도, 흑일도, 횡간도, 황제도서단, 갈두항방파제, 소안항북방파제, 소안항서방파제, 어란진동방파제, 어란항서방파제, 여서도항동 발파제, 여서도서방파제, 청산항남발파제, 청산항북방파제 등 17개 무인등대를 관리한다. 그리고 각씨여, 대서, 메에루암, 석도, 용전초, 출운초 등 6개 등표도도 안전한 선박의 항해를 돕고 있다.

 

작지만 당찬 섬 당사도에는 태양광발전을 담당하는 한국전력, 파출소가 있는데 등대 관리소와 함께 유일한 정부, 공공기관들이다. 그래서 등대원들은 크고 작은 마을 경조사를 챙기는 휴머니스트의 나나들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어민들과 365일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 내가 등대를 찾아간 그날, 노영태 등대원은 들개에게 습격당해 새끼들과 암놈까지 잃고 비틀거리며 등대를 찾아온 수컷 야생염소를 등대마당에 묶어두고 치료하며 보호하고 있었다.

 


등대로 가는 원시림(사진=섬문화연구소)


들개에게 가족을 잃고 등대로 도망온 흑염소가 등대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섬문화연구소)


등대로 오는 산중턱에서 돌담 흔적들을 볼 수 있었는데, 오래 전 4~5채 집이 있었던 자리였다. 주민들이 뭍으로 떠나면서 짐승들을 놔두고 떠나면서 개들은 사나운 야생 기질로 변한 것이다. 녀석들은 마을로 내려가지 못한 채 숲에서 배고픔을 달래며 사납게 살 수 밖에 없었다. 염소뿐만 아니라, 마을 집짐승도 공격당하고 있었다. 헌신의 삶을 사는 등대원은 들개와 염소와 마을사람을 모두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항일의 섬 소안도 당사도등대에는 늘 그 자리에서 사랑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한결 같은 모성애를 한 마음으로 모아 등대원들은 우리 바다에서나 등대에서나 우리 모두의 불빛으로 다가와 아름다운 삶을 동행하고 있다. 배편 문의: 화흥포 매표소(061-555-1010) 동천매표소(061-553-5635)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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