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아침 동해바다(사진=박상건)
동트는 속초 바다와 어선(사진=박상건)
[박상건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19 속초등대
해 뜨는 바다풍경과 설악산 비경을 동시에 조망하는 속초등대
속초는 북쪽으로 고성군, 서쪽으로 인제군, 남쪽으로 양양군, 동쪽으로 동해시와 접한다. 기상이 좋으면 금강산이 보이고 서편엔 늘 설악산 풍경이 함께 한다. 속초등대 전망대에 서면 바로 앞으로 동해바다이고 뒤로 돌아서면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설악산이 등대를 향해 흘러 들어온다. 그 줄기가 주봉산과 청대산 줄기이다. 설악산과 속초 앞바다는 배산임수의 관계이다. 이런 자연환경 때문에 속초는 해양성기후로 온화한 편이다.
설악산 주봉은 1,708m 대청봉인데 연중 5~6개월간 눈에 덮여 있다고 해서 설악(雪嶽)이라 부른다. 설악산에서 발원한 쌍천(雙川)은 양양군과 경계를 이루며 하천으로 흘러내리다가 하류에서 약간의 평야를 형성된다. 미시령에서 발원하여 지류를 합류한 소야천은 산간지대 작은 평야지대를 물들이면서 속초시 청초호로 흘러든다.
1930년대 정어리 떼가 청초호로 몰려들면서 인근 지역 어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속초는 1942년, 해방이후 38선 이북에 포함됐다. 1950년부터 개발이 시작됐고 1962년 지정항이 되었고 1963년 시로 승격되면서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청초호 북쪽 해안에 실향민촌 ‘아바이마을’이 있다. 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할아버지’를 일컫는다. 1953년 휴전선이 막히자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맘먹은 피난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어 난민이라는 집단 개성을 유지하여 어로작업하면서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
맨몸으로 월남해 악착같이 일해 오늘의 속초 상권을 일으킨 주인공들은 2세대로 이어지며 강원도 출신을 제외하면 70% 이상이 이북5도민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청초호는 시베리아 캄차카반도에서 동남아, 호주, 뉴질랜드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와 나그네새에게는 먹잇감이 풍부한 석호로 아주 좋은 산란지이자 중간 기착지다. 청초천 하구에는 80여 종의 새가 찾아든다. 천연기념물 큰고니, 개리원앙, 흰꼬리수리,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멸종위기종인 말똥가리, 가창오리, 큰기러기 등 희귀조들이 도심에서, 그것도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어 탐조관광의 명소가 됐다.
청초호와 쌍벽을 이루는 영랑호는 장천동, 금호동, 영랑동에 걸쳐 둘레 8km의 호수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호수 동쪽 작은 봉우리가 절반쯤 호수 가운데로 들어갔는데 옛 정자터가 있으니 이것이 영랑신선무리가 놀며 구경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속초는 한자로 ‘묶을 속(束)’, ‘풀 초(草)’를 의미한다. 영금정 옆에 솔산이 있는데 바다에서 포구 쪽을 바라보면 이 산이 소나무와 풀을 묶어서 세워 놓은 것 같다 해서 속초라고 부른다. 풍수지리에서는 소가 누워서 풀을 먹고 있는 모양새라고 한다. 누워있는 소는 풀을 잘 뜯을 수 없어 풀을 묶어서 소가 먹도록 해야 한다는 뜻에서 풀을 묶는 ‘속초’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보듬은 속초의 여행은 속초등대 전망대에서 넓은 조망이 가능하고,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속초 8경을 따라 그 속살을 세세하게 만지며 감상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든 그 코스는 속초등대전망대를 거치게 돼 있다. 등대는 그 여행의 중심에 있다.
속초등대 전망대는 포토존 역할을 하면서 설악동 비선대, 울산바위 미시령 고개와 속초 시내 전경, 동해를 한 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명소이다. 전망대에서 떠오르는 동해 햇무리와 함께 그물 털러 오가는 어선들을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속초는 서울에서 248㎞, 휴전선과는 62㎞ 거리에 위치한다. 6.25 후 휴전선을 바로 앞에 두게 된 속초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항구개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등대를 설치하게 됐고 마침내 1957년 6월 8일 그 첫 불을 밝혔다.
속초등대 전망대(사진=박상건)
속초등대에서 바라본 속초 시내와 설악산 풍경(사진=박상건)
속초 8경 중 제1경에 해당하는 속초등대는 영랑동 1-7번지에 있다. 영랑호 바로 옆에 있어서 속초등대를 ‘영금정 속초등대전망대’로도 부른다. 등대 옆에 있는 영금정은 돌로 된 산으로 파도가 쳐서 부딪치면 신묘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 음곡이 거문고소리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 때 속초항 개발을 위해 이곳 돌산을 깨서 만들었다. 주변에는 영금정 해맞이정자가 있는데 바다 위로 구름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속초등대의 등탑은 백색원형의 콘크리트구조로 그 조형미와 위엄이 특별하다. 등탑은 본디 38미터 절벽 위에 10미터 높이로 지어 48미터로 솟구쳤으나 2006년 새로 만든 등탑은 높이 28미터 구조물로 해표면 66미터 상공까지 치솟아 망망대해를 내려다보기에 제격이다. 등대 불빛은 45초에 4번씩 반짝이면서 36킬로미터 거리까지 비춰준다.
불빛을 비추는 등명기는 1953년 일본에서 제작한 것으로 1957년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렌즈는 무려 1미터에 달한다. 추의 무게로 회전하는 방식인데 추의 무게가 230kg. 시계추 역할을 하는 이 추가 한번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7시간 정도. 예전엔 사람의 힘으로 이것을 돌렸다고 하니 그 시절 등대원 노고에 고개가 숙여진다.
현재 이 시계추를 움직이는 것은 수은의 힘. 등명기 밑에는 수은을 채운 철통이 있어 그 수은 위에 렌즈를 띄워 돌게 한다. 수은의 비중은 물과 대비할 때 무려 13.5939. 그 엄청난 팽창력과 표면장력은 수은계의 수은에서 잘 알 수 있다. 수은이 떨어지면 구슬처럼 뒹굴면서 등명기를 떠받들고 기계를 돌린다. 이 수은 방울이 터져 나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 등대원도 있다. 아무튼 이런 방식을 이용한 등대는 속초등대가 유일하다.
안개 등 기상 악화 때는 에어사이렌 고동소리로 항해자에게 포구의 위치를 알려주고 날씨의 변화를 알려준다. 속초등대는 2006년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홍보관에는 각종 항로표지 사진과 실제 등부표, 동해안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 각국의 등대모양, 남극의 해양탐사 장면 등으로 잘 꾸며 놓았다.
속초항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시민들(사진=박상건)
영랑호(사진=박상건)
홍보마당에서는 속초1경부터 속초8경의 전경과 함께 소개하는 전시물이 있다. 등대 2층 홍보관에는 묵호등대, 주문진등대, 속초등대, 대진등대 등 강원도 유인등대 4곳의 모형이 전시됐다. ‘등대와 사람들’ 코너에는 등대와 관련 업무를 보는 사람들과 등대에서 추억을 만들고자 방문한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등대전망대에서는 방파제 등대와 방파제 앞 조도 무인등대, 등부표, 속초항 등표 등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등대 산 교육장’. 한 해 30만 명이 찾은 속초등대 아래서 낚시도 할 수 있고 각종 사진동호회 출사, 해양생물 채취, 연인끼리 가족끼리 산책하기에 좋은 해안가와 포구가 어우러져 있다. 물질하는 해녀, 싱싱한 회 시장 등 멋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속초항은 일본과 러시아 항로를 오가는 크루즈가 운행되는 등 21세기 환동해권 중심 항구로 웅비하고 있다.
글, 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 <리빙tv>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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