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끝 무인도 소구굴도와 무인등대(사진=박상건)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① 가거도(하)
최서남단 마지막 등대와 기러기 등대원
외롭고 고달픈 삶 달래는
‘한스런 노랫가락’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 같지 않는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중략)
비바람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 밀치며
바다 밀치며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 조태일, ‘가거도’ 중에서
작고한 조태일 시인의 작품 ‘가거도’는 극도로 소외된 섬 공간을 노래했다. 너무 멀고 험해서 바다 같지도 않은 곳에 떠 있는, 그래서 유배를 보낼 생각조차 접어야 했던 외딴 섬. 오랫동안 그렇게 가거도는 사람들의 생활영역은 물론 상상의 섬에서도 많이 벗어나 있었다. 그토록 멀고 험한 거리의 섬, 가거도 사람들은 파도와 싸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고달픈 삶과 목숨을 바다에 맡기며 산다는 ‘한스런 노랫가락’을 이녁을 향한 위안의 노래로 불렀다. 이런 삶의 뒤안길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여행자들은 가거도 섬사람들의 투박하고 공격적 사투리에 상처받기 십상이다.
그 섬 끝자락에 가거도등대가 있다. 2008년 7월 14일 등록문화재 제380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남서쪽 끝자락의 마지막 등대로써 1907년 12월 조선총독부 체신국 흑산도 등대에 소속돼 무인등대로 첫 불을 밝혔다. 1935년 9월 유인등대로 전환해 증축했다. 1955년 12월 목포지방해무청 소속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적인 등대이다.
가거도등대는 흰색의 원형 벽돌구조로써 등탑 하부에서 등명기 설치대까지 일직선의 사다리 형태로 지어졌고 불빛을 쏘는 등롱 외부에도 역시 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등롱은 원뿔 모양이며 이전에 세워진 등대에 비하여 출입구인 돌출현관이 간단하고 등탑 내부 계단이 직선형으로 변하는 등 등대의 효율성을 중시했다. 박병훈 가거도등대 소장은 “해무 때문에 2~3일에 한 번씩은 등롱을 닦아줘야 빛이 멀리 나가기 때문에 등탑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린다.”면서 “등탑 옆 건물엔 무(霧)신호기가 있는데 빛이 안개를 뚫지 못할 때 항해하는 배들은 소리로 방향을 잡는다. 55초 쉬었다가 5초 소리를 내는 것으로 이곳이 가거도 항로표지관리소임을 알린다.”고 설명했다.
가거도등대 등탑의 높이는 7.6m이며 등고는 평균 해수면으로부터 84m에 이르는 고지대에 있다. 등대 불빛은 15초마다 한 번씩 반짝이는데 그 빛이 닿는 거리는 38km이다. 2002년에는 최첨단 항법시스템인 위성항법정보시스템(DGPS)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반경 185km 이내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의 위치 오차를 1m 이내로 줄여주는 위치정보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동남아 쪽 해상에서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들어오는 선박들을 모두 이 가거도등대를 보고 가거도 주변 뱃길을 해독하고 항해를 판단한다. 등대의 역할을 매우 지대한 셈이다. 이 등대는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 등대건축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등대 문화유적이기도 하다. 위쪽의 꼭대기 부분을 일부 보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당시 건축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노을이 지자 등대 불빛이 어둠을 밝힌다(사진=박상건)
노을이 지자 등대의 여정이 시작됐다
육지에서 먼 해상에 떠 있는 가거도. 그 섬의 등대원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한 등대원은 “업무가 크게 고된 것은 아니지만 외롭고 쓸쓸한 게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육지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이곳 섬에 잘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기도 해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노을이 지는 시간. 가거도등대는 일몰 포인트이기도 하다. 해질 무렵 먼 바다를 바라보면 고독이라는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택이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결국 등대처럼 홀로 남는 게 등대원의 운명이다.
“요즘 말로 기러기아빠가 되는 거죠?” 그 등대원의 한마디처럼 결국 등대와 한 몸이 되고 자기와 싸우며 사는 일이 등대원의 운명이고 등대원의 길일 수밖에 없었다. 수평선을 뜨겁게 지피던 햇무리에 흠뻑 젖어있는 사이,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이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진정한 여정이 시작됐다.
등대에는 3명이 근무하고 등대원은 24시간을 쪼개 8시간씩 근무한다. 매일 아침 9시 조회에서 그날 일을 점검한다. 일이 있을 땐 다 같이 모여 작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사무실에 있건 관사에 있건 등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등대는 쉬지 않고 돌아감으로 깊은 밤, 잠을 자더라도 대기상태이다. 결국 8시간 근무가 아니라 실상은 24시간 근무체제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근무환경이 매우 좋아졌단다. 80년대 중반 관사에 기름보일러를 놓기 전에는 산에서 나무를 해다 비축해놓는 일도 중요한 업무였다. 해안가 유류창고에서 지게로 기름을 들쳐 메고 와야 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돼 있다. 그래서 지금은 뭔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는 일이 주 업무이다. 등대의 여러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관리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것, 기상청의 위탁업무인 기상과 해양 관측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가거도 등대는 매년 3,000명이 넘는 여행자들이 찾는다. 등대원들은 접근성 때문에 다른 등대에 비해 방문자가 적지만 이곳 등대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손수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등대의 역할과 원리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곤 한다.
등산과 낚시 애호가들이 이 섬을 주로 찾기 때문에 등대를 찾는 이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등대가 관광자원으로 적극 개발되고 혁신적 관광전략이 요구된다. 등대 앞에 창고에 있던 증압기 등 옛날에 쓰던 기계들은 등대 전시실로 진화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등대와 사옥 주위를 둘러싼 석층이 요즘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하이 퀄리티 석층인 것도 가거도 등대의 자랑거리다.
● 교통편
목포 제1여객선터미널에서 두 선박회사가 홀수, 짝수 일에 1일 1회씩 운항한다. 4시간 30분 소요된다. 배편 문의는 남해고속(061-244-9915) 동양고속(061-243-2111). 섬 안에서 자동차가 운행된다. 실비로 육상관광을 별도로 진행할 수 있다.
● 숙식과 즐길 거리
낚시는 가거도 어디서나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로 2구와 3구에서 민박하며 선상낚시와 갯바위 낚시를 한다. 섬 체험프로그램의 경우 삿갓조개, 거북손 따기, 돌미역 채취, 해산물채취, 산나물 채취 등을 할 수 있는데 이장에게 문의하면 된다. 대부분 숙박과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가거1구 중앙장(061-246-5467) 남해장(061-246-5446) 동구민박(061-246-3292) 가거2구 은성낚시민박(061-246-5513) 태공장(061-246-3418) 가거3구 김영순(061-246-1663)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대한민국 최서남단 끝 마지막 등대인 문화재 제380호 가거도등대(사진=박상건)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 <리빙TV>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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