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도 등대(사진=박상건)
박상건의 섬 이야기 ⑥ 역사를 품은 등대섬
팔미도는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15.7㎞ 해상에 떨어져 있다. 괭이갈매기와 가마우지 서식지이고 갯바위에는 구멍갈파래가 많이 자라는데 파도에 출렁이며 자갈 사이로 파도소리를 쓸어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등대 숲 속에는 까치와 딱새소리가 우짖는다.
15년 전 한 방송사 다큐프로그램 촬영차 팔미도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항만청에서 등대를 관리하는 선박인 표지선을 타고가 큰 배는 해상에서 멈추고, 다시 쪽배로 노를 저어 섬에 당도했다. 등대원은 해안가에서 기다리다 보급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가파른 길을 올랐다.
한동안 적막한 바다를 거니는데 갑자기 숭어 떼가 팔딱, 팔딱 뛰어올랐다. 팔미도 주변은 숭어와 농어, 우럭, 광어, 놀래미, 장어가 많이 서식한다. 팔미도는 모래가 파도에 퇴적하여 생긴 사주(沙洲)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다. 여덟 팔(八)자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팔미도라고 부른다. 여덟 갈래의 뱃길이 열려 있어 팔미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여러 선박들은 팔미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항로를 따라 인천항을 오간다.
팔미귀선(八尾歸船)이라는 말이 있다. 팔미도 노을 바다 속으로 돌아오는 범선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인천팔경의 하나로 꼽는다. 사진을 촬영하면 평온한 바다의 노을풍경은 은은한 오렌지 색깔을 띤다. 파도가 몰아칠 때는 짙은 검은 빛의 신비로운 빛깔을 보여준다.
천천히 섬을 둘러보는 데는 40여분이면 족하다. 섬의 최고점은 58m에 불과하다. 팔미도등대 등탑이 26미터 더 허공으로 치솟아 팔미도등대는 해발 84m이다. 바다로 불빛을 쏘아주는 등명기는 우리기술로 개발한 프리즘렌즈 대형 회전식이다. 이 불빛은 무려 50km 해역까지 비춰준다. 팔미도등대 불빛은 1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세계의 모든 등대 불빛 주기는 저마다 다르다. 마도로스는 그 불빛 주기를 보고 해도에서 선박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렇게 등대는 항해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팔미도는 우리나라 최초 등대섬이고, 식민지와 침략, 해방과 분단의 아픔으로 버무려진 질기고 쓰디 쓴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를 상징한다. 예나지금이나 팔미도는 인천항의 관문으로 가는 바닷길의 중요한 섬이다. 1883년 개항한 인천항은 대한민국 수도의 관문이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위해 우리에게 등대설치를 강요했고 그렇게 1903년 높이 7.9m, 지름 2m의 팔미도 등탑에 최초로 불을 밝혔다. 19세기 말 우리나라를 넘보던 열강들은 앞 다투어 인천항에 자국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고 팔미도등대는 그런 침략의 이정표였다.
팔미도를 찾은 여행객들(사진=박상건)
팔미도 등대는 6.25 전쟁 때는 맥아더사령관이 인천상륙작전의 전략적 요충지의 섬이다. 등대 불빛을 밝히는 순간, 7개국 7만 5천명의 병력과 261척의 연합군 함대가 인천상륙작전을 개시했다. 팔미도 맞은 편 영흥도 사람들도 학도의용군과 기동대로 편성돼 인천으로 진격했다. 영흥도에는 그 때 그 작전의 일원으로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위해 위령탑이 세웠고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력(GDP) 순위 11위로 우뚝 섰고, 그 시절 등대는 후손들에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역사유물로 남아 있다. 등대전시관과 등대역사관도 만들었는데, 낙조 때 노을 속으로 항해하는 범선의 아름다운 풍경과 비상하는 갈매기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팔미도는 등대가 생긴지 106년이 지난 2009년에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전쟁 후 배편이 마땅치 않아 근처 섬의 배를 얻어 타고 오고가다 조난사고를 당했던 팔미도 등대원들은 이제 매일 정기노선을 통해 일반인과 함께 이 섬을 오간다. 팔미도에서는 매년 섬사랑시인학교 등 시낭송 콘서트와 해양체험 행사가 열린다. 팔미도등대는 문화재로 지정됐고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 기준국 등의 첨단시설과 전망대를 갖춘 등대로 대변신했다. 100년 전 석유백열등으로 불 밝혔던 시대에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팔미도 등대와 바닷가에 위치한 등대역사관(사진=박상건)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인기드라마 전우 촬영지이기도 했던 팔미도에는 3명의 등대원이 근무 한다. 등대원들은 육지에서 9일 쉬고 22일 등대에서 근무한다. 세상은 변해도 365일 뱃길을 지키는 사명감은 한결같다. 등대원의 업무는 등명기와 발전시설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일과 1시간 단위로 바다날씨를 기상청에 알리고 해양경찰 등 유관기관과 수시로 해양안전 예방의 문제를 체크하며 공조체제를 유지한다. 또 등대방문객과 해양체험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주변 무인등대의 이상유무도 수시로 체크한다.
첨단과학 시대와 함께 등대도 날로 변화를 거듭하지만 등대원의 삶은 늘 한 길이다. 묵묵히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는 일. 등대에 가면 무조건적 사랑의 상징인 등대와 등대처럼 살아가는 등대원의 노고를 한번쯤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이다. * 위클리공감 2018.3.25일자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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