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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트레킹 순례] 가볍게 떠나기에 좋은 수도권 코스

여행과 미디어/여행길 만난 인연

by 한방울 2017. 10. 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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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날 수 있는 수도권 트레킹 코스 어디가 좋을까

잠시 일상을 털고 훌쩍 떠나기에 좋은 월미도 영종도 시화호


이 나는 새는 멀리 본다. 물론, 멀리 날지 않아도 짬을 내어 바다로 나가면 높이 나는 새를 바라보며 나를 반추할 수 있다. 철썩이는 파도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함께 호흡하는 순간, 삶의 푸른 엔돌핀이 온몸에 부서진다. 저 파도처럼 말이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잠시 각지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여정이다. 때론 저 갈매기처럼 마음의 비행을 통해 멀리서 세상을 바라보면 아름다울 때가 있다.

 


노을 속 영종도(사진=박상건)


치열한 세상을 파도소리 따라 나지막이 내려놓고 해안선에 자리 잡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라보는 바다 풍경. 뱃고동 소리 갈매기소리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 생선을 파는 아줌마의 싱싱한 목소리.... 그리고 다시 스카이라운지에 올라 바라보는 우리가 사는 도심의 야경과 저편에서 따로 인 듯 공존하는 트레킹 코스의 소소한 풍경들이 우리네 삶을 아름답게 연출해준다.

 

수도권 트레킹 코스 중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최근 생태 트레킹 명소로 뜨는 곳이 있다. 시화호환경학교에서 시작해 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에코 트레킹 코스이다.

 


우음도 트레킹 코스(사진=경기도 제공)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알맞은 생태학습 코스로, 둘레길을 걷다 보면 예전 바다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인 시화호환경학교의 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하면 더욱 알찬 생태 트레킹이 된다.

 

시화호에서 가까운 영종도 남측은 총연장 18.38의 인천대교가 바다 너머 송도국제도시까지 이어지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인천대교 입구에서 동쪽의 구읍뱃터까지 7.8에 걸쳐 길게 뻗어있는 177부지에는 영종씨사이드파크가 들어서 있다.

 

공원에는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 즐겨도 좋은 코스다. 코스는 염전, 철새탐조대, 캠핑장이 이어진다. 레일바이크를 타면 해안선을 따라 왕복 5.6를 달리는 동안 인천대교와 월미도, 송도, 바다와 드넓은 갯벌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 중간에는 폭포와 야외정원, 각종 조형물도 있어 구경거리를 더해준다. 이곳은 해변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가 일품이다.

 

영종도 동쪽 끝에는 영종진공원이 자리한다. 영종도는 조선 중기까지 제비가 많은 섬이라 하여 '자연도'(紫燕島)라 불리다가 조선 숙종 때 '긴 마루'란 뜻의 영종도로 이름이 바뀌었다. 수도 한양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길목이어서 진()을 설치하고 해안방어 부대를 배치했다.

 

영종진은 약 200년간 수도를 방어하다 1875년 일본 군함 운요호에 의해 파괴되며 역할을 다했다. 현재 이곳에는 영종진의 성곽과 누각 일부가 재현돼 있다. 중앙광장에는 영종진전몰영령추모비가 서 있다.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아름답다.

 


아라마루 전망대(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월미도 해안선을 타고 걷는 코스도 좋다. 이곳에 아라마루 전망대가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마음은 너그러워진다. 대형 컨테이너를 수십 개나 실어 나를 수 있는 인천항의 배들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들어올 만큼 작아져 버렸다.

 

가까이서 보면 크게 느껴지는 고민들이 멀리서 보면 이와 같이 작아질까.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머뭇거리는 그 순간, 비로소/여행은 시작되고/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멀리서 보면, 어깨 걸고/행진하는 파도소리”(박상건, ‘등대에게 길을 묻다중에서). 그렇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세상을 멀리 보라고, 넓게 보라고 그리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나아가라고 속삭인다.

 

아라마루 전망대의 강화유리바닥 아래로 뱃길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구름 위를 걷는 듯 사뿐사뿐 그 위를 걸으며 지상의 풍경을 바라본다. 원형 데크를 따라 감상하는 파란 하늘과 물길은 무념무상의 시간으로 이끈다. 굳이 안전무장하고 부담감으로 떠나는 트레킹 코스가 아니어도 잠시 일상을 털고 훌쩍, 떠나기엔 안성맞춤인 해안선 트레킹. 우리가 걷는 그 공간에서 가을 파도소리는 철썩, 철썩이며 우리더러 힘차게 살아가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씻겨주는 가을바다로 떠나보자.


박상건(섬문화연구소장)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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