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도 섬 안에는 칡, 해송, 담쟁이넝쿨, 패랭이꽃 등이 서식한다. 등대 아래 숲에서 만난 담쟁이넝쿨은 수직의 나무들을 비비꼬며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네 삶도 그렇게 기쁨과 슬픔을 반반씩 버무려 비비꼬며 사는 것이 아니던가. 넝쿨들이 보듬고 있는 숲을 따라가다 보면 우뚝 솟은 하얀 등대가 있다.
팔미도 등대는 1903년 6월1일 해발 71m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 등대이다. 19세기 말 우리나라를 넘보던 열강들은 앞 다투어 인천항에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거점을 확보하여 각종 이권을 손아귀에 쥐려고 했다. 그 때마다 팔미도 등대는 침략의 이정표 역할을 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103년의 전통을 가진 팔미도등대는 일본이 러일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만들도록 지시함에서 만들어진 것. 일본은 “한국 정부는 통상이후 각 항(各港)을 수리하고 등대와 초표를 설치한다.”라는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통상장정(通常章程)’이라는 조항을 들어 등대건설을 강요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등대는 일본의 대륙진출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섬 요충지마다 만들어졌다.
6.25 때는 맥아더 사령관이 인천 상륙작전을 위한 요충지로 팔미도를 택했고 3명의 미군과 3명의 한국 장교가 이곳에 파견돼 9.14일 자정에 등대 불을 밝혀 7개국 7만 5천명의 병력과 261척의 연합군 함대가 이곳을 출발, 인천상륙작전을 펼쳤다.
유서 깊은 팔미도 등대는 맨 처음 석유 백열등으로 불을 밝혔다. 그러다가 1954년 8월 전기등으로 교체하고 전기식 무신호기가 설치됐다. 99년에 8월에 DGPS(위성항법정보 시스템)가 설치돼 먼 거리를 항해하는 선박과 불빛의 오차 범위가 5m 이내로 좁혀지는 등 첨단 시설을 겸비하고 있다. 팔미도등대 불빛은 27마일에 이른다. 불빛은 1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소장 박상건)와 항로표지기술협회(이사장 박찬재), 인천지방해양항만청(청장 박광열)은 오는 8월 15일 최초 등대섬 팔미도에서 섬사랑시인학교 여름캠프를 연다. 시인들 시낭송과 장성호밴드 연주 등 다채롭고 추억어린 해양캠프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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