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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환경칼럼] 자연환경에서 얻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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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방울 2015. 3. 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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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자연환경에서 얻는 에너지

<에너지경제신문> 2015.3.13.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쥐불놀이는 정월 대보름 전날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붙이고 돌아다니며 노는 놀이다. 깡통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고 깡통 안에는 짚단, , 나뭇가지들을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가 던지면 논두렁 밭두렁 잡초에 불이 붙고 마침내 재가 됐다. 재는 해충과 쥐의 피해를 줄여줬고 나중에 곡식의 거름이 되었다.

 

 

액운과 재앙까지 태워준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깡통돌리기는 먼데서 바라보면 오륜기 속 함성소리 같고 훌라후프를 돌리는 모습 혹은 거대한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모습 같았다. 지금도 하남시 미사리 근처에서는 억새밭을 통째로 태우는 축제가 열리고 제주에서는 오름 하나를 모두 태우는 축제가 열린다. 예나 지금이나 잡초와 액운을 태우는 제례이면서 새로운 캠프파이어 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 강한 통풍에너지를 이용하는 기구 중 하나가 풀무다. 오일장에 가면 굴 미역 생선을 파는 좌판대 아낙과 할매 무리를 지나면 모퉁이에는 대장간이 있었다. 굴 따는 조새며 밭이랑 일구는 쇠스랑 호미 등 쇠붙이를 녹이는 것이 풀무다. 풀무는 불의 온도를 조절해 담금질속도를 가늠케 한다. 저녁 무렵 굴뚝연기 모락모락 내뿜는 시골집 아궁이에 장작더미 화력을 높여주는 것도 풀무였다.

 

 

또한, 동력선이 보편화되기 이전 섬사람들의 생계와 교통수단은 목선이었다. 목선을 가진 어부는 먼 바다로 나가 그만큼 많은 해산물을 수확했다. 배가 없는 사람들은 해안 절벽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해초를 따거나 썰물 때 낙지와 조개를 잡았다.

 

 

섬사람들은 뱃놀이를 통해 액운을 물결에 띄워보내고 풍어를 기원했다. 생계를 위해서 노젓기는 노동이지만 축제로 승화하면 낙천적 풍류문화를 즐겼다. 섬과 바다경치를 감상하며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 물고기 회치고 찌개를 끓여 술잔을 주고받으며 공동체문화를 다졌다.

 

 

내 고향 완도에서는 해마다 장보고축제가 열린다. 저마다 섬을 대표하는 어민들은 노젓기 대회를 한다. 천연기념물 28호인 무인도 주도를 돌아오는 뱃놀이축제다. 노젓기를 할 때 배를 움직이는 원리는 놋봉에 있다. 배 뒷전에 둥근 쇠붙이가 있는데 이것이 노의 중심축이다. 놋봉, 일명 놋구멍에 서로 끼워 맞춘다. 그런 다음 노를 수면 아래로 밀었다가 힘껏 당기면 수압에 의해 배가 앞으로 나가는 원리다.

 

 

바다를 저어가는 이러한 에너지가 마도로스 항해의 첫걸음이었다. 요즘 운동센터에 가면 어깨뼈 안정화 운동인 일명 노젓기 운동이 유행한다. 몸통을 펴고 어깨뼈를 뒤로 보낸 후 팔을 아래로 뻗어 뒤쪽으로 힘을 가하는 운동이다. 영락없이 조상들의 노젓기를 이용한 것이다.

 

 

바닷가 고향집 뒤뜰 언덕배기에 거대한 팽나무가 있다. 언덕 위에는 밭과 산길이 이어졌다. 이 언덕에서 낙차 큰 물줄기가 떨어지고 갯돌이라 부르는 몽돌과 모래를 깔아 이물질을 거르고 물이 바닥에 늘 흥건히 고이도록 고안했다. 그 도랑에 수박이며 찬거리 등을 보관했으니 완벽한 천연냉장고였다. 섬마을 사람들은 식수와 냉장시설을 이처럼 자연환경과 에너지를 이용했다.

 

 

최근 중국 운대산 협곡은 트레킹이 인기인데, 이 역시 천협곡 낙차가 314m인 샘과 폭포를 이용해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일직이 우리 조상들은 이런 환경도 살리면서 에너지도 즐겁게 이용할 줄 아는 탁월한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수익사업으로 에너지 마을기업을 육성 중이다. 각종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체험 홍보관도 운영 중이다. 풍력발전, 조류발전, 지능형 전력, 태양광주택 등도 우리 조상들의 친환경에너지 이용을 응용한 아이디어들의 연장선에 있다.

 

 

에코에너지 개발이 말뿐 아니라 우리 금수강산의 묘미도 살리고 체험여행으로 즐기면서 주민수익과 농어촌발전도 견인하는 사업, 그래서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대대로 당당하게 물려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에너지 운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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