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상건작가의 찾아라 맛있는 tv(울릉도)

섬과 등대여행/동해안

by 한방울 2013. 11. 9. 13:52

본문

 

2013년 11월9일 MBC 찾아라 맛있는 tv.

the맛 울릉도 맛집을 찾아가는

박상건 섬여행전문작가 외 검증단

 

 

해안선이 아름다운 울릉도의 맛과 멋

 

도둑, 공해, 뱀이 없고 물과 돌, 바람, 향나무, 미인이 많다 하여 3무(無), 5다(多)의 섬으로 불리는 신비의 섬, 울릉도. 출발하기 전부터 벌써 멀미약을 꺼내든 사람들은 바닷물이 들지 못하게 밀폐된 창이 마냥 불안하다는 눈치다. 평온한 바다도 이따금 파도를 쳐올려 이런 여행객들을 흔들어대면서 섬으로 가는 길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곤 한다.

 

섬 여행에 익숙하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배를 웅크려 쥔 사람, 모처럼 뭍으로 나왔다가 귀항하는 구리빛 얼굴의 어민들 틈바구니에서 3시간여쯤 지나자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이제 사람체취에서 본격적인 바다체취를 접할 수 있는 기항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준 것이다. 도동항의 오징어 배와 오징어 덕장, 오징어를 굽는 리어카들이 한눈에 들어선다. 울릉도임을 실감케 해주는 첫 풍경의 주인공은 단연 오징어이다.

 

학생들은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펴고 만세를 부른다. 마치 히말리야 정상이라도 정복한 듯 멀미를 극복한 사실과 도동항에 무사히 도착했음에 감격해 한다. 중년의 계모임 아주머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합창을 한다.‘울릉도 트위스트’를 지그재그로 양발을 바꿔가며 불러댄다. 이미 한잔 술을 마신듯 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고 흥겹다. 뒤이어 배에서 내린 여행객들도 살짝 미소를 지어주거나 이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울릉도 트위스트’처럼 울렁대는 도동항의 풍경

울릉도 트위스트는 섬의 환경과 생태, 특산물을 비롯하여 실제 불편한 교통편까지 울릉도의 다양한 모습들을 코믹한 가사와 경쾌한 트위스트 풍 곡조로 엮어낸 재미난 노래이다. 그 시절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던 정기 배편인 청룡호의 탑승 경험을 실감나게 다뤘다. 밤에 출발하면 아침에 도착하던 당시의 정황이 잘 반영돼 있다. 특히 울릉도와 뱃멀미의 느낌인‘울렁’이란 단어를 울릉도에 대비시켜 언어적으로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울릉도 대표성을 띤 동백꽃, 호박엿, 오징어 특산물을 환기시키며 울릉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붉게 피어나는 동백꽃잎처럼 아가씨들 예쁘고/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가슴/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육지 손님 어서 와요 트위스트/나를 데려 가세요.

 

울렁울렁 울렁대는 울릉도길/연락선도 형편없이 지쳤구나./어지러워 비틀비틀 트위스트/요게 바로 울릉도/평생 다가도록 기차 구경 한번 못 해보고 살아도/기차보다 좋은 비행기는 구경 실컷 하고 살아요./싱글벙글 싱글벙글 처녀총각/영감마님 어서 와서 춤을 춰요./오징어도 대풍일세 트위스트/사랑을 합시다.

 

동적인 도동항을 빠져나와 정적인 행남해안 길을 걷다

울릉도를 상징하는 가요 중에서 이 보다 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가 있을까. 대중가요가 사실적이고 코믹하며 경쾌한 리듬까지 갖췄다. 그런 노래를 구경하다가 발길을 돌리다 울릉도 오징어와 이웃사촌이 울릉도 호박엿임을 떠올린다. 지금은 간식거리지만 그 옛날에는 굶주림을 달래주던 음식이었다. 세월이 변하면서 호박엿의 원조가 된 울릉도 사람들은 호박막걸리까지 고안해 여행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호박에 단백질, 유리당, 유기산, 비타민C, 카로틴 등 영양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울렁울렁 울렁대는 도동항을 빠져나와 해안기행에 나섰다. 울릉도 트위스트 풍 여행도 있지만 필자처럼 혹은 저만치 앞서 걷는 어느 중년의 여인처럼 조용히 묵묵히 홀로서 해안 길을 사색하고 기록하는 여행자도 있다.

 

도동항만 빠져나오면 울릉도는 시계가 멈춘 듯 시골스럽고 고고하다. 그러면서 남성적인 산세와 역동적인 푸른 파도소리가 함께 한다. 쪽빛바다의 맑은 공기 그리고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가 여행 길 가파른 숨을 고르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밤공기 또한 티 없이 맑다.

 

그런 천혜의 섬,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요약해주는 것이 울릉8경이다. 해질녘이면 출항하는 오징어배의 출어행렬 도동모범(道洞模帆), 오징어잡이 배의 화려한 등불인 저동어화(苧洞漁火), 사동하늘에 뜨는 달을 가리키는 장흥망월(長興望月), 겨울철 달밤 남양의 설경을 일컫는 남양야설(南陽夜雪), 석양에 걸려 출렁거리는 섬과 바다가 만들어낸 낙조의 향연이 환상적인 태하낙조(台霞落照), 솟아나는 생명의 무한한 힘을 일컫는 추산용수(錐山溶水), 절경에 취하고 단풍에 반한 나리분지의 단풍을 가리키는 나리금수(羅理錦繡), 대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알봉의 불타는 단풍을 이르는 알봉홍엽(紅葉) 등 이렇게 8가지 풍경이다.  

 

 

영화 속 풍경처럼 펼쳐진 해안산책오솔길 여행

도동항에서 왼편 해안가로 들어서면 깎아지른 해안선을 따라 행남해변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울릉도 땅은 해안을 중심으로 대부분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해안일주도로가 있는 반면에, 이곳 행남해변산책로는 사람만이 다니는 인도다. 오솔길이 영화 속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오르락내리락 길 따라 걷다보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파도와 그 파도 위를 비행하는 가마우지의 자맥질이 꿈결처럼 펼쳐진다. 다시 길은 뻗다가 갑자기 꼬부랑꼬부랑 바위 굴속으로 휘어지기를 반복한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면 다시 푸른 바다가 환하게 펼쳐진다. 이런 해안 길은 세상에서 오직 울릉도에만 있는 유일무이의 천연의 해안오솔길이다.

 

잠시 기암괴석과 동해바다에 푹 빠져 있다가 발걸음을 옮길 즈음에 해안풍경의 멋과 맛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간이횟집이 등장한다. 파도가 출렁이는 해안가 오목한 공터에 파라솔을 펴놓고 전복, 소라, 성게 등 자연산 해산물을 판다. 자연산 홍합국, 몰국을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고 홍합밥과 따개비밥 등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식탁도 만날 수 있다. 울릉도는 가두리 양식이 없으니 마음 놓고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맛 볼 수 있다. 이 일대가 용궁이다.

 

다시 바위로 이어진 다리를 타고 건넌다. 먼저 건너간 여행객들이 저만치 언덕배기에서 손을 흔들어준다. 천연 자연동굴을 지나다 바로 바닷길로 갈 수도 있다. 많은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울릉군에서 아예 갯바위 낚시구간을 만들어 놓았다. 구경해도 좋고 직접 낚시를 체험할 수도 있다.

 

행남길 몽돌해변에서 소원 빌고 등대로 가는 길

해안 산책로 중턱에 이르면 약수터가 있다. 갈증을 해갈하는 시원한 물 한바가지 마신 후 비상하는 갈매기를 카메라를 담고서는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지천으로 울릉도 해국과 들꽃이 피어 있다. 그리고 몽돌해변으로 이어진다. 몽돌은 숱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에 깎인 돌들이다.

 

이 갈림길 마을이 행남이다. 도동과 저동 사이의 해안을 끼고 있는 촌락으로 울릉도 가장 동쪽에 있다. 겨울에도 살구꽃을 볼 수 있다는 따뜻한 마을로 마을 어귀에 큰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하여 살구 행(杏)자를 써서 행남(杏南)이라고 부른다. 또 지형이 뱀의 입처럼 생겼다고 해서 살구남(口南)으로도 불린다. 이 섬 끝을 행남말(末)이라고 부른다. 그곳에서 민박집과 카페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 주인장은 이곳은 해맞이 포인트로 연인과 가족끼리 보내기에 좋고 이곳에서 일출을 감상한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섬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귀뜸 해주었다.

 

여기서 우측 시누대 숲 터널을 통과하면 털머위꽃 군락지의 솔숲이 이어진다. 그 끝자락에 한 떨기 동백꽃처럼 붉게 서 있는 도동등대가 있다. 등대 주변에는 기암괴석의 절벽과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우거져 있고 바로 앞에 성인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도동과 저동 사이에 위치한 도동등대는 울릉도 가장 동쪽의 등대이다. 반대쪽 서쪽은 울릉등대(태하등대)이다. 도동등대는 행남말에 위치해 행남등대라도 부른다.

 

도동등대는 108미터의 절벽 끝에서 울릉도 최대 어업전지기인 저동항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등대를 감싸고 있는 숲은 긴 세월을 견뎌온 푸르고 탄탄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주목들이다. 해가 뜨고 질 때마다 이 숲 사이로 나지막이 쏟아지는 햇살이나 노을빛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히 환상적인 영상미가 아닐 수 없다. 도동등대 뒤편은 바로 아름다운 숲으로 꾸며진 해양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등대 전망대에서도 조망하기도 하지만 해안기슭에 잘 꾸며진 전망 포인트가 조성돼 있는데 여기서 저동항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촛대바위 전설과 오징어잡이 전진기지로 유명한 저동항

바로 앞으로는 손에 잡힐 듯 웅장한 성인봉이 우뚝 서 있다. 그 줄기를 타고 내리는 산 중턱에 그림처럼 집들이 들어서 있다. 수채화 속의 풍경처럼 집들은 푸른 숲을 끼고 푸른 바다 푸른 섬을 바라보면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금의 저동은 울릉도의 가장 큰 마을이자 동해안 어업전진기지로 통하지만 개척 당시 주민들은 성인봉 줄기 아래서 나무 하나를 베어서 어선을 만들고 나무속을 파내고 옥수수를 저장하는 두지(곡식저장고)를 만들었다. 그 산에서 산나물과 약초를 캐고 깍새를 잡아먹었다. 깍새는 바닷가나 바위에 알을 낳는 갈매기 알을 주워서 양식으로 삼기도 했다. 깍새는 마치 갈매기 같이 바닷물에도 놀고 산에서도 서식했는데 알은 주로 산에서 낳았다.

 

이제 이곳 주민들은 울릉도 대명사가 된 오징어잡이를 위해 저동항을 빠져나와 죽도를 거쳐 독도 앞바다로 나가는 일을 반복한다. 밤바다 오징어잡이 풍경은 울릉도 8경의 으뜸으로 꼽는다. 이름하여 저동어화(苧洞漁火)는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가 싶으면 바다의 메밀꽃밭처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내 세계적인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오징어 배들은 저만치 절벽에서 굽어 비춰주는 도동등대의 안내를 받는다. 그 불빛과 함께 봄에는 한치잡이를, 여름에는 오징어잡이를 통해 동해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간다.

 

저동항 방파제에서는 우뚝 솟아 있는 바위를 만나는데, 이것이 촛대바위이다. 효녀바위라고도 부르는데 저동에 살던 한 노인의 딸인 효녀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아내가 일찍 죽고 딸과 둘이 살던 노인은 작은 배 한 척과 텃밭이 재산의 전부였고 겨울 양식이라고는 옥수수뿐이었는데 옥수수가 흉작이 되었으니 하는 수 없이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아야만 했다. 아버지를 바다에 잃고 딸은 먹는 것도 잊고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결국 딸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파도를 헤치고 배가 있는 쪽으로 갔으나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지치고 지쳐서 우뚝 서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돌이 되어 버렸다는 전설의 바위이다.

   

 

독도 영토 문제를 다시 생각게 하는 죽도

그리고 저동 앞바다에 죽도, 관음도, 섬목이 보인다. 특히 죽도는 여행자들에게 생각을 한 번 더 가다듬게 하는 섬이다. 일본이 늘 독도를 죽도(다케시마)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곳 죽도는 그런 일본의 허구성을 한방에 일축한다. 일본이 죽도라고 부르는 독도는 애당초 독도였고 바로 이 울릉도 새끼 섬인 죽도를 잘못 알고 있다는 역사적인 논박이 가능한, 그래서 존재 자체로 역사적인 섬인 죽도에는 대나무가 많이 서식한다.

 

한국의 섬 중에는 죽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20여 개에 이른다. 모두 대나무가 우거지고 일제 때 어민들이 대나무로 창을 만들어 대항했던 역사적 기록이 있는 섬들이다. 반면 화산섬 독도에는 대나무가 없다. 풀 한포기 제대로 살기도 힘든 환경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죽도를 모른 채 하면서 독도에 대해서는 부족한 논리로 허구 헌 날 다케시마라고 둘러대고 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울릉도 죽도는 남다른 섬임에 분명하다.

 

울릉도 죽도 댓잎은 유난히 파랗고 대숲바람에 날리는 향기가 강하다. 뿌리를 내리는 땅뙈기도 유난히 짙은 흑갈색 황토 흙이 깔려 있다. 조선시대 공도정책 때 일본 사람들이 울릉도와 죽도에 몰려와 아름드리나무를 남벌해가곤 했는데 아마 그 때부터 죽도는 유명세를 탔고 일본인들은 다케시마에 대한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곳 울릉도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개척민의 첫 마을 천부마을과 성인봉의 일출

저동 왼편 섬모롱이가 일출전망대이다. 석포마을까지 트레킹 코스로도 이어진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고 중간에 땀을 씻을 수 있는 정매화곡쉼터도 있다. 석포마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관음도가 정면으로 보이는 선창마을인데 해안절경이 매우 아름답다. 선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현포마을까지 이런 절경이 이어진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20여분을 더 걸으면 조선 태종 때 공도정책 실시 이후 울릉도 개척민이 처음 도착했던 천부마을이다. 천부항 방파제에서 보는 일몰의 광경도 멋지다. 그리고 지척에 송곳처럼 뾰족한 송곳봉이 웅장하게 버티고 있다. 바다로 서서히 기울어가는 노을 모습을 바라보며 하루 여정을 갈무리하면 좋다.

 

좀 부지런을 떨 수 있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철썩철썩, 뜨겁데 동해바다를 대피고 빨아들이는 울릉도의 푸른 파도소리를 들으며 가슴 트이게 동해를 향해 마음껏 메아리를 소리쳐보면 얼마나 좋으랴. 그토록 뭍에서 그리워만 했던 그 울릉도의 참 모습이 쏘아와 쏴와 소리치면서 파도처럼 밀려들어 올 줄도 모를 일이지 않는가. 어릴 적 국어교과서에서 속으로 불러보던 그 “동쪽 먼 심해선 밖의/한 점 울릉도”가 마음의 섬으로 푸르게 출렁여 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지나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유치환, ‘울릉도’ 중에서)

 

글, 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