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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의 ‘찬란한 슬픔’ 같은 섬의 수채화

여행과 미디어/여행길 만난 인연

by 한방울 2011. 12.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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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의 ‘찬란한 슬픔’ 같은 섬의 수채화

[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78] ‘김충호 수채화’ 속 남녘 섬 풍경

 

 

금당도 금일도로 섬 여행을 떠났다. 마량포구를 건넌 뒤 정약용 유배지를 거쳐 도착한 강진읍.

일행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맛집 건너편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섬의 수채화를 만났다.

이런 만남은 길거리 방랑자에겐 큰 추억이고 행운이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로. 김영랑 시인의 생가로 연결된 강진아트홀 화랑에서

인생 오십 고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서양화가 김충호 화백의 섬 수채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마치 섬 풍경을 직접 사진으로 촬영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실성이 돋보인다.

질감이 매우 투명하고 강렬하다.

세 번째 개인전 '김충호 수채화전'을 연 김 화백은

관훈미술관 판화 개인전을 비롯 그동안 땅끝전 등 20여 차례의 단체전을 열었다.

홍대 앞 예감 미술학원장을 접고 30여 년 만에 고향 강진으로 귀향한 그는

강진의 땅과 하늘과 바다와 호흡하며 수채화에 빠져 살아왔다.

 

 

그동안 그의 귀향 작품을 눈여겨 봐 온 글로벌강진전략연구소 조헌주 이사장(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은

"김 화백의 그림은 울부짖는 듯한 거친 구름과 싸늘한 하늘 아래 외로이 서 있는 섬,

바다 물결은 잔잔한 듯 보이지만 으르렁거리는 하늘 아래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폐선 한 척 등

중년의 김 화백이 귀향 후 겪었을 치열한 사색의 과정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그렇다. 섬에는 무수한 상징기호들이 있다. 거센 비바람에도 늘 푸른 섬,

부서지면서도 비우는 파도, 썰물과 밀물로 균형을 이루는 수평선,

섬으로 가는 길은 나를 반추하고, 반도국가 역사와 자연을 배우고 깨닫는 여정이다.

 

 

그런 섬의 미학에 천착한 김 화백은 남도의 섬들을 사실주의로 빚어내고 있다.

그렇게 묘사된 섬과 바다에는 은은한 남도의 곡선미, 끈끈한 남도 사람들의 가락이 출렁인다.

이를테면 김영랑 시인의 '찬란한 슬픔'의 정한(情恨)까지 묻어난다.

 

 

철썩철썩 파도가 부서지다 이내 어머니 젖가슴처럼 평안해지는 화폭 속에서

누구나 시인이 되고 낭만주의가 되고 휴머니스트가 된다.

섬과 바다 풍경 외에도 강진 김영랑 시인 작품에 등장하는 목련, 남도 기상의 상징인 매화, 그리고 연, 상사화 등

꽃 풍경도 함께 선보인 ‘김충호 수채화전’은 오는 18일까지 강진아트홀 화랑에서 열린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2011.12.11일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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