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글로 밥 벌어먹고 사는 직업인지라 종종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느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시나 수필, 소설의 창작물을 쓰는 전업작가(專業作家)가 아닌 다음에야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얼마나 정연하게 표현하느냐에 만족도가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뉴스로 필진인 박상건 성균관대 겸임교수가 최근 발간한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두 종의 책자가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글쓰기와 취재방법론>과 <언론입문을 위한 기사작성 실무>입니다.
전자가 박상건 교수가 대표집필을 맡고 김정탁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가 저널리즘 글쓰기에 관한 2개장을 책임진 것이라면 후자는 박 교수의 글만을 모아 만든 것입니다.
미디어취재현장의 실전텍스트라는 부제가 달린 전문책자를 구태여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궁금하실 겁니다. 이 책들이 ‘예비언론인과 새내기 기자를 위한 취재보도의 입문서’인 것은 사실이지만 글쓰기에 관심있는 일반인과 학생, 나아가 글을 읽고 쓰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침서(指針書)라 해도 충분할만큼 풍부한 예시와 사례를 들고 있는 덕분입니다.
2000년 창간해 인터넷신문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오마이뉴스를 통해 사람들이 깨친 게 있다면 바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이미 제도권 언론의 기자였던 제게도 오마이뉴스의 도발적인 슬로건은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자가 된다는 것은 해당 언론사의 공채시험을 통하는 것이고 중앙언론사에 들어가기 위해선 세칭 ‘언론고시’라는 치열한 경쟁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기때문입니다. 언론사의 권위나 영향력을 고려하면 기자(記者)란 직업군은 기록할 기(記)에 놈자(者)의 하대가 느껴지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또하나의 기득권층이요, 권력이니 말입니다.
그런 기자를 아무나 할 수 있다니. 기성 언론인들로부터 조소(嘲笑)와 탄식(歎息)이 나올만도 했지요. 그러나 오마이 뉴스는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시각과 접근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인터넷신문의 폭발적인 붐을 주도한 견인차(牽引車)가 되었습니다.
물론 어슷비슷한 우수마발(牛溲馬勃)의 인터넷 신문들이 쏟아져 정보의 과잉생산과 뉴스의 진부함이 홍수를 이루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말입니다.
블로거뉴스로 통칭되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근래 들어서는 뉴스를 고르는 안목(眼目)과 글쓰기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편지지에 잉크를 찍어 써내려가는 낭만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지만 웹의 공간에서 글을 쓰는 기회가 훨씬 많아지면서 되레 평균적인 글쓰기 능력은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상건 교수의 책에는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글쓰기 노하우가 실려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무수히 많은 남의 글들을 접하고 내 글도 쉽게 올릴 수 있는 현실에서 글쓰기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글에 굴비 엮듯 줄줄이 달리는 꼬리글을 보기만 하는 이른바 ‘눈팅족’들이 적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벼운 댓글을 하나 올린다해도 하나의 이슈에 대한 의견발표이고 결과적으로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일진대 기왕이면 설득력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문장력이 있는 사람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굴러가고, 읽는 사람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쏙쏙 와 닿는다. 읽은 뒤의 여운도 좋다. 그러나 문장력이 없는 사람의 글은 몇 줄을 읽어 내려가기 힘들다. 같은 표현이 반복돼 지루하게 느껴지고,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읽어봐야 하는 등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을 잘쓰느냐 못쓰느냐는 결국 문장력에 달려 있다.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해야 한다..” (배상복 <중앙일보> 2009.7.15)
좋은 글이 되기 위한 첫째 요건은 쉽고 간결하게 쓰는 겁니다. 글솜씨가 제법 있다는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타성(惰性)이 긴 문장입니다. 종결부호가 나올 때까지 두줄 세줄의 혼합복문으로 이뤄진 긴 문장은 읽는 호흡이 부담스럽고 눈을 어지럽게 합니다.
저 자신 과거엔 이같은 만연체 스타일이 없지 않았는데 기자 생활을 하며 단문으로 끊어 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짧게 끊어 쓰라는 것이 아니라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적절히 혼용하면 감칠맛 나게 읽혀지게 됩니다.
같은 단어의 중복을 가급적 피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입니다. 길지 않은 문장에서 같은 단어를 되풀이해 쓰면 글에 대한 몰입도(沒入度)가 떨어집니다. 말과 글의 중복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어휘력을 구사하지 못하기때문입니다.
고교 시절 남들 영어단어 외울 때 국어사전을 들여다보며 낱말들을 외운 적이 있습니다. 영어 단어도 좋지만 우리 말도 많이 알아야 할게 아니냐는 다소 엉뚱한 의도였지만 당시의 경험을 통해 제가 얼마나 우리 말을 모르고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을 했습니다.
글은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專有物)이 아닙니다. 오마이뉴스가 모든 시민에게서 기자의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뉴스로는 모든 이들로부터 칼럼니스트의 자질을 발굴합니다.
아시다시피 뉴스로는 칼럼형 웹진, 글로벌 웹진으로 출범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칼럼형 웹진이 탄생했다’는 박상건 교수의 평가가 과분하긴 합니다만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웹진 뉴스로는 시나브로 묵직한 반향(反響)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닌게아니라 칼럼진의 글들이 일반 뉴스보다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어떤 매체도 시도한 적이 없는 파격(破格)입니다. 다채로운 지역과 분야, 다양한 연령대의 필진 70여명이 참여하는 것도 유례없는 일입니다.
일부 필진은 원고청탁 요청에 “내가 과연 칼럼을 쓸 수 있겠느냐?”며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로가 출범하고 10개월이 흐른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요? 모든 칼럼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개성과 생기발랄함으로 뉴스로를 빛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신문, 잡지에 실리는 칼럼들은 논설위원이나 전문칼럼니스트, 학자,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로는 다릅니다. 보통의 필진을 중심으로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칼럼뉴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칼럼이 갖는 여론형성, 의제설정, 합의도출은 물론, 형식을 파괴한 자유로움으로 뉴스와 정보의 길미(이자)까지 더해주고 있습니다.
좋은 칼럼은 발로 쓰는 칼럼입니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이야기, 각자의 분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내재된 글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정말 좋은 글, 잘 쓰는 글, 향기가 넘치는 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