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까지 이어지는 사교육 전쟁
대학입시는 새로운 시작일 뿐, 대학생 사교육비 고교 때 웃돌아
대학생 76% 방학기간 사교육 받을 계획, 고교 때보다 많은 75만원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가 중고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을 더한다. 요즘 대학가에는 스펙 쌓기 열풍이 불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학점, 토익, 자격증, 봉사활동 등 준비해야 할 스펙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고등학교에 이어 사교육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에서 11일 발행한 신문 <女론의 여론> 취재팀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서울 소재 14개 대학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됐고 신뢰도 95%에서 ±3.1P이다.
취업난에 대학까지 이어진 사교육 후폭풍
대학생들은 이번 겨울 방학 때 취업 대비 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76%가 “그렇다”, 23%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반면 고등학교 재학 당시 방학 기간에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6%가 “그렇다”, 13%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고교 재학 당시 사교육 비율이 대학생보다 10%가량 더 높다는 결과이다.
하지만 월 평균 사교육비를 묻자, 대학생들은 약 75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었고, 고교 재학 당시는 약 69만원이라고 응답해 대학생의 방학 사교육비가 월 평균 6만 원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때 수능을 위해 사교육비를 지출하지만 대학생 때는 토익, 토플, 자격증, 영어회화능력, 공모전 수상경력, 봉사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통해 취업문을 돌파하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등록금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사교육비가 79만원이라는 사실은 염연히 조사 대상 전체 평균치이다. 취업관련 아카데미의 경우는 대학생 방학 기간을 기준으로 평균 등록비용만 110만 7708원이며 영어캠프나 어학연수의 경우 평균 2,739,000원이 소요되는 등 그 비용 자체가 등록금 1/3~1/2에 이르는 고액이다. 여기에서 영어캠프나 어학연수 비용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평균 비용이 3,536,000원으로 대학생보다 80만 원가량 더 높게 나왔지만, 고등학교 재학 당시 1,000명 중 11명이 계획했던 영어캠프와 어학연수를 대학생이 되어서는 146명이 계획하고 있어 그 수가 13배가량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생의 사교육 계획은 토익, 토플, 텝스 등 어학시험 대비 학원 등록이 53%로 가장 많았고 한 달 평균 비용은 368,000원이었다. 이는 460,000원의 대학 입시 학원 한 달 평균 비용보다 낮은 액수이지만 어학시험을 제외한 기타 사교육비 지출이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준비를 위해 평균 194,000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자가 32%, 영어캠프 및 어학연수에 2,739,000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자가 15%, 해외봉사활동, 공모전 등 대외활동에 492,000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자 14%, 취업관련 아카데미 등록에 평균 1,107,000원의 비용을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10%를 차지했다.
대학생 사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 취업난에 가려진 대학 사교육문제 심각
고등학교 재학 당시 사교육은 입시 학원, 입시 과외, 입시 인터넷 강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85%, 어학과 논술 등 기타 비율이 15% 등 대부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토익, 토플, 텝스 등 어학시험 대비 학원 등록, 자격증 준비, 취업관련 아카데미 등록, 영어캠프 및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공모전 등 대외활동 등에 더 많은 비용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요즈음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관리와 함께 학점까지 관리하는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의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재학생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박영민(24세)씨는 “의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학원 등록이 거의 필수적인데 종합반 과정이 200만 원 정도이다. 비용은 많이 들어 부담스럽지만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하고 분량이 추상적이라 학원에 등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생들은 타이틀만 ‘취업전쟁’으로 바뀌었지, 고교 때 ‘입시전쟁’은 대학에서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엄정동(25세)씨는 “토익이나 토플 학원,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등 다양한 방학 계획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 비용이 부모님 도움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등록금과 사교육비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과 심적 고통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여름방학 기준으로 대학생이 방학 기간 내내 아르바이트만 하더라도 한 달 평균 43만원(4년제 대학 3,4학년생 442명 대상 취업정보사이트 커리어 설문조사 결과)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달 평균 75만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혼자 감당하기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사교육 문제는 부모와 자녀의 핵심문제이기에 곧 가정의 문제, 사회의 문제, 대학의 문제라는 삼중고통의 터널에서 신음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생 사교육 실태의 심각성을 진단하여 방과 후 시스템이나 취업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부의 교육, 취업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사교육 문제가 초중고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대학생 발등에 떨어진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서둘러 재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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