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⑩ ] 문정희作, '물 만드는 여자'
- 봄은 모성애의 숨결 위에 핀 영혼의 꽃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려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 (문정희, '물 만드는 여자’전문)
문정희 시인은 해외 여행 갔다가 어느 전람회장에서 여성이 오줌 누는 장면의 그림을 보고
시상을 떠올리게 되었단다. 애잔하고 장엄한 모성애를 느끼게 해주는 시이다. 힘들고 지친
이 땅의 어머니들이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로도 들린다.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가/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대지에다가 몸 속의 강물을 틀란다. 그 강물이
흙 속을 스밀 때 푸른 생명들이 일어서는 소리를 들어보란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 아닌가.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라는 구절에서 관능적이면서 세상으로 늘 열려있는 시인의 기
질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당당하게 뱉어내는 이런 구절은 쓰디쓴 세상살이를 한 우리네
어머니 정신이 아니라면, 숙성된 삶을 동반한 여성이 아니라면 표현하기 어려운 구절이다.
여자의 오줌이 빗방울처럼 강물처럼 리드미컬하게 대지로 흘러가 적신다. 이 땅 아낙들이
감내해 온 슬픔과 자비의 깊이만큼 푸르게 적신다. 그리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정녕,
이 봄의 신록이라는 것은 어머니가 쏟아낸 배설물을 밑거름 삼아 핀 영혼의 꽃인 셈이다.
저 산하의 계곡을 찬찬히 둘러보면 오줌 누는 여자, 호미질 하는 아낙의 아랫도리를 닮았음
을 느낀다. 이제는 이 세상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어머니 같은 진한 사랑 없이 피지 않
았을 것임을 생각한다. 잠시 경건해진다. 이런 '물 만드는 여자'와 함께 하는 세상은 얼마나
행복한 세상이겠는가.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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