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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가볼만 한 섬과 바다, 도비도

섬과 등대여행/서해안

by 한방울 2004. 12. 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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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35] 가깝고 편안한 휴양섬, 도비도

전통 농어촌 포구는 도시민의 해방구


서울에서 도비도로 가는 길은 계속 서해바다 다리와 방조제를 넘는다. 그래서 나름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단 길이 7,310m에 달하는 국내 3번째 다리 서해대교를 지난다. 서해고속도로 송악 I.C에서 다시 서해바다를 향해 달리다 보면 동양최대 방조제인 석문방조제를 만난다.

 

     ▲ 대호 방조제. 왼쪽으로는 철새도래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 도비도 포구 풍경. 평화와 한가로움이 그대로 빈 배로 출렁이고 있다

 

 

그리고 왜목마을을 만난다. 왜목마을은 서해에서 보기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포구이다. 해변이 남쪽 서해 땅끝마을로 길게 뻗혀 있고 동쪽으로 툭 튀어 나온 지형 탓에 이런 일이 가능한 일이다. 왜가리 머리처럼 튀어 나왔다고 해서 왜목마을이라고 부른다.


소박한 시골 포구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

동해가 남성미 넘치는 파도를 쳐올리는 곳이라면 이곳 왜목마을은 자지러지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서정적이고 소박한 황토빛으로 바다를 적시는 곳이다. 그렇게 해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이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되어 술 익는 마을에 서서히 젖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고향 집에서 장작불 지피듯이 익어가는, 그리 넓지 않은 시골 어촌마을 앞바다를 가로질러 데피는 그 붉은 불기둥은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소박하고 정겹고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 도비도의 노을 풍경

 


왜목마을을 지나 다시 남쪽으로 달리면 대호방조제가 나온다. 7.8㎞의 긴 방조제 끝자락에 도비도가 걸쳐 있다. 도비도는 본디 난지도에 달린 작은 섬이었다. 도비도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돌과 모래가 많고 꼬불꼬불 해안선이 특징이다.


이 섬은 자를 대고 재단한 듯 반듯한 방조제가 생기면서 충남 당진 땅과 섬이 연결되었다. 이 방조제 둑에 올라서 보면 방조제 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안으로는 철새 도래지를 껴안고 있는 푸른 호수와 간척한 농경지대에 눈부시게 휘날리는 갈대의 비상을 볼 수 있다.


도비도 맞은편에 삼길포가 있다. 전형적인 어촌 포구이다. 포구에는 싱싱한 회와 건어물, 젓갈 등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고깃배를 따라 허공을 나는 갈매기 떼들을 카메라에 담는 여행객들도 많다. 해산물을 직접 배에서 사먹을 수 있고 도비도와 삼길포에서는 인근 섬들을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과 작은 어선들이 수시로 운항중이다. 낚시꾼과 한나절 섬 여행을 즐기려는 바쁜 수도권 낭만주의자들에게는 이 코스가 적격이다. 

          

      ▲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소라고동이 아직 도비도 앞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 남해안에서 북상한 초겨울을 맞는 서해안 전어. 가을전어를 뒤늦게 맛볼 수 있다  

 

     ▲ 도비도 등 서해안에서 겨울 별미로 통하는 피조개 

 

바쁜 도시민들의 해방구, 해변은 평안한 명상의 공간

그 해 겨울 도비도에 대한 추억을 안고 이따금 홀로 찾아가던 도비도. 도비도는 농어촌기반공사에서 지어 놓은 휴양관이 아주 잘 지어져 있는데 이곳에서 하룻밤 묵거나 바로 앞 바닷가에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벤치 혹은 전망대에서 앞 바다 섬과 어선들을 구경하는 일은 바쁜 일상을 털어내기에 해방구이다. 사색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그 해 겨울의 추억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섬에서 여름마다 시인학교 캠프를 열었는데 몇몇 시인들이 겨울에도 캠프를 열자고 제의했던 것. 그래서 이곳을 겨울캠프 장소 답사차 찾아갔던 곳인데 과연 아름다운 섬이었다.


일단 서울에서 가까우면서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삶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명상하기에 적격이었다. 그러면서 인근 포구에 일출, 일몰 포인트가 있고 정겨운 어부들이 오고가는 포구가 있고 낚시터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철새 도래지, 담수호의 고기떼와 목선들, 갈대의 풍경들은 우리나라 전통적 어촌과 농촌의 시골스러움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했다.

 

     ▲ 바닷가 산책로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여기에 앉아 섬들을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 출렁이는 목선 위 횟집에서 갓 잡아온 회를 먹는 일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낙조에 취해 시에 취해 눈물 흘리던 시인들

도비도 일몰은 가히 장관이었다. 앞 바다에 있는 작은 섬들을 감싸고 넘어가는 그 광경이라니. 도비도 앞바다로는 멀리 서산 그리고 덕적도가 있다. 그 먼 바다로 기울어 가는 해의 마지막 여정을 그려보라. 그 일몰의 잔영이 가슴에 내내 출렁이는 데 이리 더 어쩌지 못하고 우리들은 바다로 난 창가에서 촛불을 켜고 시를 낭송했다.


제주도에서, 창녕, 광주, 전주, 공주, 홍성, 서울 등 전국에서 온 시인들은 저마다 돌아가며 시를 낭송했다. 이성부 시인은 ‘우리들 양식’을 낭송하면서 이 시를 지었던 역사적 배경을 나지막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잔잔한 통기타 반주에 시를 낭송했다. 그렇게 이어지던 시인들의 시낭송...이윽고 눈물을 흘리던 시인들. 제일 앞에 앉아 있던 공주 산골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있는 나태주 시인은 주룩주룩 흘리는 눈물을 더 훔치지 않은 채 그대로 놔두었다. 감동에 휩싸인 채로.


자연의 황홀함에 푹 빠져 있던 시인들은 그렇게 겨울 바다에서 읊던 시와 음악에 다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시낭송 시간이 끝나고 실내 스위치를 켜려는 순간이었는데 어느 여류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 켜지 말아주세요? 촛불만 켜고 조금 더 있으면 안돼요?”라고 물었다. 조선대 문예창학과 교수로 있는 나희덕 시인이었다. 나 시인 역시 눈물을 훔치며 이 겨울바다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겨울밤 도비도에서 시와 음악에 취했던 우리들은 행사가 끝나고 충남문인협회 회장

으로 있는 구재기 시인이 서산 소곡주라며 내어준 한말의 술에 깊어가는 밤에 취해 갔다. 모두가 숙소로 돌아간 사이에 안도현 시인과 송수권 시인은 겨울 밤바다에 낚시를 했다. 그이들이 잡아온 횟감으로 다시 소주잔이 돌고 날을 지샜다.

 

     ▲ 철새도래지. 철새들이 잠시 나래를 접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는 중이다

        

     ▲ 갯벌체험지로 각광 받는 도비도 앞 바다에 밀물이 밀려오고 있다   

 

동양 최대 방조제와 갯벌체험, 철새 도래지 코스로 각광

오전에는 썰물이 시작돼 찬바람을 가르며 바다로 나갔다. 조개 줍기를 시작했다. 바지락이 참 많았다. 방게, 낙지, 붕장어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물이 나면 조개 양식장으로 가고 물이 들어오면 배를 타고 그물을 통해 고기를 잡으며 산다.


도비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갯벌체험 섬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이곳 갯벌은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어 굳이 신발 등 복잡한 준비물 없이 바다로 들어가면 된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여객터미널 근처와 도비도 휴양관 앞 바위에서 가능하다. 배를 타고 나가면 조기, 갈치, 민어 꽃게 등도 잡을 수 있다.


도비도 휴양지에는 또한 농어촌기반공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해수암반탕이 자리하고 있어 갯벌체험 후 사우나를 즐기기에도 좋으며 갯벌체험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아예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피부미용에 좋단다. 전망대, 수산물직판장 등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해변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다. 어느 해변가에서도 쉬고 싶으면 벤치에 앉아 손에 잡힐 듯 서 있는 앞 바다의 섬들과의 마음의 대화를 나누면 된다. 섬으로 가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면 참지 말고 바로 앞 여객터미널로 가면 1시간에서 2시간 코스로 각각 선택해서 배를 탈 수 있게 도어 있다. 한나절 일정과 하룻밤 일정도 있다. 섬에서 푹 빠져 지내다 올 수 있는 정기 여객선도 운행한다. 가깝고 조용하면서도 시골 포구와 쾌적한 섬으로의 여행을 원한다면 도비도가 ‘딱’이다.


● 미니상식/ 방조제에 대하여

 

간척을 하기 위해 방조제를 쌓는다. 간척은 호수나 바닷가에 둑을 쌓아 그 안에 있는 물을 빼고 농경지로 만드는 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바다를 막는 해면(바다표면)간척이 대부분이다. 즉, 방조제라 함은 밀려드는 바닷물 피해를 막기 위해 쌓은 둑을 말한다.

 

방조제는 간척지 농지 보호의 생명선이다. 이런 중요성 이유 때문에 방조제 공사는 우리나라 간척 공사비의 50~70%를 차지할 정도이다. 공사를 할 때 축제선을 중시하는데, 지반의 높이와 바닷물이 찼을 때의 높이 즉, 그믐의 평균 수위보다 4~5m 높게 한다. 그 다음 풍향, 그리고 인접지역의 배수 문제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한 다음에 단위면적당 둑의 길이가 가능한 최소로 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바닷가 쪽에서 볼 때 튼튼한 화강암 등 바닷물에 잘 견디는 돌들로 층층이 완만하게 쌓은 다음에 간척지 쪽, 즉 바닷가 바깥에는 급경사 돌쌓기를 한 뒤에 시멘트로 배면처리를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방조제에서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 밀물과 썰물의 교차, 수문 근처의 찬물과 더운 물의 교차 등의 특징 때문에 고기가 많이 몰려들고 그만큼 낚시꾼들의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방조제로는 시화방조제, 아산 방조제, 삽교천 방조제, 보령 남포방조제, 새만금 방조제 등이 있다.

 

● 도비도로 가는 길


1. 승용차

서울(서해안고속도로)→당진 I.C→당진(탑동4거리)→고대공업단지→한보철강→석문방조제→왜목마을→대호방조제→도비도


2. 대중교통

남부터미널→당진행 버스→당진터미널 하차→도비도행 버스


3. 문의:

농업기반공사 도비도 휴양관 041-351-9200/당진군청 문화공보실 041-350-3122/석문면사무소 041-350-4381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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