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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등대기행 31] 장봉도

섬과 등대여행/서해안

by 한방울 2004. 9. 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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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등대기행 31] 장봉도

갈매기와 여행객의 아름다운 동행

장봉도로 가는 길은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배가 출항하면서부터 시종 갈매기 떼와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 사람들은 이 갈매기를 ‘거지 갈매기’라고 부르곤 하지만 독도 울릉도 홍도 난도 등 대부분 먼 섬 무인도에서 서식하는 어부들에게는 반가운 물새 가운데 하나이다.


머리와 가슴, 배는 흰색이고 날개와 등은 잿빛이다. 봄부터 여름철에 번식을 시작하는 데 울어 예는 것이 마치 고양이 울음소리 같아 사람들에게는 더욱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선다. 이 갈매기가 상공에 날면 물고기 떼가 있는 곳임은 어부들은 잘 안다. 그러니 어장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새인 셈이다.


무인도에서 작은 물고기와 풀잎, 곤충을 주로 먹고 사는 괭이갈매기가 어쩌자고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날아와 인스턴트 부스러기를 얻어먹고 산단 말인가? 장봉도로 오가는 여정에 늘 함께 하면서 먹거리를 해결하는 갈매기는 여행객들이 주로 던져준 새우깡을 받아먹는다. TV에서 야생 반달곰이나 멧돼지가 사람 손에 길들여져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워지기까지 한다.


어떤 괭이갈매기는 아예 사람들이 과자를 던져주기 전 손에 든 과자를 낚아채 허공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곤 했다. 그런 갈매기 풍경에 푹 빠져 있노라니 어느새 신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한 10분여 분 흘렀을 때였다. ‘신도(信島)’라는 지명은 이곳 주민들이 성실하고 순박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의 섬.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서 진염(眞鹽)이라고도 부른다.

세 개의 섬과 어깨동무한 목가적인 섬, 장봉도

그 다음 섬이 ‘시도’라는 곳. ‘화살섬’이라는 뜻이다. 고려 말 최영, 이성계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에서 이 섬을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는 데서 유래한 섬이다. 그리고 모도가 나왔다. 47가구가 사는 작은 섬 모도는 고기가 잡히지 않고 띠만 잡혀 ‘띠 모(茅)’자를 따서 그리 불렀다.


띠는 푸른 해초류로써 남해안에서는 ‘진질’이라고도 부른다. 이 풀을 퇴비로 썩혔다가 농사지을 때 밑거름으로 사용하곤 한다. 하여튼 신도, 시도, 모도 등 3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 퍼져 있는 해상에 장봉도가 있었다. 장봉도로 가는 섬 하늘에는 시나브로 인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와 갈매기들이 함께 날며 오묘한 조화를 엮어내곤 했다.


삼목항에서 장봉도 선착장까지는 40분이 걸렸다. 선착장에 내리자 바로 인어상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인어상의 전설에 의하면 어느 날 ‘날가지 섬’의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고기대신 인어를 낚았는데 어부가 인어를 살려 주었다고 한다. 죽음을 면한 인어는 이 어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고기가 많이 잡히도록 도와주었다는 것. 


그런 전설의 섬, 장봉도는 선착장에서 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모롱이를 돌아간다. 산림이 아름답게 우거진 산길을 덜커덩거리며 타고 가면서 툭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장봉도는 이처럼 구릉성 산지가 동서로 뻗어 섬의 뼈대를 이루는 봉우리가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길이 22.5㎞. 이 섬 자락을 뜨개질처럼 엮고 있는 것은 논과 밭의 평야지대. 아주 목가적이다. 장봉도는 반농반어촌이면서 산촌의 정서도 아우르고 있다.


괭이갈매기 서식처이자 옹진군 유일한 팜스테이 섬

섬 일대에 천연기념물 제360호와 제361호로 지정된 노랑부리백로와 괭이 갈매기 서식지가 있다. 섬사람들은 주로 김 양식과 함께 백합, 동죽, 바지락과 새우 등을 잡아서 팔거나 논농사 밭농사 그리고 포도를 재배한다. 특히 포도는 이 섬의 특산품 중 하나이다.


가족과 함께 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호미로 갯벌을 파 제꼈다. 그러나 아무리 파도 작은 게들만이 기어 나올 뿐. 조개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 가족은 마을에서 조개를 파는 일명 ‘조개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는 지금은 조개철이 아니라고 했다. 조개는 7, 8월에 산란기라서 이 기간을 빼고만 잘 잡힌다는 것.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셈. 보통 바닷가에서는 석화, 키조개, 가리비, 대합 등 씨알 굵은 조개들이 많이 나온단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지는 법. 할머니는 어렵게 잡아다가 애지중지 냉장고에 얼려놓았던 조개 한 묶음을 내주었다. 돈을 받지 않았다. “우리 손주 녀석만 하다...아가? 맛있게 먹어~~”하면서 아들 녀석 머릴 쓰다듬는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기 그지없던 할머니 댁 앞마당에는 들깨와 토란 잎 등이 갯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처럼 장봉도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여태 섬 인심이 그대로 되살아 있는 곳. 그런 탓인지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고구마와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봉숭아 꽃물들이기, 메뚜기 잡기, 포도와 참외 따기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갯벌체험 등으로 청소년과 가족 여행으로 적격인 섬이다.


농촌 체험과 고기잡기 그리고 서해 낙조 감상

할머니 댁에서 나오자 분교 앞을 지나는 섬마을 버스가 왔다. TV 문학관에서 봄직한 아름다운 정취였다. 적막한 분교 앞의 작은 마을버스는 섬마을 동구 밖을 다 거쳐서 종점 선착장에 이른 코스로 운행 중이었다. 이 버스를 타고 장봉 1리에 있는 옹암 해수욕장으로 갔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다가 깊지 않아 가족단위 휴식처로 알맞은 해수욕장이었다. 


그물을 끄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따금 바닷가재와 새우, 망둥어가 잡히고 숭어도 그물코에 걸리기도 했다. 뻘밭 촉감이 좋은 탓에 아이들은 아예 뻘밭에 몸을 내동이치며 썰매 타기를 했다. 그 뻘밭 사이로 난 수로를 타고 멀리 고깃배에서 고기를 양동이에 옮겨 담은 마을 아낙들이 엉덩이 흔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해변가로 걸어 나오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해안가에는 노송이 병풍처럼 서 있어 아늑하고 고요했다. 이 소나무 숲에 노랑부리 백로가 서식한다. 옹암 해수욕장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한들 해수욕장.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해수욕장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그런가 하면 장봉 3리에 있는 진촌 해수욕장은 낙조와 석양으로 이름난 곳. 우리 가족은 이곳 섬 기슭에 텐트를 쳤다. 움푹 들어간 바위 모서리 사이에 야영장을 꾸리고 아내는 라면 요리를, 나와 아들은 갯펄로 나갔다. 바로 앞바다의 무인도 망토섬 앞에 은빛 물결이 찬란하더니만 이내 노을이 채색되고 있었다. 그만 숨을 멈추게 하는 저 환상적 장관이라니...그렇게 해가 지면서 마지막 배편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리를 접어야 했다.


고유어로 섬 이름을 짓는 장봉도의 작은 섬들

서둘러 나오는 길에도 이 섬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동죽 조개를 꼭 먹고 싶었다. 배가 도착하기 전 포구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마침 어제 캐온 것이 있다는 한 아줌마를 만나 덤으로 다른 조개도 얻어올 수 있었다. 바로 앞에는 무인도 ‘멀굿’. 아줌마는 저 섬에서 이것을 캤다고 했다. 썰물에 그곳까지 걸어가 아낙들은 조개와 해초를 캐온다는 것이다.


이름도 아름다운 ‘멀굿’. 이처럼 장봉도는 망토섬, 감투산, 날가지, 뒷장술, 독바위, 거무지, 아기노골, 아구노골, 똥골, 뱀메기 뿌리 등등 우리 고유어를 지명으로 부르는 것이 많다. 하여튼 또다시 갈매기와 동행 하며 삼목항으로 돌아갔다. 붕~부우웅~ 뱃고동소리가 울려 퍼지는 저 편 수평선에는 아직 지지 않은 노을이 출렁출렁 마지막 풀무질을 하고 있었다.



● 미니상식/ 바다 조개의 슬픈 이야기


백사장에서 추억의 징표로 줍곤 하던 조개껍데기. 그런데 이 조개껍질에도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적자생존의 자연의 섭리가 스며 있는 것이다. 조가비에는 구멍이 나 있다. 이를 생물학 전문용어로 ‘천공(穿孔)’이라 부른다. 이 구멍은 조개가 다른 고둥에게 잡아먹힌 흔적이다.


고둥은 바다를 걷는 달팽이. 고둥이나 골뱅이 등은 껍데기가 살과 함께 감겨있다. 이동하는 힘이 약한 대신 물에 떠있는 플랑크톤을 아가미로 걸러 먹는다. 입에 작은 이빨 모양의 ‘치설(齒舌)’이라는 게 있어 바위에 나붙은 해초류를 갉아먹기도 한다. 일부는 다른 조개를 잡아먹기도 한다.


껍질을 구멍 내며 서서히 살을 파먹기도 하지만 구슬우렁이 같은 경우는 구멍에 독액을 집어넣어 힘을 잃은 다른 조개가 껍데기를 열면 살을 뜯어먹는다. 그렇게 먹히고 자신의 이름을 껍데기로 남긴 조개는 조류에 밀리고 파도에 씻기면서 험난한 바다 생활을 접은 채 바닷가 백사장에 최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게 조개는 저마다 갖가지 색깔을 뽐냈음에도 마지막 생애는 오랜 시간 바닷물에 씻기고 햇볕에 도화지처럼 하얗게 색이 바랜 채로 모래밭 하얀 꽃으로 피어 있는 것이다.



● 장봉도로 가는 길


1. 승용차

서울→영종대교→화물터미널 이정표→삼목교차로 우회전→삼목항

- 오전 7시10분 첫배. 장봉도 막배 6시. 1시간 간격 운행. 40분 소요

- 승용차 승선료 왕복 1만5000원(운전자 무료)

- 개인 승선 요금은 2300원(월미도에서 승선시 1,200원)

2. 민박(농원 농촌체험. 4인 가족 기준 5만원)

3. 문의: 용주해운:032-762-8880~2(월미도) 세종해운:032-884-4155~6(삼목항)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장봉도, 갈매기,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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