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도 앞 바다의 토끼섬
정박한 배
[박상건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20 간월도
달빛 어리는 바다, 간월도에서 사색하고 미식여행하기
간월도는 태안반도 중간쯤에 있다.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하고 서산의 대표적 갯마을로 각광받는다. 우리나라 지도에서 호랑이 꼬리 지점이 장기곶에 해당하고 발톱 부문이 태안반도이다.간월도는 1973년 태안군 안면도에서 서산군 부석면으로 편입됐다. 안면도 바로 위에 있다.
간월도의 한자 뜻은 볼간(看), 달월(月)이다. 그대로 풀이하면 ‘달을 본다’는 뜻. 이 섬의 부속 섬인 조그만 섬 하나가 있는데 간월암이다. 고려시대 말엽 무학대사가 이 작은 암자에 들어와 불도수행을 하던 중 유난히 밝은 달빛이 바다 위에 비추는 것을 보고 간월암이라 불렀단다. 이 작은 섬 이름이 결국 큰 섬 이름이 된 셈이다.
간월암은 썰물 때는 걸어서 가고 밀물 때는 쪽배를 타고 간다. 이 암자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간월암과 간월도 사이에 긴 줄을 매여 놓고 쪽배를 이용한다. 동강이나 섬진강에서 줄에 매달린 나룻배을 이용하는 그런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간월암은 ‘서산 9경’ 중 하나이다. 서산 9경은 해미읍성, 마애여래삼존상, 간월암, 개심사, 팔봉산, 가야산, 황금산, 서산한우목장, 삼길포항이다. 간월암 여행은 이 서산9경을 여행하는 콯스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고 안면도와 연계 여행하는 방식이 있다.
안면도는 간월도에서 바라보면 마주 보이는 섬이다. 물론 이 두 섬 사이를 승용차로 이동할 수 있다. 섬이 계속 연이어져 승용차로 이동하다가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바다와 섬을 구경하기에 좋다. 물론 철부선 타고 바다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런 섬이 안면도 앞에 위치한 원산도, 삽시도 장고도 등이다. 이들 섬 아래가 대천항이다. 간월도 여행코스를 잡을 때는 이런 점을 착안해 패키지여행으로 활용하면 좋다.
간월도가 유명해진 것은 1983년 천수만 간척공사로 둑길이 생기면서 부터이다. 이 긴 강둑길로 승용차를 타고 달리면 천수만 철새도래지와 드넓은 평야지대 그리고 바다가 동시에 펼쳐진다. 평야지대는 담수호가 크게 형성돼 그 물빛에 어리는 자연을 감상하거나 풍경 속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사색하는 겨울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물은 물결만 아니면 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리지 않으면 절로 밝다. 그러므로 마음도 애써 맑게 할 것이 아니라 그 괴롭게 하는 것만 버리면 절로 맑아 질 것이요, 즐거움도 굳이 찾을 것이 아니라 그 괴롭게 하는 것만 버리면 절로 즐거울 것이다”
그런 물빛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문득 이런 채근담의 한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삶에 찌들린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무거운 단봇짐을 내려놓고 조용히, 묵묵히 겨울바다를 바라보는 여행. 그런 풍광에 취해보기에 좋은 곳이 간월도이다.
간월도 횟집촌
새조개를 까는 아낙들
간월도는 그렇게 황금들판의 철새도래지, 담수호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200여 만 마리의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천둥오리, 흰뺨오리, 흰비오리, 청머리오리, 쇠어리, 고방오리등이 도래지인 이곳에서 새소리며 바람소리 물결소리에 취해보자. 그러다가 그 새들의 먹이가 되는 물새우, 붕어, 잉어, 미꾸라지 밀물 생물과 바로 건너 바다생물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
간월도는 조개 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새조개의 요리가 유명하다. 데쳐 먹거나 구워먹는다. 새조개를 데친 국물에 끓인 칼국수 맛도 일품이다. 싱싱한 회 맛에 간월포구 풍경까지 더해지면 겨울여행지로서의 만족감은 그만일 것이다.
간월도 바다는 아주 얕다. 물이 들어오면 호수 같고 물이 나가면 질퍽한 갯펄에 물새들이 평화롭게 거닐고 있다. 횟집들은 대부분 오래된 목선을 고쳐서 그 갯펄 위에 비닐을 치고 꾸민 포장마차 촌이어서 더욱 운치를 더한다. 이국적이면서 정겨운 해안선의 추억 만들기에 그만이다.
실제 배를 타는 기분으로 횟집에서 구이를 먹고 먹이를 좇는 물새들을 구경하고, 이따금 고기잡이 갔다 돌아오는 목선의 풍경도 마주할 수 있다. 마치 그 옛날 선비들이 자연과 더불어 그림을 그리던 풍류를 떠올려 주는 그런 곳이 간월도이다. 그런 산수화를 간월화라 불렀다.
간월화는 산수화의 일종이다. 그림의 주제가 인물인데 반해 산수를 배경으로 다루었다. 그림 속의 인물은 주로 사대부나 문인들의 이상적 인생관을 다루었다. 그 산수 인물화를 일컬어 간월도, 고사관월도, 상월도, 대월도, 망월도라 불렀다. 그림 명칭은 소재에 따라 달랐다. 특히 간월화의 특별함은 간월도에 이슬비가 내리거나 해무가 길 때 더욱 운치 있게 다가오는 점을 체험한다면 간월화 풍경화의 독창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밖에 간월도 볼거리라면 아무래도 서해의 일몰이다. 바닷가 횟집에 앉아서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는 일몰 풍경. 전형적 갯마을 풍경에 서서히 바다를 물들이는 아름다운 멋과 맛이 그곳 간월도에 있다.
서해안 명품 해산물 중 하나가 자연산 굴이다. 그래서 서산, 서천, 태안 일대 해변을 여행하다보면 유달리 굴 껍데기가 많이 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난하던 그 옛날, 어민들은 이 굴을 따다 팔아서 생계를 이었다.
굴 값이 만만찮아서 다른 농어촌보다 높은 소득원이 보장됐다. 간월도의 어리굴젓은 해미의 가야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서해 갯벌에서 만나 굴이 성장하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을 갖췄다. 그래서 속살이 더 두툼하다.
특산물 굴
굴은 높은 가격만큼 바다에서 이를 따는 과정에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잔손이 많이 들어가고 찬바람을 맞으며 손등을 찍히면서 품이 팔아야 한다. 굴 따는 기구인 조새를 찍어 속살만을 따내고 이것을 깨끗히 세척해 내다 파는 과정은 그 노동력만큼 빛나는 가치를 가져다준다.
특히 간월도는 개펄 속에서 장기간 성장한 굴이다보니 그 맛이 남다르다. 그래서 수많은 지역축제 중에서도 간월도의 굴 축제인 ‘굴부르기’가 남달라 보인다. 이 축제는 정월대보름날 갯벌에서 나오는 굴의 풍년을 기원하면서 아낙들이 중심이 되어 ‘굴부르기 놀이’를 전승해오고 있다. 굴이 풍성한 만큼 갯벌에는 각종 물고기와 철새들이 몰려들고 이런 광경과 맛 기행 프로그램은 여행자들이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거무스레한 자연산 굴은 천일염 등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더하여 만들었는데 조선시대부터 진상품으로 대접받았다.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궁중의 진상품으로 보냈다고 전한다. 간월도의 대표적 특산품인 어리굴은 갯바위에 붙어사는 토화와 돌멩이를 갯펄 양식장에서 키운 특이한 석화이다. 현대인에게는 강장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산사람들은 일직이 굴을 이용한 다채로운 음식을 발달시켜 왔는데 영양굴밥, 굴회, 굴전 등 다양한 음식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렇게 간월도에는 풍경과 사색과 맛의 역사와 문화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간월도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인터체인지(IC)에서 나와서 서산 A방조제를 지나면 10분 정도 소요된다. 서산시청 문화관광과(041-660-2499) 부석면사무소(041-664-8684).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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