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BMW 늑장 리콜 조사(사진=연합뉴스)
BMW 대한민국 우롱하다 “독일서 한국 차 불나도 이랬을까”
국민 분노하자 정부 ‘운행중지’ 등 강력대응, 유럽서도 리콜 시작
차량 화재로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는 BMW 차량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운행 정지’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리콜 문제로 개인 승용차를 대상으로 운행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부 BMW 차량에 대해 운행중지 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BMW 운행중지 명령 대상 차량은 42개 차종 10만6317대 중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으로써 국토교통부는 이들 차량 소유주에게 정비이행명령서를 발부한다. 발부 후 14일까지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못하면 운행중지 대상이 된다.
국토부가 이처럼 초강경 대응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민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더 큰 사고를 방지하고자 하는 국민 안전제일주의 때문이다. 개인 차량 소유로써 소유자가 불편할지라도 문제의 차량이 “터널·주유소·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물론 현행 자동차관리법 37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된 차량에 대해 정비를 지시하면서 운행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행 중단을 명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일 BMW 코리아 대표 및 본사 임원진과 면담을 갖고 화재사고에 따른 리콜과 관련하여 BMW측에 자료제출이 미흡한 점을 언급했고, 추가적인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하는 등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긴급안전진단 및 화재발생 원인규명과 관련하여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발생원인과 리콜 지연사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긴급안전진단과 관련하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 부실 안전진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집행하라고 했다.
아울러 안전진단 후에도 부품교체 등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리콜 단축대책을 제시하고, 불안한 차량 소유자 등 소비자에 대한 보상 등 피해 구제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BMW에 대해 추가자료 제출 요구 및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화재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며, 조사 과정에서 국내전문가를 충분히 참여시켜 화재 발생원인 규명을 공개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 엄중 경고하자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정부에 고개를 숙였다. 총 30여 건의 BMW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 동안 그가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정부 당국과 면밀히 협조해 사전 안전진단과 자발적 리콜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이 참석해 BMW 코리아가 기존에 밝힌 대로 디젤 차량의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재 원인이 EGR 쿨러의 하드웨어적인 문제라며 소프트웨어와는 관련이 없으며, 이번 EGR 결함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특수 사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리콜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2016년 흡기다기관 쪽에 작은 천공이 형성되는 현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아 원인 파악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지만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몰랐고, 이것이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현미 장관은 “BMW는 엔진 결함의 위험성을 2016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해소해야 하며, 유독 한국에서만 빈번하게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BMW를 겨냥해 “여러분의 나라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유사한 사고를 유발했을 때 어떤 조치를 내렸을지 상정하고 이와 동일한 수준의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MW 차량 화재가 환경부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을 조작해 발생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도는 가운데 올해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31대 중 아직 그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차량은 총 25대이고 환경부 리콜 대상 차량 중 리콜을 하지 않은 차량에서 더 많은 화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연이은 BMW 화재와 관련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해 사고 원인과 책임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대폭 강화해 책임을 엄격하게 지우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8일 “독일서 한국차가 불났다면 어땠을까”라고 반문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국적 기업 BMW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다. BMW가 더 빨리,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을 우롱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폭염에 잇따른 화재사건과 BMW 화재 피해까지 겹치면서 화재피해 집단 멘탈 붕괴 현상이 도지고 있다. 모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그것이 다국적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인에게 던지는 정서적 충격을 더 크다”고 진단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여당이 나서서 징벌적 손해배상 방안과 운행중지 명령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 백 명의 소비자들이 차량과 법률 전문가들로 소송지원단을 구성해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차향피해로 리콜을 결정한 BMW가 유럽에서도 차량을 리콜할 예정이다. 2016년 유럽에서 발생한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했고,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동일한 사고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다.
BMW의 진실은 무엇인가. BMW가 주장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문제인가? 하드웨어 문제인가? 아무튼 이제 사태의 본질은 그 문제 이상의 선을 넘었다. 사고 원인 규명도 분명해야 하는 것을 물론 BMW 늦장 사과와 한국 소비자를 우롱한 원죄에 대한 진정성을 명료하게 보여줘야 한다. BMW 화재 사건은 그렇게 한 자동차 회사 소비자 문제를 넘어 우리 국민들의 문제로 부상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부와 BMW가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하는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실을 말하라.
박상건(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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