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문학여행’ 떠나볼까
박두진 황순원 한용운 홍사용, 출판도시와 생텍쥐페리 기념관까지
인간은 유한하고 인간이 노래한 자연과 예술은 영원하다. 지금, 자연은 옷의 색깔은 노랗게 물들어 무르익을 때로 묵고 짙어질 때로 짙어졌다. 마침내 낙엽이 진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빈 가슴마다 사색과 감성의 물결이 짙게 베어든다.
이런 날에는 훌쩍 떠나보자. 문학소년 시절로 문학소녀 시절로 되돌아가 나를 반추해보자. 가족끼리 연인끼리 그 동안 누군가의 인생을 바꿨을지도 모르는 어느 시인과 작가의 발자취 앞에서 잠시 사색에 잠겨보자.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품격 있고 의미 있는 여행, 문학여행이 또 하나의 색다른 여행길이 아닐까. 그렇게 향기로운 사색에 잠긴 그대여. 문학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저물어 가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의미 있고 추억이 깃들 문학여행 길을 떠나보자.
자연을 노래한 청록파 시인 박두진
박두진 시인은 1939년 정지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장’지를 통해 등단했다. 그 해 봄 시골을 여행하며 쓴 시 ‘향현’과 ‘묘지송’ 두 편이 실렸는데, 일제 암흑기의 현실을 주검과 무덤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인의 참담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해방된 이듬해 시인 박목월, 조지훈과 공동시집 ‘청록집’을 출판하며 이들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렸다. 청록파는 하늘과 바다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동경하는 이상을 표현했다.
시인의 고향인 안성의 보개도서관에는 ‘박두진자료실’이 마련되어있다. 시인의 생애와 한국 문학사를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시인이 등단한 1939년 ‘문장’지 1권 5집과 1946년 청록집 외에도 첫 단행본인 1949년 ‘해’ 등 귀한 서적이 가득하다. 혜산이 손수 그린 수묵화와 취미로 수집한 수석 등 소장유품 300점이 함께 전시된다. 연계관광지로는 안성맞춤랜드와 가을목장의 풍경이 담긴 안성팜랜드를 추천한다. 이용요금은 무료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소나기’는 우리의 감성을 한 뼘 더 자라게 한 대표적인 단편소설이다. 소설 끝부분에 작품의 배경이 양평임을 암시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를 모티브로 양평 서종에 소나기마을이 세워졌다.
‘소나기’ 속 수숫단과 징검다리 등을 재현하고 여러 대표작을 음미할 수 있는 조용한 산책로와 가을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감성적인 문학공간이다.
문학관 건물은 소나기 속 수숫단 모양을 닮았다. 안에는 영상과 유품으로 황순원을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 첨단 시설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속으로’ 등 2개의 테마 전시실로 구성된다. 또 소년과 소녀의 학교 교실로 꾸민 ‘남폿불 영상실’은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추억공간이다.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에서는 황순원의 작품을 종이 책은 물론, e북과 오디오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문학관을 나오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들러 황순원의 가을을 함께 즐겨도 좋다. 이용요금은 성인 2,000원, 청소년·군경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만해기념관
박두진 시인 자료실
남한산성 만해기념관
만해 한용운 시인은 민족대표 33인으로서 3·1운동을 주도한 민족지도자다. 투옥된 뒤에도 일본의 회유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유, 평등, 평화사상에 입각한 독립운동을 이어간 민족의 자존심이다. 해방 1년 전 영양실조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으며 1962년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 되었다.
1926년 발표한 시집 ‘님의 침묵’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기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님’을 동양적인 정신과 아름다운 운율로 표현한 시문학사 불후의 명작이다. 남한산성 만해기념관은 만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 연구하는 곳이다. 그의 책과 저술, 독립운동 자료와 훈장이 전시된다. 특히 대표작 ‘님의 침묵’ 초간본을 비롯한 160여종의 판본과 800편이 넘는 연구서는 만해의 세계관을 살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기념관에서는 성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만해 한용운선생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등 다양한 정기·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로 옆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이나 가을단풍명소인 화담숲을 찾아 만해와 만추의 대화를 즐겨보자. 이용요금은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 6세 이하는 무료이다.
노작 홍사용문학관
‘나는 왕이로소이다’ ·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으로 대표되는 노작 홍사용. 일제강점기에 낭만주의 문학을 주도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아울러 극단 토월회에서 활동하며 직접 서양극을 번역하고 연출을 맡는 등 신극 운동을 이끈 연극인이다.
화성 동탄신도시의 ‘노작홍사용문학관’은 노작의 문화사적 업적을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제1전시실은 ‘홍사용의 삶’을 주제로 그의 생애 전반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은 홍사용의 작품세계와 활동을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과 독서와 커피를 함께 즐기는 북카페도 운영한다. 아울러 다목적 소극장 ‘산유화극장’을 갖추고 홍사용처럼 문학과 연극을 통해 우수한 문화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과 함께 융건릉이나 공룡알화석산지 등을 함께 돌아보는 코스도 좋다. 이용요금은 무료이다.
황순원문학관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파주출판도시
파주 출판단지는 말 그대로 책의 도시다. 출판유통구조의 현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가문화산업단지로 조성되면서 많은 출판사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출판도시 안에는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서점,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효형출판의 ‘북카페 눈’, 열린책들의 ‘미메시스 뮤지엄’, 피노키오를 테마로 하는 ‘피노키오 뮤지엄’ 등이 인기다.
파주출판도시의 랜드마크는 단연 초대형 서재 ‘지혜의 숲’이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높은 천장까지 들어찬 큰 책장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야말로 책들의 숲이다. 책의 분류방법도 도서관과 다르다. 기증자와 출판사에 따라 책을 모아둔 것이 신선하다. 열람과정도 단순하다.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테이블에 앉아서 읽고 제자리에 직접 꽂아두면 된다.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출판도시의 건물들은 대부분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이니 건축물투어를 즐겨도 좋고, 파주의 명소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프리미엄아울렛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파주 프리미엄아울렛도 즐겨보면 좋은 곳. 이용요금은 무료.
영원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기념관’
소설 ‘어린왕자’는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찾아주는 세계인의 동화다. 쁘띠프랑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어린왕자 콘셉트로 꾸민 프랑스 테마파크다. 프랑스풍의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로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 술주정뱅이, 지리학자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국적인 볼거리도 가득한 곳이다. 특히 전통주택 전시관은 150년 된 프랑스의 실제 고택을 통째로 옮겨와 식기, 가구, 생활용품 등을 함께 전시한다. 거리에서는 마리오네트 댄스와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쁘띠프랑스 내 생텍쥐페리기념관은 작가이면서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일생과 작품세계가 담겨있다. 시적인 소설 어린왕자와 야간비행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 되는데, 그의 친필원고와 직접 그린 삽화가 인상적이다. 특히 그가 스케치한 어린왕자의 이미지는 현재도 사용되고 있음이 놀랍다. 쁘띠프랑스에서 나와 아침고요수목원과 자라섬을 들러 가평의 가을을 소곤거려 본다. 모두 잃었던 감성을 충전하기 좋은 곳이다. 이용요금은 대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소인 5,000원이다.
글: 박상건(시인) 사진: 경기도 제공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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