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독도를 가다(글, 사진: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우리 땅 독도를 가다   

 

                                                                                                 글, 사진(박상건, 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동도 일출과 서도 일몰

 

우리 섬 독도를 방문하는데 제한받는 이유

대한민국 최동단의 섬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약 88km 거리인 북위 37°14′22″, 동경 131°52′08″ 영해기점에 위치한 섬이다. 독도는 울릉도를 거쳐 건너가는 섬인데 포항에서는 쾌속선으로 약 3시간, 동해(묵호항)에서는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옛날에 독도는 삼봉도, 우산도 등으로도 불렸으며, 1881년 독도로 개칭되었다. 울릉도가 개척될 때 입주한 주민들이 처음에는 돌섬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돍섬으로 변했다가 다시 독섬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독도가 되었다. 한편, 프랑스와 유럽 같은 나라에서는 독도를 발견한 배의 이름을 따서 ‘리앙쿠르(Liancourt)’, ‘호넷(Hornet)’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1905년에 일방적으로 독도를 다케시마(죽도)로 바꾸고 시마네현에 편입한 뒤 계속해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해마다 8.15가 오면 되풀이 되는 한일 독도분쟁은 역시 두 나라가 가깝고 먼 나라라는 사실만을 확인시켜준다. 씁쓸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된 독도논쟁, 국제분쟁 문제보다도 우리가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국내의 작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상황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국민끼리 분개하고 진을 다 뺀 연후에 한발 물러나서 일본의 반복되는 유감을 받아주는 모양새를 취하는 독도문제 속에서 홀로 속 앓으며 출렁이는 섬 독도.

 

 

독도는 약 460만년에서 200만 년 전 화산활동에 의하여 형성된 화산섬으로서의 지질학적 특수성을 보유하고 있어 학술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1982년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해조류 번식지인 이곳을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한 후 1999년 12월 10일 에는 ‘독도천연보호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2000년 9월 5일에는 독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보전을 목적으로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여 ‘특정도서’로 지정․고시되었다. 독도는 천연의 생물들이 그대로 자라고 보존되고 있는 섬이다. 천연기념물인 독도는 생태계보호 차원에서 하루에 독도에 들어가는 인원을 4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도경비대 위용(자료사진)과 독도 정상의 태극기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독도 가는 그날까지

분명 보호되어야 할 섬이지만 일상의 보통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섬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독도문제를 푸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천연물 336호이지만 훨씬 이전에 지정된 다른 천연기념물의 섬들은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국가 후예들이 섬과 바다를 자주 이용하면서 역사의식과 해양문화를 일깨우는 일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중요하고 자연스럽고 그래서 역사와 섬 문화에 대한 정보력과 경쟁력도 그만큼 배가될 것이다.

 

 

아무나 갈 수 없는 섬, 그런 특별한 독도가 되면서 정치적 이벤트의 섬이 되고 운항 여객선들은 이런 독도이데올로기, 애국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상업적 부가가치만 높이고 있다. 포항과 묵호항에서 독도를 가기 위해서는 독점으로 운행하는 여객회사를 이용한다. 이 여객선을 타야 울릉도로 갈 수 있고 이 여객선은 여행사를 통해 대부분의 표를 팔고 있다. 일반인들이 개인적으로 표를 사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부산, 인천, 목포 등지에서 대마도 백령도 흑산도 등으로 가는 여객선의 경쟁체제에 비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다른 항로와 비교해서도 가격이 훨씬 비싸다. 독도 요금을 미리 왕복요금으로 받는 것도 문제이고 성수기에는 1만5천원이 넘는 할증요금을 받는다.

 

 

 

                             독도등대와 오징어 조업(오른쪽) 등을 하는 밤바다의 선박을 비추는 등대야경

 

지난해 10월 14년간 선박회사 한 곳이 독점했던 부산∼대마도 항로에 2개 여객선사가 뛰어들면서 10만원 안팎이었던 왕복운임이 3만원까지로 뚝, 떨어졌다. 국내 섬 독도로 가는 우리 국민들이 대마도 가는 요금의 10배 이상을 부담하며 가야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무튼 독도는 등기부상 국토해양부의 국유재산으로서 재산관리청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독도에는 경북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 40명과 정상에 국토해양부 항로표지관리소(등대) 직원 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해양경찰청은 독도 및 주변해역의 해안경비를 수행하고 있다.

 

 

지나친 독도이데올로기 부각과 정치적 이벤트가 반복되면서 경비대가 늘 화제 거리가 되는 기현상은 독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경비대원들은 여객선이 도착하면 선착장으로 내려가고 여객선 승하선 여행객들을 돕고 기념촬영에 응하고 여러 단체 등이 전달하는 기념품을 곤돌라에 싣고 근무지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경비대원들이 고생하며 대국민 봉사에 열중인 모습이 안쓰러운 것은 독도수호에 열중할 경비대가 여객선 업무 보조 같은 본질적인 업무 밖의 일에 치우쳐 가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독도에는 독도 정상의 비좁은 방에서 숙식하면서 밤바다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묵묵히 일하는 등대원들은 국가공무원으로 365일 밤바다를 수호한다. 시간별로 기상청에 독도해상 날씨정보를 전해준다. 그들의 노고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도 끝자락으로 가는 길의 갈매기들과 해식동굴 천장굴

 

독도 경비대 위에 독도등대가 있다

독도등대는 1954년 8월 10일 독도리 이사부길 63번지에 최초로 무인등대로 불을 밝혔다. 그러다가 72년 우리나라 최초의 태양전지를 설치한 등대로 변신했고 1998년 2개조 총 6명이 한 달에 한 번씩 교대하다가 최근에는 2개조 3명이 1개월씩 근무한 후 경비정을 타고 육지로 나온다.

 

 

이들은 독도 해상의 오징어 배와 해양조사선 그리고 국내외 선박들의 안전한 뱃길을 인도하는 길라잡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독도등대는 104미터 높이에서 41마일의 해상까지 빛을 발사한다. 등대 사무실 안에는 100마일 해상까지 감시하고 50마일에 있는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독도등대는 최정상에 위치한 탓에 갈매기들이 새끼를 낳고 오물을 남기고 심지어 서로 물어뜯어 죽이면서 등대원들은 시나브로 청소 업무에 시달리고 최대한 전력을 아끼기 위해 거실 겸 사무실에서 희미한 불빛 아래 근무하고 물이 나지 않아 생수를 사다 마시며 생활한다.

 

 

독도는 분명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명백한 우리영토이다. 실효적 지배인만큼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몽돌해변 등을 중심으로 하여 해안 산책로 조성 등 환경을 보호하면서 최소한의 독도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 개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바람 불면 항해하던 선박들이 바람 따라 빙빙 섬을 돌며 위험한 대피보다 방파제 정도는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풍랑주의보 속 동도 절벽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날이 밝자 독도상공을 나는 괭이갈매기떼

 

 

 

정해진 법규 안에서 이런 항해를 도우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노고를 헤아리는 일과 함께 그런 우리 국민들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생태 섬으로써 단계적인 변화를 꾀하는 해양문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차제에 사라진 해양수산부도 복구하여 독도문제를 전담케 하고 자자손손 이어온 해양문화와 해양수산업을 발전시켜 온 국민이 바다목장, 바다캠핑, 해양레저 시대를 구가하는 새로운 해양21세기를 열어가는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독도는 더 이상 막내 섬이 아니라 태평양으로 향하는 우리나라 첫 번째 섬이어야 한다.

 

 

그런 변화가 일본 등 해외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해양에 대한 열정만은 세계적으로 가장 대단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일이고, 그래서 독도독트린 같은 최소한 대한민국에게 ‘독도’라는 단어만은 함부로 입 밖에 내서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족적 자존심이고 자부심이라는 사실을 정책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사랑한다. 독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