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등대 야경(사진=박상건)
[섬과 등대여행] 40 오동도등대를 가다
동백 숲 오동도등대에 올라 한려수도를 바라보다
오동도등대는 여수 오동도로 238-22번지에 있다. 오동도 섬 면적은 0.12㎢, 해안선 길이는 14㎞이다. 오동도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다. 여수시 동남쪽 신항에서 약 1㎞ 떨어져 있다. 시가지와 방파제로 연결된 육계도이다. 육계도란 육지와 섬 사이에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지형을 말한다. 즉 모래로 이루어진 사주가 육지로부터 돌출하여 확장되면서 섬과 연결된 것이다. 강원도 양양의 죽도, 제주도 성산, 인천 영흥도 호도 등이 육계도이다.
오동도등대로 가는 길은 바다 위에 붉게 활짝 핀 동백섬까지 768m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방파제에는 생동감을 더해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여수에 사는 시인과 화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바다 속 풍경, 물고기의 유영과 돌산대교, 무술목, 거북선 등 17점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이 길은 당시 국토해양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한 길이다. 여행자들은 방파제를 따라 청량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도 좋고 순환차량인 동백열차를 타고 오동도로 갈 수 있다.
오동도 유래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오동잎처럼 보이고 오동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고려 말 공민왕의 신임을 얻은 신돈이 왕권에 도전한 그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으며 왕을 상징하는 봉황이 남쪽 작은 섬 오동나무 숲에서 무리를 지어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임금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오동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설로 전한다.
오동도는 시누대나무도 많이 자생하여 죽도라고도 불렀다. 등대 바로 아래는 지금도 대나무 숲 터널이 형성돼 있다. 여행자들에게 꽤 인기 있는 포토 존이다. 오동도는 임진왜란 때 수군 연병장으로 이용되었던 섬이다. 부산 영도등대, 울산 울기등대, 울진 죽변등대 등도 이런 대숲의 지형조건을 타고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했다. 아무튼 이순신장군은 오동도 시누대 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10만 명의 왜군을 물리쳤다고 전한다.
오동도는 섬 전체가 해장죽과 동백나무 등 상록수로 울창한 숲을 이룬다. 동백 숲은 해운대 동백섬처럼 동백섬으로 불린다. 그만큼 동백나무가 많다. 봄과 초여름 길목에 전국 곳곳에서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섬은 100m 내외의 완만한 구릉지이다. 정상까지 가는데 넉넉하게 30분이면 족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온난하고 비가 많아서 다양한 난대성식물이 자생한다. 후박나무, 광나무, 돈나무 팽나무 참식나무 쥐똥나무 등 193종의 수목이 서식한다. 그래서 오동도 식물경관을 자랑하는 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여수시를 상징하는 꽃이 동백꽃이고, 상징하는 나무 역시 동백나무이다. 동백꽃은 꽃말이 진실한 사랑을 뜻하고 꽃이 향기롭고 꽃 수술이 노란색으로 평화를 상징한다. 동백은 우리 민족의 인내를 상징하고 예로부터 등잔기름을 사용했을 정도로 섬사람의 삶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여인이 먼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피를 토했는데 그 자리에서 동백이 피었다는 것이 오동도 동백꽃의 전설이다.
오동도는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됐다. 섬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높은 절벽에 해식애가 발달해 암벽에는 해식동과 풍화혈, 해식아치가 곳곳에 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가는 소라바위, 코끼리바위, 용굴, 병풍바위, 지붕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용굴에 관한 전설이 있는데 여수 연동천에 오동도 용굴과 통한다는 용굴이 있었다. 비가 오면 오동도에 사는 용이 지하통로를 이용해 연동천 용굴로 와서 빗물을 먹고 간다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마을 사람들이 연동천 용굴을 막은 후부터 오동도 바다에는 새벽 2시경이 되면 자산공원 등대 밑 바다로 흘러내리는 샘터로 오동도 용굴에서 용이 이동했단다. 그 때문에 파도가 일고 바닷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밤하늘에 메아리쳤다는 그런 전설이 전한다.
오동도 노을바다 어선(사진=박상건)
전설 속의 그 자산공원은 1960년대 지정된 문화재이다. 이곳은 여수항이 한눈에 보이고 오동도를 가장 잘 바라 볼 수 전망 포인트이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풍과 탁 트인 전망, 일출 조망 등이 특징이다. 일본 강점기 대공포 진지가 있었고 충무공 이순신장군 동상과 현충탑, 호국참전 유공자기념탑, 충혼탑 등이 들어서 있다. 오동도 방파제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길과 이순신광장로로 불리는 자산공원 길을 타고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이르면 넓은 평지에 수천 그루의 상록수와 화초가 식재되어 있다. 1967년 충무공 탄신일을 맞아 제1회 진남제 즉 지금의 여수거북선축제와 함께 국내 최대 높이 15m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웠다.
오동도는 억새풀에 얽힌 토끼와 거북이 전설도 있다. 옛날 자산에 살던 토끼가 오동도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런데 토끼는 어느 날 바닷가에 나가 거북을 만나서 “나에게 오동도를 구경시켜주면 좋은 보물을 주겠다.”고 꾀었다. 우직한 거북이는 토끼의 말을 믿고 오동도 구경을 시켜줬으나 토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거북이는 화가 치밀어 토끼를 오동도에 실어다 놓고 가죽을 홀랑 벗겨버렸다. 이 때 이곳을 지나던 토신이 토끼 꼴이 측은해서 오동도 억새풀밭에 가서 나뒹굴라고 일렀다. 토끼는 억새풀밭에서 나뒹굴었다. 껍질이 홀랑 벗겨졌던 몸에 억새풀이 달라붙어 더 고운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토끼는 이때부터 거짓말은커녕 참말도 할 수 없도록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날 토끼가 아무소리도 내지 못한다는 전설이다.
오동도 인근 여수시 군자동에는 국보 제304호로 1599년 조선 선조 32년에 지은 진남관이 있다. 조선시대 400여 년 간 조선수군의 본거지로 이용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진남관은 여수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로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이다. 원래 충무공 이순신이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삼았던 진해루가 있던 자리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다음 해인 1599년, 충무공 이순신 후임 통제사 겸 전라좌수사 이시언이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진해루 터에 75칸의 대규모 객사를 세우고, 남쪽의 왜구를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진남관(鎭南館)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진남관과 관련 고소동에 있는 고소대도 주요 문화재이다. 1947년에 세운 정면 3칸, 측면 3칸의 비각 안에는 통제이공수군대첩비, 타루비(墮淚碑), 동령소갈비(東嶺小喝碑)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비각이 세워진 곳이 고소대가 있던 곳으로 남쪽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훈련을 독려하고 임진왜란 발발 후 작전 계획을 세우는 한편 군령을 내린 곳이다. 또한 이곳은 황옥천의 목을 베어 군율을 세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타루비는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의 명으로 서울로 운반되었다가 해방 후 해남과 여수 주민들이 서울로 사람을 보내 비석들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경복궁 근경전 앞뜰 속에 묻혀 있었던 것을 찾아와 원래의 위치에 옮겨놓았다 한다.
오동도는 여수의 상징이고 오동도의 정상에는 등대가 있다. 오동도등대는 오동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유람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 횟집을 찾는 사람들, 방파제 산책이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오동도 숲길을 걷노라면 곧 정상에서 등대와 만난다. 오동도 어느 입구에서 산길을 타든 등대와 만나게 돼 있다. 그렇게 오동도등대는 한 때 공사기간을 빼고도 연간 25만 명 넘게 찾는 명소이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오동도등대(사진=박상건)
오동도등대는 1952년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2002년 높이 27m 백색 8각형 콘크리트구조 등탑으로 개축했다. 불빛은 1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불빛이 가 닿는 거리는 46km이다. 오동도등대는 여수항과 광양항 일대까지 불빛을 비추는 중요한 등대이다. 오동도는 여행자들에게 전망대 역할과 함께 수많은 선박들이 오가는 해상 요충지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 충무공이 섬 정상에서 적군과 맞서며 병사들을 호령했던 곳이다.
등탑 내부는 나선형 계단구조와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꼭대기에 오르면 쪽빛 한려수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수 앞 바다는 물론 남해와 하동 등 한려수도의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선박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어쩜 오동도 등대에서 대단원의 막은 이곳 전망대에서 여수 바다와 남해 망망대해를 속 시원하게 감상하는 일일 게다.
등대 앞마당에는 공연무대가 설치돼 수시로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그 해 가을에 섬사랑시인학교 가을 캠프가 열렸다. 시인들은 시를 낭송하고, 가수들은 노래를 부르고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여수 연도초등학생들은 풍물패 공연을 펼쳤다. 등대를 찾는 여행자들도 함께 어깨 들썩이며 어울렸다. 등대를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곳 등대해양문화공간에서 등대와 예술의 향기까지 만끽할 수 있다. 1층에는 등대 전시관과 체험관이 복합관으로 설치돼 등대에 대한 이해와 영상으로 등대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등대해설사가 배치돼 등대에 대한 이야기와 체험 작동 등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글, 사진: 박상건(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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