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 스님의 신간(사진=북락 제공)
저잣거리와 디지털 공간 소통도 중요한 법당이요 전법도량
법현 스님, 우리네 삶을 행복의 시편으로 엮은『그래도, 가끔』출간
때로는 농사꾼으로, 때로는 촛불로, 때로는 저잣거리 이웃으로 실천불교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법현 스님이『그래도, 가끔』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메시지, 깨달음과 행복이 가득한 메시지들을 엮은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고해인 사바세계의 삶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기>에서부터 시작해, 그 고해의 삶을 <내려놓기>, 그 고해의 삶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그 고해의 삶과 더불어 <행복하기> 등 기승전결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법현 스님은 이 네 가지 삶의 형태를 통해 우리 이웃들이 슬픔과 고통의 둘레에서 벗어나 해탈과 자유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詩) 형식을 빌려 기술했다. 스토리 전개방식은 누구나 알기 쉽고 가락의 즐거움을 더하도록 문학적 장치를 이용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법현 스님의 가슴에 살아 숨 쉬는 모성애와 자비의 메지지가 빛났다는 점이다.
“날씨가 춥다, 아가./밥 잘 묵고 있제?/어디 아픈 디는 없고?”,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있을 것이다./이런 때도 저런 때도 그저 따땃이 해라.”, “산몰랑이 넘어선 바람도/나무들 감아돌고/고랑도 훑어내리다 보면 숨이 죽는 거인께/그저 낮은 데로 댕기거라/고개도 너무 빳빳이 말고?”「보리이불 잘 덮어 보거라」라는 제목의 시이다. 읽는 그대로 따뜻하다. 낮게 겸허히 살라는 말씀을 에둘러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곧 스님의 마음일 터다.
법현 스님은 실제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산다. 노모의 전라남도 사투리를 빌려 정감 넘치면서도 훈훈하게 우리네 마음을 감싸 안았다. 이웃들에게 “눈 잘 덮어서 보리 싹 잘 자라게 하거라”라는 시구는 깨달음과 삶의 행복론이 해학적으로 놀아들었다. 겨울철 ‘보리’ 작물을 깨달음의 ‘보리’로 치환, 불교적으로 승화시키는 대목도 돋보인다.
이러한 스님의 잠언 형식의 행복론과 깨달음의 메시지는 언어유희에 경도된 서양철학의 행복론과 사랑론의 문장과는 그 깊이에서 우려내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1부 <바라보기> 편에서는 민초들의 상식적이고 평범한 노래를 스님 특유의 해학과 혜안을 거쳐 독자들에게 깨달음과 행복의 화두로 던져진다.
“열차가/멈출 때 앞으로 쏠리던 몸이/떠날 땐 뒤로 젖혀지거나//출렁거리는 배위에서/멀미를 하는 까닭은/겉과 속이 따로이기 때문이다.//쏠리지도 젖혀지지도 않고/멀미도 잡으려면/약보다는/앞과 뒤,/겉과 속이 하나 되는 마음을/먼저 먹어야 한다.”「관성과 멀미」전문이다. 애당초 인위적인 것에서 발생하는 결과는 역시 영육에 미치는 파장 또한 비정상적이고 정돈되지 못한다. 그래서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 하지 않았던가.
제2부 <내려놓기>에서는 익살스런 스토리를 엮은 것으로 어리석음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중생들에게 자유와 평화가 무엇인지를 일러준다. 제3부 <벗어나기> 편에 실린「살면서 한 번쯤은」이라는 제목의 시에서는 역설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살면서 한 번쯤은/뜨겁게 사랑해봐야 안다.” “살면서 한 번쯤은/죽도록 공부(수행)해봐야 안다.”, “살면서 한 번쯤은/격하게 외로워봐야 안다.”
제4부 <행복하기>에서는 이러한 삶의 단계, 즉 수행과정을 거쳐 진정한 행복, 그 마음이 무엇인지를 익살과 해학의 메시지로 깨우침을 준다.
어떠한 괴로움과 고통의 터널도 지나고 나면 모두가 공한 것. 스님은 그런 메시지를 현실 속의 사례를 가지고 해학과 깨달음의 언어로 함축하여 읽는 이들에게 삶의 위안과 행복, 지혜와 해탈의 노래들로 풀어나갔다. 그렇게 엮어진 108편의 줄거리들은 모두 민초들의 이야기이고 저잣거리에서 주고받는 스님과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스님은 그러한 저잣거리와 디지털 공간의 소통도 중요한 법당이요 전법도량이라 생각한다.
법현 스님은 이 책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어디서부터나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손수건 같은 책”, “한 꼭지 읽고 창밖을 한 번 바라보고, 또 한 꼭지 읽고 창밖을 한 번 바라보는” 그런 책이길 바랬다. 그렇게 민초들의 이야기가 여러 행간을 타고 때로는 샘물처럼 흐르고 때로는 연꽃처럼 피어나는 이 책은 BOOK樂(북락. 282쪽, 18,000원)에서 출간됐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 <리빙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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