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의 섬 여행] ② 밤배 타고 큐슈 온천여행 3일
카멜리아호~후쿠오카~유후인~벳푸 온천마을 가을낭만여행
부산항을 밤에 출발한 카멜리아호는 대한해협을 건너 다음날 아침 8시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항에 도착했다. 취재팀은 학문의 신을 모시는 다자이후텐신궁을 산책 후 온천지역으로 이동했다.
큐슈의 유후인과 벳푸는 여기저기 산재한 온천지역과 용출량이 일본 최고를 자랑해 온천천국으로 불린다. 이 지역 온천은 푸른 숲과 아담한 마을로 둘러싸여 자연 풍경과 토속적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일본 온천의 꽃, 천연기념물 유노하나
유황재배지와 여행객들(박상건)
온천의 꽃으로 불리는 천연 온천가루 재배지 유노하나를 찾았다. 아주 고즈넉한 시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족 온천탕과 유황 온천에서 구운 옥수수와 계란을 파는 곳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눈에 들어찼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초가집 모양의 움막에서는 유황을 재배하고 있었다. 유황재배는 염전처럼 땅에서 솟아나는 유황이 섞인 물을 지푸라기 위에서 말리면서 유황 결정체를 걸러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유황은 1년에 6센티씩 자란다.
약용인 유노하나는 독특한 제조법에 의해 생산되는 명반온천으로 일본 천연기념물이다. 관절염 아토피 치료와 혈액순환, 신경통에 효과가 좋아 입욕제로 사용하는데 한국인이 즐겨 찾는 코스 중 하나다. 입욕 때는 불순물을 제거 후 온천성분만을 걸러내 팩으로 만드는데 이것을 뜯지 말고 그대로 욕조 물에 흔들어서 사용하면 된다. 이곳을 방문한 후 여행 일정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유황 재배지에서 위에 위치한 석상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오솔길 산책로를 걸으면 좋다. 숲에서 삼림욕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음은 온천여행에서 덤으로 얻는 또 다른 맛이다.
해질무렵 억새산(박상건)
유노하나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에 지옥온천이 있다. 이동 중에 마주치는 푸른 하늘을 떠받치는 가을 산의 경치가 일품이다. 우거진 자작나무 솔숲을 지나나 싶으면 구릉지를 끼고 신작로를 따라 달리는 아담한 시골 풍경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300미터 아래서 솟구치는 지옥온천 순례
지옥온천은 1300년 전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곳으로 온천여행의 하이라이트. 300미터 지하에서 솟구치는 온천수의 온도는 100도를 넘는다. 온천수가 끓어오르는 모습이 저마다 다양한 모양새를 만들어 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지옥과 같다고 하여 ‘지옥온천’이라 부른다.
지옥온천 앞 광장에 마련된 주차장을 중심으로 주변 가옥들은 저마다 온천 증기로 솟아오르는데 마치 옛날 우리네 시골집 굴뚝 연기처럼 뭉게뭉게 가을하늘 저편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풍경만으로도 이곳이 세계적인 온천지역임을 실감케 했다. 구름처럼 휘날리는 온천 열기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지옥을 만난다. 황산철이 용해되어 코발트빛을 띠는 온천수가 바다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98도의 온도에서 달걀을 삶는다.
그 다음엔 부뚜막 지옥인 카마도지쿠. 예로부터 조상신을 모시는 카마토하치만궁 신사에서 두 차례 뿜어 나오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어 붙여진 이름. 온천수 온도는 90도에 이른다.
족탕체험과 화제의 게란, 사이다(박상건)
스님지옥은 잿빛 온천수가 뽀글뽀글 열기를 더하며 파문이 지는 모양새가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이곳에서 조금 지나 여행객들이 피곤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족욕을 즐기는 족탕의 모습과 마주했다. 뜨끈한 온천물에 족욕 체험을 하면서 계란과 사이다를 마시며 잠시의 여유를 만끽한다. 사이다 병 안에는 둥근 구슬이 들어가 있어 사이다를 그냥 후루룩 마실 수 없도록 돼 있다. 사이다 병에도 놀이문화를 곁들이는 일본 관광의 소소한 재미와 상품화에 일본인의 마케팅 기술을 엿보게 했다. 온천야행을 마치고 나오는 마지막 동선에 입장권에 스탬프를 찍는 곳과 기념품 가게가 마지막 여행길을 배웅한다.
유후인, 시골마을에 입힌 인사동거리?
유후인골목(박상건)
유후인 거리의 인력거(박상건)
화제의 고로케(박상건)
예쁜 아이스크림가게(박상건)
다음 여정은 유후인. 오이타현 중앙부에 자리잡은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그야말로 실개천이 흐르는 우리네 여느 시골풍경이지만 여기에 일본 근대와 현대문화를 입혔다. 서울 인사동거리처럼 미술관과 갤러리, 작은 레스토랑, 아이스크림가게,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를 영화 세트장처럼 단장한 한적하면서 한편으로 여행객이 줄을 잇는 온천마을이다. 에도 막도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의 민예품을 소장한 민예 민구관, 수제 일본 종이공방, 민속 유리공방, 염색체험 프로그램 등이 여행객들의 눈길과 발길과 지루하지 않게 한다.
작은 골목을 산책하는 것이 유후인 거리를 제대로 여행하는 방식인 셈인데, 이따금 인력거를 끌고 달리는 모습과 츠지마차라고 불리는 말이 끄는 마차광경은 옛 일본 영화 스토리 공간으로 여행객들을 젖어들게 한다. 걸으면서 배가 출출하면 전국대회 금상을 수상한 고로케 전문점에서 150엔짜리 고로케를 맛보고, 목이 마르면 잼 종류와 벌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하치노모리 가게에서 잠시 쉬었다 가면 된다. 이 가게는 인형극 소품처럼 귀엽고 푸른 목재로 지어졌고 소담한 꽃들이 둘러싸여 담벼락을 대신한다.
숲속의 여정, 유유테이호텔(박상건)
그렇게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기에 좋은 큐슈의 3일 여행. 그 마지막 밤은 북큐슈 코코노에 깊은 산중에 있는 유유테이 온천호텔에서 묵었다. 일본 전통 료칸으로 만들어졌고 숲 속에 자리 잡아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그만이다. 숙소에는 유카타와 욕실, 녹차 등이 준비돼 있고 일본식 식사메뉴인 가이세끼는 가마솥 밥과 연어와 문어, 생선찜, 초밥 고로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별도로 주문할 경우 사케 술과 특별 회 요리를 맛보면서 추억의 일본 정통 맛 기행을 체험할 수도 있다. 대욕장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고 숙소에도 체험 가능한 욕조가 있다. 호텔 주변 향토음식으로는 우리나라 수제비 같은 단고지루가 이곳 산골마을의 명물이다.
온천여행의 속살은 놀라운 스토리텔링 기술
유황을 마시며 크는 산 숲(박상건)
다음 날 아침 체크아웃 후 호텔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스지유 온천마을 뒷산의 숨어 있는 비경을 만났다. 이번 여행의 대단원의 막을 이렇게 행복한 눈요기로 장식할 줄이야. 일본. 특히 큐슈지역이 왜 온천 천국인지를 보여준 광경이었는데, 산 숲 여기저기서 유황이 콸콸 솟아올랐다. 가히 장관이다. 어떤 곳은 호수처럼 넓게 흘러 넘쳤고 어떤 곳은 옹달샘처럼 나무뿌리나 바위틈 새에서 유황 냄새를 진하게 나부끼며 온천수로 넘쳐흘렀다. 머지않아 이곳도 북큐슈 지역의 새로운 천연 온천 명소가 될 것이 분명했다.
카멜리아 창밖의 후쿠오카. 야구 돔구장과 힐튼호텔(박상건)
그랬다. 일본 온천여행은 단지 화산 폭발의 결과물에 머물지 않고 인근 자연환경과 지역 생산품 등을 연계한 스토리텔링 기술이 대단했다. 어떤 작은 소재일지라도 ‘또 다른’, ‘또 하나’의 색다른 여행상품으로 만들어 경쟁하는 여행관광기술의 저력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싣고 후쿠오카 하카다항과 작별했다.
글, 사진: 박상건(섬문화연구소장)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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